발레타

발레타 1-6

나디아는 스케베라스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이 거센 바람에 마구 흩날렸다. 풍성한 머리카락을 덮고 있던 머릿수건이 스스륵 풀려 눈깜짝할 사이에 위로 높게 올랐다가 그대로 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나디아는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다. 작은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빰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푸른 지중해는 나디아의 모든 것인 동시에 아픈 상처였다. 그녀의 마음 속 한 부분은 5년 전 바다의 물결에 쓸려가 다시는 채워지지 못할 터였다.
나디아는 아비규환이었던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마을은 불태워지고 북아프리카의 해적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닥치는대로 칼을 휘둘렀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아이들의 울음소리, 날뛰는 짐승들, 곳곳에 엎어진 시체들과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는 여자들, 비열한 미소를 지닌 악랄한 그들의 얼굴.
삶의 터전이었던 고조 섬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간신히 살아서 섬을 탈출한 사람들은 불타는 마을을 바라보며 숨죽여 울었다. 어머니는 나디아와 오빠를 지키려다 해적의 칼에 죽임을 당했다.
"나디아,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뛰어!"
칼 한 자루를 쥐어 주며 오빠는 나디아를 떠밀고 뒷문을 닫았다. 오빠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죽임을 당했거나 해적의 손에 붙들려 노예 시장으로 팔려 갔을 것이었다.
불타는 마을 한가운데 그녀가 서 있다. 죽음의 공포로 가득한 곳. 하얀 터번을 두르고 초승달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극악무도한 해적의 얼굴!
"악!!"
소리를 지르며 나디아는 깨어났다. 매일 밤 같은 꿈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나디아는 오빠가 준 칼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 그녀는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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