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3-4

발티는 항구 일꾼으로부터 전갈을 받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글을 빠르게 읽은 후 순식간에 종이를 입안으로 넣어 삼켜버렸다. 그는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뜰을 가로질러 나갔다.
도시에 어둠이 스며들었다. 인적이 없는 컴컴한 길에 허름한 복장의 발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어느 골목에 들어가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다. 누군가 그의 등을 건드리자 발티는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돌았다. 몰타인처럼 변복을 한 투르크 정찰병이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뜻을 보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오? 연락은 내쪽에서 하기로 했잖소."
발티는 목소리를 낮추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정찰병은 다시 한번 집게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대답했다.
"중요하게 전달할 사항이 있어 만나자고 했소. 급한 일이오."
검은 눈의 남자가 심각하게 말하자 발티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요?"
정찰병은 숨을 밖으로 길게 내보내며 눈을 내리깔았다.
"일이 생기..."
정찰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티의 어깨가 뒤로 젖혀지며 팔이 꺾였다. 발티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을 보며 당황해 했으나 이내 상황이 파악된 듯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발티는 변복을 한 검은 눈의 사내를 쳐다보고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순순히 기사들을 따라 좁은 골목을 걸어갔다.

 

 

릴라당과 발레트는 서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정적을 깨고 로메가스가 들어와 릴라당에게 보고를 했다.
"단장님,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게."
릴라당이 대답하자마자 기사 두 명이 발티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방으로 들어섰다. 발티는 손이 앞으로 묶인 채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발레트는 발티가 어딘지 모르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토 발티, 아니 살람 메메드. 넌 몰타 첩자로 체포되었다."
릴라당이 입을 열었다. 발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발레트는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무 말이 없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소. 난 현장에서 잡혔소."
발티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대답했다.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을 숨긴 텅 빈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상대의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싸늘한 시선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비토 발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군."
발레트는 발티 앞에 섰다. 발티는 발레트를 보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너의 신분을 보키아는 왜 숨겨준 거지?"
발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끝난 것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끝을 알고 온 것이었다. 이제는 후련했다. 발티는 자신 앞에 놓여질 것을 이제 당당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발레트는 릴라당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릴라당은 내보내라는 눈짓을 했고 로메가스는 발티를 데리고 방을 나갔다.
"예상대로 발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
릴라당은 의자에 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표정입니다. 보키아가 연관된 것은 끝까지 말하지 않을 겁니다."
릴라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키아는 발티가 첩자임을 알고서도 감춰 주었고 사욕을 위해 그를 이용했어. 이 일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보키아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수 있는 위인이었다. 그가 꼼짝할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