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3-3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발레트와 로메가스는 바쁜 걸음으로 광장을 가로질러 성 바울 대성당으로 향했다. 앳된 얼굴의 수사는 앞장서서 긴 복도 끝에 있는 피오르 신부의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신부는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들 오시오."
발레트와 로메가스는 예의를 갖추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오르 신부는 앉으라 권하며 발레트와 로메가스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기사단이 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지?"
발레트는 피오르 신부의 얼굴을 바로보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 몰타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가 몰타 내부에 있습니다."
신부는 발레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발레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자는 사익을 위해서 옳지 않은 일을 묵과하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신부는 발레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있지 않을까하여 신부님을 찾아 왔습니다. 자세히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몰타를 위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혹시 이것과 관련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신지요?"
발레트는 조심스레 신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피오르 신부는 만났을 때와 같은 온화한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이곳은 주님의 성전입니다. 그런 것과 관련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니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누군가가 이것에 관해 알고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부님!"
발레트는 간곡한 말투로 피오르 신부에게 청했다.
"주님께 고백하는 것이지 내게 하는 것이 아니오. 미안하지만 부탁을 들어줄 수 없소."
피오르 신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발레트는 신부에게서 어떤 말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신부에게 인사를 한 후 뒤를 돌아 나가려했다. 그때 피오르 신부의 조용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주님은 자신을 간절히 찾는 자를 만나주신다오."

 


발레트는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밤을 꼬박 새우고 동이 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이 상한 자. 신부가 한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발레트는 신부의 말을 곱씹었다. 신부는 뒤돌아 나가려는 발레트에게 이 말을 했다. 그의 머리 속에 신부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신부가 무엇을 알려주려던 것은 아닐까?'
그는 복잡한 생각을 쫓고 싶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발레트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기사단 숙소를 나섰다.
성당 앞에는 마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성당 정문이 열리자 발레트는 반사적으로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피오르 신부가 나타났고 그 뒤로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정문 앞에서 짧은 얘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베일을 쓴 여인은 계단을 내려가 대기하던 마차에 올랐다.
'이른 시간에 성당을 찾은 귀족 여인이라.'
마차는 광장을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임디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보키아의 성채로 가는 길이었다.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