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3-2

파도는 끊임없이 해안과 숨바꼭질을 했다. 나디아는 맨발로 파도와 장난을 치며 까르르거렸다. 지아니는 모래 위에 앉아 천진난만한 동생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꿈꾸던 것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지아니에게 하루하루는 기적과 같았다. 지난 5년은 이미 파도에 실려 머나먼 곳으로 떠나갔다. 과거는 그들의 일부분이 되었고 두 사람은 현재에 있었다.
나디아는 밝은 얼굴로 뛰어와 그대로 모래 위에 팔을 뻗고 누웠다. 다른 이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녀의 눈은 세상을 향해 있었고 그녀의 웃음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나디아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코로 가득 들어온 상쾌한 공기는 몸 구석구석을 쓸고 내려갔다.
"누워서 하늘을 봐, 오빠!"
나디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아니는 아이 같은 나디아의 행동에 소리내어 웃다가 동생을 따라 모래 위에 누워 보았다. 파란 하늘에는 다양한 형태의 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늘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폭신한 구름 위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아니는 나디아처럼 눈을 감아 보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았다. 갑자기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팔과 다리는 전보다 강해졌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지아니는 일어나 앞을 항해 달렸다. 그리고 은빛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파도를 넘어 계속 나아갔다. 한참이나 전력을 다해 헤엄치던 그는 편안히 누워 파도에 몸을 맡겼다. 지아니는 지금 이 순간 자유로웠고 삶에 온전히 취해 있었다.

 

 

크레누의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새어 나왔다. 식욕을 돋구는 양고기 냄새는 집안 전체에 풍겼고 로메가스는 탁월한 식성을 자랑하며 음식을 비워내고 있었다. 크레누는 로메가스에게 음식을 더 권했고 발레트는 자신의 고기를 덜어 로메가스의 접시에 놓았다. 무사히 돌아온 발레트와 로메가스, 지아니를 위해 마련된 저녁 식사 자리였다. 나디아의 웃는 얼굴을 보며 크레누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무사히 돌아와주어 고맙소."
크레누는 포도주 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그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며 자식 같은 네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발레트는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나디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나디아는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빌구 공사를 잘 마무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생리아도 공사가 시작되었지요?"
크레누는 발레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리아는 빌구보다 더 일찍 끝낼 수 있을거요."
"지아니도 현장에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좀 더 쉬어야 하는건 아닌지."
발레트가 지아니의 건강을 염려하며 말했다. 지아니는 몸이 회복되자 크레누의 일을 돕고 있었다.
"나디아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지아니는 옆에 앉은 나디아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발레트는 나란히 앉은 지아니와 나디아를 보자 만감이 교차했다. 짙은 갈색머리와 초록빛의 눈동자, 두 사람은 누가봐도 남매라고 생각할 만큼 닮은 모습이었다. 문득 만남이라는 강력한 연결에 발레트는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순간 발레트는 자신이 왜 몰타에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스만투르크로부터 기독교를 수호하겠다는 것도, 신께 한 맹세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도, 기사단의 명예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사람들의 미소, 서로를 향해 짓는 웃음을 위해서였다. 거창한 대의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몰타에 있는 것이었다. 발레트는 식탁에 둘러 앉은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았다. 모두 함께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눈속에 가득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로메가스가 무언가를 말하자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포도주는 향기로웠고 웃음소리는 노래가 되었다.
나디아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며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나누는 시간. 나디아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함께 하는 시간, 나디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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