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1-3

몰타의 상업 귀족 보키아 가문은 비잔틴 시대부터 몰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지중해의 길목에 위치한 몰타에서 아시아와 유럽간 상업 활동으로 몰타 대부분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그는 사리분별이 빠른 사람이었다. 남부 이탈리아로 가는 상선을 해적이 불시에 습격하여 경제적 손실을 봤던 그가 해적을 견제할 수 있는 성 요한 기사단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당연했다.
"단장님의 명성은 극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로도스 섬은 쉴레이만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사단장님의 지략과 신념에 탄복했습니다."
화려한 차림의 보키아가 미소를 머금고 릴라당에게 다가왔다. 매끈하게 정리된 콧수염은 그의 하얀 얼굴과 대조되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기사단원들과 로도스 섬 주민들이 끝까지 힘을 합친 덕분입니다."
릴라당은 보키아의 손을 잡으며 정중히 말했다. 그의 말에는 조금의 더함도 없었다. 오랜 시간 바닷바람에 그의 손은 거칠어졌지만 곧은 의지의 눈빛은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더욱 깊어 보였다. 릴라당은 뼛속까지 중세 기사 정신을 물려 받은 사람이었다. 보키아의 입에 발린 칭찬은 그에게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든 여정이었을테니 며칠간 쉬면서 여독을 푸시지요. 필요한 모든 것은 저희 쪽 사람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보키아가 옆의 시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아, 저기 소개해드릴 사람이 오는군요. 제 보좌관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입니다."
기사단 예복을 갖춰입고 성 요한 기사단의 십자가 망토를 두른 발레트가 예의를 갖추며 보키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180cm가 넘는 훤칠한 체격에 옅은 갈색 머리와 눈을 가진 30대 중반의 프랑스 귀족 청년이 보키아 앞에 서 있었다. 신념이 깃든 눈동자였다. 십자가가 그려진 기사단 망토를 두른 넓은 어깨는 그의 신념을 뒷받침해 주는 듯 했다.
"흔들림 없는 눈을 가졌군요."
보키아는 웃으며 그에게 포도주잔을 건넸다.
"항해는 어떠셨습니까?"
"다행히도 순항이었습니다."
"몰타의 바람은 고약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기사단에게는 순순히 길을 내줬군요. 역시 신의 뜻인가 봅니다."
보키아는 세련된 태도와 유려한 말솜씨로 대화를 주도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대를 관찰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발레트는 잔을 위로 들어올렸다.
"신의 가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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