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2-6

피오르 신부는 할 일 없이 성당 안을 이리저리 걷고 있는 안드레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앉았다 일어섰다 안절부절못하며 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언제 제노바로 돌아갈 생각이냐?"
"다음 주엔 가야 해요. 곧 바르셀로나로 이동할 것 같아요."
안드레아는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발을 떼며 대답했다.
"위험한 상황인거야?"
피오르 신부가 걱정이 담긴 말투로 물었다.
"아니에요, 삼촌. 마음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안드레아는 피오르 신부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신부는 이제 자신의 손보다 더 큰 조카의 손등을 두드렸다.
"그런데 아침 일찍 성당에는 무슨 일이냐? 기도하러 온 건 아닐테고."
안드레아는 대답 대신 멀뚱히 천장을 올려다봤다.
"넌 곧 떠날 사람이야, 안드레아."
"그렇지만 그녀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안드레아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피오르 신부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신부는 온화한 표정으로 괴로움을 머금은 조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성당 중앙에 빛이 한 줄기 비치더니 가벼운 발소리가 울렸다. 안드레아는 재빨리 몸을 숙였다. 나디아는 제단 앞으로 걸어와 성호를 긋고 초를 켰다.
광장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안드레아는 성당 입구 기둥에 기대어 빛으로 휘감은 임디나를 바라보았다. 정문이 열리고 나디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소매가 넓은 푸른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짙은 갈색 머리는 어깨 아래로 길게 굽이쳐 흘렀고 오묘한 초록 눈은 세상을 다 담을 듯 깊었다.
"오늘도 날씨가 좋네요."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디아는 고개를 돌렸다. 깔끔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안드레아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같이 걸어도 될까요?"
나디아는 불쑥 자신 앞에 나타나는 안드레아의 행동에 당황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앞섰다.
"매일 기도하러 오는 건가요?"
안드레아는 나디아의 걷는 속도에 걸음을 맞췄다.
"네, 매일마다."
나디아는 시선을 앞에 둔 채 짤막하게 대답했다.
"제 어머니도 그러셨죠."
과거형인 그의 말에 두 사람 가운데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몰타는 처음인가요?"
"이번이 두 번째에요. 제노바도 바다를 끼고 있지만 몰타에서 바라보는 지중해와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특히 포도주 맛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안드레아는 나디아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나디아는 어색함을 느끼고 화제를 돌렸다.
"피오르 신부님과 사이가 좋아 보여요."
"아버지가 엄하신 편인데 삼촌은 늘 제 얘기를 들어줘서 어릴 때부터 많이 따랐어요. 몰타로 가신 후엔 자주 볼 수 없지만.."
"신부님은 정말 너그러운 분이에요. 모두의 친구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자주 몰타에 와야겠어요."
"신부님이 좋아하실 거에요."
나디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따뜻하게 말했다.
"다시 찾았을 때 오늘처럼 당신과 걸을 수 있을까요?"
나디아는 걸음을 멈추고 그때야 비로소 안드레아를 보았다. 조금 전의 천진한 표정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안드레아는 나디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디아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거렸다. 광장의 분수대에서는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머리 위로 한 쌍의 새가 지저귀며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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