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1-2

몰타 섬 중앙에 있는 성채 도시 임디나는 몰타의 옛 수도로서 대대로 귀족들의 거주지였다. 모래색과 같은 돌벽으로 견고히 지어진 그 곳은 전형적인 중세풍 성채 도시로 높은 고지에 지어져 동쪽 연안의 항구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몰타의 유력 가문이자 임디나 성채의 주인인 보키아는 성 요한 기사단이 항구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막 받은 참이었다.
지중해의 길목에 위치한 몰타는 예로부터 여러 나라의 지배를 거쳤고 북아프리카 해적의 약탈에 늘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었다. 거기에다 북아프리카의 해적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주는 오스만투르크는 지중해의 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호시탐탐 침략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오스만이 시칠리아 섬까지 세력을 뻗치는 것을 미리 막고자 떠돌이 생활 중인 성 요한 기사단에게 몰타 영주권을 양도했다. 시칠리아 남쪽에 위치한 몰타는 이슬람 세력이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성 요한 기사단장 릴라당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것은 몰타의 보키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스만투르크와 북아프리카 해적으로부터 몰타를 지키기 위해선 성 요한 기사단이 필요했다.
강렬한 햇빛 아래 지중해는 푸른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성루에서 한참이나 항구를 바라보던 보키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비토, 성 요한 기사단장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게. 오늘 밤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는 말도 잊지 말고."

 

 

비잔틴과 아랍 양식이 혼합된 몰타 건축물은 지극히 이국적이었다. 기사단 예복에 망토를 두른 발레트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렬한 햇빛과 푸른 지중해, 모래색의 성벽,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길,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색적인 언어와 적당히 그을린 건강한 피부색의 얼굴들.
많은 나라의 침략에 시달린 것과 달리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시장은 활기로 가득찼고,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가판대위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상인들은 큰 소리로 호객 행위를 하고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가격을 흥정했다.
발레트의 눈은 처음 보는 것인 마냥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다. 8년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았던 그의 삶이 다시 평온함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발레트 옆을 뛰어갔다. 그 중의 한 아이가 뒤를 돌아 발레트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안녕, 이름이 뭐니? 꼬마야."

발레트가 말을 걸자 아이는 수줍은 표정으로 웃더니 무리를 향해 다시 뛰어갔다. 발레트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리쬐는 강한 빛에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는 쌓아놓은 짚더미 위에 걸터 앉았다. 햇빛, 공기, 바다, 과일, 생선, 짐을 한가득 등에 실은 나귀, 심지어 돌멩이까지도 그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발레트님! 발레트님!

부하 기사인 로메가스가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이, 로메가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로메가스가 얼굴에 땀을 훔치며 숨을 골랐다.

"그냥 구경 좀 하고 있었어."
"단장님께서 급히 찾으세요. 어서 가보셔야 해요."
"단장님이?"

발레트는 급하게 임디나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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