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2-3

"안녕하세요, 아저씨!"
망치 소리로 가득한 빌구의 성벽에 나디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부들은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나디아 주위로 모였다.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디아가 가져온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저도 한 잔 주시겠습니까?"
처음 듣는 낯선 목소리에 나디아는 고개를 들었다. 정오의 강렬한 햇빛에 나디아는 눈을 찡그렸다. 그녀는 이마에 손을 얹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안녕하세요?"
활기찬 음성이었다. 해를 등진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맑게 웃었다.
"네.. 안녕하세요."
나디아는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는 포도주를 잔에 부어 남자에게 건넸다.
"낮은 정말 덥네요."
그는 모자를 벗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남자는 현지인과는 조금 다른 옷차림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좋은 옷감으로 만들어진 풍성한 소매의 겉옷을 입고 있었다.
"기억을 전혀 못하는군요. 어제 우리 만난 적이 있는데.."
남자는 장난기가 배어 있는 얼굴로 나이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제서야 나디아는 어제 아침 성당에서 한 사내와 마주친 것이 생각났다. 남자는 처음 만난 사이에도 스스럼없이 말하는 활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나디아는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은 젊은 청년이 빌구의 성벽에는 무슨 일로 온 건지 궁금해졌다.
"훌륭한 포도주에요! 직접 만든 건가요?"
"포도 수확기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요. 집집마다 지하에 저장소가 있어요."
남자는 잔을 다 비우고는 기분 좋게 활짝 웃었다. 그는 인상이 밝았고 말투나 행동에서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면이 있었다.
"점심 때 이곳으로 가면 당신을 볼 수 있다고 삼촌이 알려주더군요."
나디아의 의아한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남자는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피오르 신부님이 제 삼촌이에요."
나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피오르 신부님께 조카가 있었군요. 그런데 저를 왜..?'
나디아의 물음에 안드레아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디아, 인부들에게 포도주를 더 따라주거라."
나디아의 등 뒤로 크레누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크레누는 나디아와 함께 있는 낯선 이를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그런데 누구요?"
"안녕하십니까. 안드레아 보르노라고 합니다.
크레누의 투박한 말투에도 안드레아는 정중한 태도로 대답했다.
"어디서 왔소?"
"제노바에서 왔습니다."
"제노바에서 무슨 일로?
"삼촌을 뵈러 왔습니다.
크레누의 심문하는 듯한 질문에도 안드레아는 불쾌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삼촌을 보러 왔다면서 여기서 뭐하는 거요?"
"몰타의 풍경을 여기서 꼭 봐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안드레아는 주변을 둘러보다 앞의 스케베라스산을 가리켰다.
"여긴 지금 보수 공사 중이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소."
크레누는 퉁명스럽게 말을 뱉으며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만.."
안드레아는 모자를 고쳐 쓰며 크레누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뒤편에 있는 나디아에게도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성벽을 내려갔다.
"아는 사람이냐?"
크레누는 안드레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거두지 않으며 물었다.
"어제 성당에서 잠깐 마주쳤어요. 피오르 신부님의 조카에요."
크레누는 뭔가 다른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으나 말을 아꼈다. 태양은 바다 위의 작은 섬에 뜨거운 입김을 사정없이 불어 넣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선명하게 푸른 지중해는 여인의 눈동자처럼 깊고 아름다웠다. 나디아는 늘 그렇듯이 경계 너머의 수평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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