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2-2

바르바리 해안의 트리폴리는 북아프리카의 도시 국가로 에스파냐가 바르바리해안에 축조한 요새가 있는 곳 중의 하나였다. 카를 5세가 성 요한 기사단에게 몰타 섬을 양도할 때 트리폴리 요새의 방어를 맡기는 조건을 포함했기에 릴라당은 이곳에 기사들을 상주시켰다. 트리폴리는 시칠리아 섬까지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었음으로 해적을 상대로 이곳을 수비하는 일은 아주 중요했다.
바르바리해안은 붉은 수염의 해적, 바르바로사의 근거지로 해적들은 북아프리카와 서지중해를 오고 가는 상선을 습격하여 약탈하고 기독교인들을 사로잡아 노예로 팔았다. 이곳은 상식과 법이 통하지 않는 말그대로 무법천지였다. 남의 것을 약탈하여 한 몫 단단히 챙겨보려는, 금은 보화에 눈이 먼 동지중해인들이 앞다퉈 이곳으로 넘어왔다. 거리에는 기독교 노예를 사고 파는 시장이 열렸고 터번을 높게 두르고 초승달 모양의 칼을 찬 이슬람 해적들이 술에 취해 서로 욕을 하고 싸움을 벌였다. 그들에게 살인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것에 불과했다. 욕망의 바다에서 양심은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서지중해인들에게 그들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린아이에게 바르바로사의 이름을 들려주면 즉시 울음을 멈췄다. 여인들은 성호를 그으며 십자가 목걸이에 입을 맞췄다. 북아프리카 해적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트리폴리 요새 성벽 위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발레트의 머리 위로 바람이 불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저 멀리 수평선에 눈을 고정시켰다. 발레트가 트리폴리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성 요한 기사단과 트리폴리에 주둔한 에스파냐 수비대는 이슬람 해적의 급습에 대비해 트리폴리 주변 해안선의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에스퍄냐는 북아프리카의 요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본국에서 들어오는 물자도 넉넉치 않아 병사들에게 충분히 식량이 공급되지 못했다. 주변은 그들과 다른 언어와 종교를 가진 아랍 주민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요새는 고립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져갔다. 그들은 하루빨리 북아프리카를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프랑스를 떠난 이후로 발레트는 지중해를 누비며 살았다. 지중해는 그의 삶의 중심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저항할 수 없는 파도는 늘 그를 따라다녔지만 그는 맞서서 싸웠고 굴복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삶은 오히려 그를 중심에서 밀어냈다. 트리폴리는 삶의 변두리같은 곳이었다. 어디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일까? 차가운 공기가 발레트의 몸을 감쌌다. 파도는 쉴 새없이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안개는 유령처럼 스며들어 발레트의 발끝에서부터 점차 올라와 그의 흔적을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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