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발레타 2-1

임디나는 몰타의 옛 수도로서 언덕 지대에 위치한 중세풍 성채 도시였다. 성벽이 견고하지 못하고 주민들을 다 수용할 공간도 부족해 요새의 기능은 잃었지만 이곳은 몰타의 역사를 대변하는 곳이었다. 도시는 고유의 색을 갖고 있었고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가득했다. 광장의 성 바울 대성당은 로마로 압송되던 바울 사도가 탄 배가 몰타 근처에서 난파를 당해 섬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면서 기독교가 전해진 것을 기념하는 성당으로 임디나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었다.
나디아는 성당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예수의 수난을 그린 벽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예수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목걸이의 십자가 펜던트에 입을 맞춘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디아."
성당의 사제가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나디아는 무릎을 살짝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성당 정문을 향해 나란히 걸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평소와 같아요. 매일 아침 성당에 왔다가 아저씨가 일하는 곳으로 점심을 가져가요."
나디아는 밝은 음성으로 대답하며 사제를 향해 웃어보였다. 아침 햇살이 창을 통과해 성당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크레누씨는 안녕하신가요?"
"성벽 공사로 많이 바쁘시지만 잘 지내고 계세요."
"날이 더운데 모두 수고가 많군요."
문앞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발걸음을 멈췄다.
"자, 그럼 오늘도 평안히."
나디아가 성호를 그은 후 몸을 돌려 문에 손을 갖다 대자 갑자기 안으로 문이 밀리며 한 사내가 나타났다.
"아, 죄송합니다. 아가씨."
사내는 정중하게 사과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두 사람은 스치며 잠시 눈이 마주쳤다.
"안드레아! 여긴 어쩐 일이냐!"
뒤에 있던 사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그제서야 사제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삼촌!!"
두 사람은 반갑게 웃으며 서로를 안았다. 사제는 사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기별도 없이 어떻게 된거야?"
안드레아는 사제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의 주의는 온통 방금 전 스쳤던 여인에게로 가 있었다. 이미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안드레아는 나디아가 걸어간 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제는 대답없는 안드레아 옆에 서서 조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드레아?"
"아... 삼촌..."
안드레아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사제는 다시 한번 팔을 벌려 안드레아를 힘껏 안았다. 몇 년만에 보는 조카는 이제 제법 청년티가 났다.
"자, 안으로 들어가자. 듣고 싶은 얘기가 많구나."
안드레아는 신부와 같이 성당으로 들어가면서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문이 열리고 그녀의 얼굴과 마주했을 때 그앞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 그것은 그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였다. 불과 몇 초였지만 그의 삶에서 그토록 긴 순간은 없었다. 안드레아는 고요한 빛으로 둘러쌓인 성당을 마치 처음 보는 것인 마냥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