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어떤 여행

[안녕,어떤여행] D-Day 여행의 시작

 

꿈에 그리던 남미

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

덤으로 뉴욕

어쩌다 도쿄까지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꽤 곤혹스러운 시간을 가진 끝에 어렵게 구한 직장이었다. 5년 5개월 동안의 회사 생활은 취업 준비생 시절이 그리웠을 만큼 힘들었다. 업무는 괜찮았지만, 그 업무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늘 퇴사의 꿈을 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직장인처럼 버티고 버텨가던 중, 자의반 타의반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그만 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직 의사를 밝혔다.

남미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남들은 몇 달씩 준비해서 가는 여행을 단 2주 만에 준비해서 떠났다. 조금 쉬다가 출발하고 싶었지만, 물 찬 우유니를 보려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준비를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며칠 동안 앓아눕기도 했다.  숨 가쁘게 준비를 마치고 보니, 어느덧 떠나는 날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여행은 '덜컥' 시작되었다.

 

자아를 찾겠다거나 새로운 인생을 찾겠다거나 그런 거창한 이유나 목적은 없었다. 그런 꿈을 꿀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회사를 그만뒀으니 어디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내게는 좀 기계적인 선택이었다. 가슴이 부풀지도 않았고 설레지도 않았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냥 떠나야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의무인양 나는 떠났다.

여행을 하는 동안도 나는 그랬다. 흔히 회사를 관두고 꿈을 찾아 떠나온 여행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풍부한 영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획한 대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뿐이었다, 회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듯.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기에 나는 이제 나이가 많았고,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겪었고, 또 지쳐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여행기는 다소 드라마틱한 모험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아주 시시하고 심심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무미건조한 기록이 누군가에겐 꿈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그 기록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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