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구멍

처음에는 그저 작은 구멍에 불과했다.
분명히 그랬다. 아주 작은 구멍이었다.

모든 상처가 그렇듯 아물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하나의 구멍이 아물어갈 무렵,
거짓말처럼 또 다른 구멍이 생겨났다.

그렇게 크고 작은 구멍들로 난도질을 당하고 나면
구멍과 구멍 사이에 경계가 사라진다.

그렇게 서로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그것은 곧 커다란 구멍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공허함이라 부른다.

너무나 많은 이유들이 겹치고 겹쳐 생겨났기에
스스로조차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기 어렵다.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 없는 영혼의 피멍.

그런데,
다소 황당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 한 가지는

자의가 섞여있지 않은 일방적인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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