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2 - 2

08

 

 

하필 몬스터 학살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을 몬스터가 좋아하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여기가 이제 잡화점인지, 고민 상담소인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을 때, 나는 레시아와 같이 프리트론 왕국에서 북쪽에 있는 기사단 지역 근처에서 실베스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실베스 씨에게 숙제를 시켰는데 그것은...

 

"카일 형제!"

 

2M의 장신의 남자는 근엄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왔다. 웨어울프 종족 특정상 체력이 강인하기 때문에, 낮잠을 잔다면 아침이건 밤이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들었다. 역시나 강한 인상을 주는 짧은 은발과 은안을 소유했으니, 사람들이 실베스 씨가 지나갈 때 마다 쳐다보기 바빴다.

 

인상만 조금 폈더라도 레베카 말고 다른 여자들이 좋아했을 법한 훈남의 이미지인데...

 

"실베스 씨. 편지는 다 작성했나요?"

 

가장 기초중의 기초전략인 두근두근 러브레터 대작전이다.

 

[주인...아무래도 '대'자는 빼야 할 것 같다만?]

 

[레시아? 어째서 제 독백을 읽은 건가요?]

 

[혼잣말이 들렸다. 주인이 누설 한 거니까 주인의 잘못이다.]

 

[그보다 레시아? 왜 이리 기분이 편치 않아 보입니까?]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뭐가요?]

 

[아무것도...]

 

레시아의 기분은 나중에 풀어주기로 하고, 우선...

 

"실베스 씨. 편지 내용을 잠시 읽어도 되겠습니까?"

 

"형제여! 나를 치욕으로 빠뜨릴 작정인가!"

 

"그럼 차이던가요..."

 

빠른 움직임으로 편지를 내미는 실베스 씨.

웨어울프가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편지를 읽어보았다.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또 무언가 실수를 한 것이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 읽었다.

물론 레시아도 내 옷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같이 봤다.

 

릴리 기사단에 있는 아름다운 꽃 레베카 양에게

 

긍지 높은 기사단에서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 오른 레베카 양.

저 또한 레베카 양에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긍지를 가지고 이 편지를 작성합니다.

저는 그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대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그대를 생각하고 울부짖으며,

당신이 저를 보고 웃어주는 꿈을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긍지 높은 남자!

레베카 양과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 입니다. 

사귀게 된다면, 그리고 결혼한다면,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저는 저녁 6시마다 리베리티아 고원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꼭 답변을 주시길 바랍니다.

 

그대를 사모하는 실베스가.

 

음...

확실히 기대 이상으로 평범하게 잘 써줬다.

게다가 어디서 배운 작문인지 몰라도 이 정도로 잘 써줬으면 레베카 양은 흥미라도 생기겠지.

문제는 릴리 기사단 또한 빼어나고 수려한 외모 덕에, 이 편지봉투가 눈에 잘 보여야 한다.

안 그러면 잉여 편지와 함께 캠프 파이어의 희생양이 되리라.

 

"그럼 문제는 이 편지봉투가 얼마나 눈에 잘 띄느냐인데..."

 

[그보다 주인? 저런 종이 쓰레기를 집어넣는 곳이 아니라, 몰래 침투하면 되지 않는가?]

 

[오! 레시아! 나이스 아이디어군요! 근데...릴리 기사단 숙소는 금남구역 입니다만?]

 

[주인이 여장을 하면 되지 않는가?]

 

[그거 참 쉽게 쉽게 말씀 하시네요. 대부분 여장한 캐릭터는 좋은 모습을 못 보이거든요?]

 

"카일 형제여..."

 

레시아와 텔레파시를 싸우는 동안 실베스 씨가 말을 걸었다. 뭔가 어두운 얼굴로 되어 있으니 더욱 무섭게 내 어깨를 잡고 입을 열었다. 아주 침착하고, 아주 조용하게...

 

"레베카 양의 숙소에서 편지를 놔주지 않겠나?"

 

이런 제기랄!

어떻게든 여장을 당하지 않을 계획을 새워야 한다.

남자가 여장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고!

 

"거긴 금남구역인데요?"

 

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보다 부셔져요! 아파요!

 

"여장을 하고 몰래 갔다 오면 되지 않는가! 형제여! 내 일생의 소원이네!"

 

아파! 아프다고! 놔줘!

 

[지금은 저 잡견이 말하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

 

"안되! 절대로! 여장하기 싫어!"

 

나의 단말마는 한 순간에 제압되었다.

 

***

 

다행히...여장하는 벌칙은 면했다.

...

......

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으련만...

 

[주인. 이렇게 보니까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긴 머리 가발만 씌워주니 정말로 여자라고 믿어도 되겠구나.]

 

[조용히 해요.]

 

[하얀 프릴이 가득 담겨져 있는 고딕 롤리타 밖에 없어서 미안하지만, 나중에 여자라도 될 생각이 있는가? 마왕성에 있는 옷을 전부 꺼내서 입히고 싶다만?]

 

[조용히 하세요.]

 

사람 열 받아 죽겠는데, 레시아는 상한 기분이 풀어진 것도 모자라 신이 난 듯하다.

하긴. 남이 생고생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는 절대 저런 짓 하지 말자."

다른 하나는 "깔깔깔! 저게 뭐냐! 키키키킥!" 이다.

 

오늘도 여장을 하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분명 사고가 터진다는 징조니까.

어디서 봤느냐 하면...잡화점에 있는 엘티노스의 자서전을 다 읽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나는 1분 1초라도 빨리 레베카인지 뭔지 하는 계집에게 편지를 주고 뛰쳐나오기만 하면 된다.

 

[주인? 독백의 상태가 많이 흉포해졌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레시아가 나를 마법으로 재워버린 바람에 빠른 대응을 못한 건 사실이지만, 아니 끔찍한 기억은 잠시 봉인해두자. 애초에 마른 체형이 이런 일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마치 첩보소설에서 나올 법한 주인공처럼 어둠에 동화하고(문제는 햇빛 때문에 실패.) 기척을 죽이고(애초에 사람이 없었다.), 발소리도 죽였다.(그보다 구두를 신어서 발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듯 하면서도 안 보이는 그런 상태로 천천히 릴리 기사단 숙소에 들어갔다.

앞에 보초를 서고 있는 경비병은 대체적으로 베테랑이 없는지 레시아가 최면을 걸자, 들여 보내줬다.

남은 것은 레베카 양의 숙소를 찾는 것.

 

다행히 이름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이상한 문을 열고 "꺄아악!"하는 사건이 없을 테니. 그것 또한 안심.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뭣이냐 하면, 2명이서 방 하나를 쓴다는 것이다.

그것도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이 한 방에.

 

제발 아무도 없길 빌었다.

 

[괜찮다. 주인. 아무도 없다.]

 

[정말이에요?]

 

레시아가 어느새 나와서 문에 귀를 기울이더니 그리 텔레파시를 보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쯤 아마 훈련을 하고 있겠지.]

 

[그거 다행이네요.]

 

문을 열자, 2층 침대와 책상은 좌우로 2개가 있고, 바닥에는 고풍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붉은 카펫이 그려져 있었다. 기사단장이라 더 넓은 방을 사용할 줄 알았지만, 기사단에서 생도가 생활하는 생활관과 같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부기사단장 책상 서랍 안에 편지를 넣었다.

이것으로 미션은 완료.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빨리 이 빌어먹을 것의 여장을 집어 던지고 싶다고 생각할 찰나...

 

[주인! 발소리다! 수십 명의 발소리가 들린다!]

 

신이시여...

빠른 동작으로 문을 닫고 나서 창문을 내려봤다.

4층?! 여기가 그리 높았었나?!

 

[주인. 뛰어내려라!]

 

[저는 편지를 전달하고 죽는 겁니까!]

 

[착지는 짐이 맡겠다.]

 

"제길...실베스 씨에게 값을 많이 치르게 만들어야겠네..."

 

새벽<Daybreak>을 사용한 이후에 마나 컨트롤이 능숙해져서, 마나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을 뛰어내리면서 창문을 닫고,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다리로 착지했다.

도중에 레시아가 충격을 흡수해주는 마법진을 착지하는 땅에 펼쳐줬기에 안전하게 착지가 가능했지만, 릴리 기사단은 아직 밖에 많이 있었다.

 

[레시아.]

 

[왜 부르는가?]

 

[레시아가 저 앞을 가로질러서 시선을 끌어주세요. 실베스 씨와 만나던 장소에서 귀환마법 준비도...]

 

[알았다. 주인.]

 

레시아는 작고 검은 바람과 같이 질주하자...

 

"어머! 귀여운 고양이다!"

"야옹아! 이리와!"

 

여성도 기사단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 힘들고 고된 훈련에는 귀여운 동물만 봐도 관심이 끌리고, 쫓아가서 만지고 싶은 법이다. 아니면 평상시에 그러던가...

가장 큰 문제는 이곳의 지리를 모르기 때문에, 빠져나가는 루트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한 방향으로 직진.

그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 중 하나였다.

 

10분 정도 달리고 나서, 운동장 같은 곳에 도착했다.

출구는 앞에 보였으니 저기로 뛰어넘어가면 되지만...

 

"거기? 못 보던 얼굴인데? 여기는 실력 테스트하는 장소라서...혹시! 기사단 시험을 보러 온 거야?"

 

뒤를 돌아봤다.

뒤를 보기 싫다고 뇌는 말하지만, 몸은 안 보면 죽을 것이라 직감했다.

모습을 천천히 보았다.

눈은 백색의 스커트와 금색 테두리가 아름답게 새겨진 백색의 기사단 제복을 확인하고, 왼쪽 가슴 쪽에 달려있는 금색 독수리 휘장을 확인하는 순간.

 

'릴리 기사단장...루니아...'

 

뇌에서는 빠른 화학반응과 함께 결론을 내렸고, 빠르게 사고처리를 시작했다.

내 뇌 속에서는...

 

"이야! 큰일이네! 큰일이야!"

 

"답이없네! 답이없어!"

 

"큰일이네! 큰일이야!"

 

"답이없네! 답이없어!"

 

그만해! 이 망할 것들아!

뇌가 이미 폭주를 해서, 뇌 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간에 기사단 시험은 논외이지만, 그래도 기사단장이 특.별.히! 시험감독을 해줄게?

 

파도물결처럼 긴 웨이브의 금발이 바람이 나부끼고, 루비 같은 적색의 눈을 가진 기사단장은 왼쪽 눈으로 윙크를 하며, 매우 상냥한 목소리로 여유를 부렸다. 그렇다면 저기 있는 기사단장으로부터 도망가서,

내가 여기서 살아 나가기 위한 선택지를...살아 나가기 위한 도박을 실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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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적은 주인공을 굴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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