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2 - 1

07

 

주인과 사역마의 관계는 무엇일까?

사역마에게는 주인의 말을 따라야 하지만,

사역마가 마왕인 경우에는 내가 사역마의 말을 따라야 하지 않는가?

이런 경우에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사역마인지 모르겠다.

- 가위바위보 벌칙으로 레시아에게 고양이 어퍼컷을 맞기 직전에 스쳐나간 카일의 생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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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와 오늘이 바뀌는 새벽 0시가 되었다. 항상 시간은 제대로 맞물려 돌고 도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내가 쓰러지고 나서 시계를 봤을 때, 새벽 2시가 다 될 쯤이었다. 레시아는 카운터 위에서 멍하니 손님이 오나 안 오나 출입구만 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레시아? 제가 어퍼컷 맞고 기절한 사이에 손님이 왔나요?"

 

"아니.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하! 그럼 다행이네...

 

"어째서 강도가 올라간 거에요! 하마터면 정말로 죽을 뻔 했잖아요!"

 

"오오. 역시나 태클은 잊지 않는구나 주인. 이래서 주인이 활기차다고 하는 건가?"

 

"활기고 나발이고! 내가 사역마에게 죽을 뻔한 것은 변하지 않아요!"

 

어째서 이 마왕은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걸까?

보통 마왕의 이미지는...

 

"크하하하! 이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제..제발 목숨만은!"

 

"그럼 금화를 내놔라!"

 

"드...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이런 식으로 나가야 할 텐데. 지금 마왕은 내가 태클 캐릭터라고 인식하고, 그것에 맞춰서 파트너를 해주고 있다. 레시아. 지금 마계는 안녕하십니까? 기왕 생각나서 나는 고양이 혀로 빗질하고 있는 레시아에게 물었다.

 

"레시아는 마왕인데, 마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3층에 있는 사키엘의 문으로 자주 다녀온다."

 

"에? 언제요?"

 

"주인이 기절했을 때나, 주인이 외출하던 당시에 짐은 마계의 상황을 처리하고 오고 있도다."

 

역시 유능해서 그 짧은 시간에 일 처리를 하고 오는 건가?

 

"모두 마계 공작에게 배포해서 처리하고 있으니, 짐은 할 일이 없도다."

 

"마왕님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부하가 하기 때문이잖아요!"

 

"본래 높은 관직을 준 이유도, 짐이 그 가련하고 미천한 것들을 쉽게 부려먹기 위해서다."

 

결국 부려먹기?!

 

"그리고..."

 

고양이 발바닥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작았지만 체온은 있었는지 따듯했다.

 

"언젠가 그대도 내 밑에 둬서 마나창고로 사용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 마나창고...진심입니까?

 

"저는 마나창고나 되기 위해서 태어난 몸이 아닙니다."

 

"그럼 앞으로 그대는 무엇을 할 것인가?"

 

레시아는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앞으로 이 잡화점을 남에게 양도하면, 나는...

 

"할게 없으면, 마계로 오지 않겠는가?"

 

뭡니까? 꼭 어떤 남자가 자신의 상의를 젖히고 "하지 않겠는가?"라는 듯한 포즈는...

 

"마계로 오면 마나창고가 되는데요?"

 

"그러기 위해, 짐은 주인이 필요한 것이다."

 

마나창고가 되는 엔딩은 싫다.

그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잉여가 되는 것이 더 싫다.

 

"그보다 주인? 최근에 도박이 끌린다거나, 마약에 흥미가 간다거나, 어린애들을 범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레시아? 그건 또 무슨 끔찍한 소리에요?"

 

나를 어떻게 봐야 그런 끔찍한 소리가 나오는 겁니까?

하지만 레시아는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말이었다.

 

"짐은 '타락'이라는 단어의 마왕이다. 대부분 짐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을 하고 있었는데. 그대는 지금까지 타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물어본 것뿐이다."

 

"그거야 레시아가 고양이 모습으로 나에게 아무 짓도 안 하니까..."

 

"아니. 짐과 주인은 이어져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짐 안에 마나는 신성한 기운과 전혀 상반된 성질인 것이 당연한 것. 더군다나 인간과 이어져 있으면서, 짐의 마나는 주인의 몸을 침투하여 타락시키는 것이 이론으로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론이 어긋났다. 이거죠?"

 

"말 그대로. 이렇게 되면 주인의 정체가 어떻게 되는지 흥미가 돋는다."

 

"혹시. 목걸이 때문이 아닐까요?"

 

"비니스의 목걸이인가? 그것의 영향도 있지만, 주인의 체질을 나중에 조사해야겠다.

 

"조사 하지 마세요."

 

"그럼 해부를..."

 

"그것도 하지 마!"

 

그렇게 바보 같은 대화가 이리저리 다녀가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평화롭게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행복한 생활 중 하나가 아닐까?

바보 같은 말을 같이 할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딸랑~딸랑!

 

"어서 오세요? 뭘 찾으러 오셨나요?"

 

손님은 2m이상의 체구를 가진...네?

 

"여기가 엘티노스 잡화점인가?"

 

"마...맞습니다만...혹시 어느 종족인가요?"

 

말 그대로 어느 종족인지부터 물어볼 정도로 인상이 험악했다. 물론 개안이 된 눈으로 봤을 때는, 마나가 없었지만, 그 뒤에 사악한 것이...

 

"나는 긍지가 높은 웨어울프의 수장 실베스라고 한다네!"

 

악수를 청했다. 오! 그래도 사람다운 면모가 있구나!

악수를 하자. 체격과 동일하게 힘찬 에너지가...

 

"잘 부탁한다네!"

 

얼마나 힘차게 흔들었는지 내 몸이 위 아래로 상하운동을 하다가 결국 추락했다.

 

"크억...! 이건 또 무슨 벌칙이야...!"

 

[호오...저 기술도 짐의 가위바위보 벌칙에 사용하면 되겠구나!]

 

[이상한 것 보고 따라 하지 마시죠!]

 

"그래서...무슨 일인가요..."

 

힘들게 카운터에서 일어나고, 실베스 씨에게 대체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어이없는 소리를 듣고야 마는데...그 말은...

 

"한 인간에게 반했다! 그 인간과 나를 이어주는 물품을 달라!"

 

...

진짜 이건 뭐...

여긴 잡화점인데?

 

"이어주는 물품이라고 해도...밧줄이라도 드릴까요? 납치라도 하시게?"

 

벌써부터 나는 범죄자를 육성하는 잡화점이 되어가는가...?

 

"나는 긍지 높은 웨어울프다! 정면에서 부딪쳐야 될 사랑인데! 어디서 그런 얄팍한 수로 사랑을 얻으려고 하는가!"

 

실베스 씨는 정말 긍지가 높았다.

보통 사랑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근데 왜 인간에게 반한 겁니까?"

 

"그...그건..."

 

실베스 씨의 얼굴이 화악하고 달아오른 것이 느껴지는 변화였다.

실베스 씨의 피도 긍지 높게 빠르게 빠르게 반응하는 듯 했다.

 

"아! 더 이상 추궁하면 너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

 

실베스 씨는 정말 남자답게 나에게 경고를 했다.

그보다 누군지 모르면 내가 대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여기서는 더욱 더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바꿨다.

물론 여기서 겁먹고 낑낑거릴 생각은 없다.

 

"그럼 뭐 범죄로 이용되는 미약이라도 줘야 할 판인가요? 그거 참 긍지 높아 보이네요."

 

물론 이 가게에는 미약이 없다.

여긴 불법거래소가 아니란 말이야!

 

"인간! 나를 조롱하는 건가!"

 

"하기야 인간인 제가 감히 실베스 씨의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것에 대해 조사는 커녕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만일 그 여성이 실베스 씨를 보고 공포에 떨면, 그것도 하나의 사랑 중 하나인가요?"

 

"무...무슨?!"

 

실베스 씨가 많이 당황한 듯 하다.

 

"뭐 아깝네요. 죽이던 말던 상관은 없지만...누군지 모르면 도와줄 수는 없어요. 물품도 찾을 수 없고요. 아참...절 죽이시려고 했다면, 꽤나 상대를 잘 못 고른 거랍니다? 여기 있는 제 사역마는 저와 다르게 '우수'하니까요."

 

[호오? 짐을 칭찬하는 것이냐? 칭찬으로 가위바위보를 더 하겠도다.]

 

[칭찬으로 날 죽일 생각입니까!]

 

[그럼 그 칭찬은 무엇이냐!]

 

[그야 상대가 저를 죽이지 못하게 만드는 허세잖아요!]

 

[허세는 아니다. 저런 강아지는 짐이 목줄에 채우고 교육을 하면...]

 

[그 이상은 말하면 안 돼요.]

 

나중에 실베스 씨와 레시아가 프리스비 대회에 나가는 것을 상상했더니

그건 그거대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상황이었다.

 

[그럼 주인이 목줄을 차고 짐이 교육시키면...]

 

[조용히 해요! 대체 뭘 할 생각입니까!]

 

실베스 씨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도와다오! 인간! 나의 사랑을!"

 

실베스 씨가 절을 하는 순간, 바닥에서 "우지끈!"이란 불길한 소리와 함께 금이 갈라진 것을 보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움찔거렸지만, 실베스 씨를 일으켜 세우고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실베스 씨. 그보다 카일로 불러도 됩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제 사역마 레시아입니다."

 

실베스 씨는 여유로운 웃음을 띄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후훗...나는 긍지 높은 웨어울프! 나 또한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통한다!"

 

그러면서 늑대의 울음소리인 하울링이 울려펴지자. 레시아는 이렇게 답했다.

 

"짐은 레시아다. 잡견."

 

어지간히 화났나 보다.

 

"카일! 이 사역마는 뭔가! 나는 윤기 나는 털이 밤 하늘에 빛나는 웨어울프의 털과 같다고 말한 것 뿐인데!"

 

그 하울링 한 번으로 그런 엄청난 뜻이 다 들어 간 거냐!

밤 하늘에는 별이 있지, 웨어울프의 털은 없어!

 

"그보다 레시아의 본 모습은 고양이가 아닙니다.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 고양이로 지내는 것 뿐이죠."

 

"아무튼 카일 형제여! 나의 사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게!"

 

그래서 대상이 누구인지 아직 말을 안 했는데요 실베스 씨?

 

"잡견. 네놈이 좋아하는 암컷이 누군지 말하기나 하거라!"

 

"레시아! 부적절한 단어는 쓰지 마요!"

 

그러자 실베스 씨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ㅂ..."

 

"안 들린다. 더 크게 못하는가!"

 

"레베카 입니닷!"

 

레시아에게 많이 기가 눌렸나 보다. 웨어울프 수장이라면서요...

 

"카일 형제! 사역마가 많이 무섭다!"

 

"아..알겠어요! 그건 험악한 표정이니, 나중에 불쌍한 표정 연기는 연습하고 오세요..."

 

그나저나 레베카?

 

"근데 그 레베카라는 분은 뭐 하시는 분인데요?"

 

"레베카는 긍지 높은 웨어울프와 맞게! 왕국 기사단 중 하나인 '릴리'의 부 기사단장이다!"

 

...

릴리?

분명 그거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왕국신문

역시나! 대몬스터 전문 기사단! 릴리!

리는 여성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으로 예전부터 몬스터로 인해 피해 받은 여성들이다.

그 중에 기사단장인 루니아(나이는 밝히면 죽인다고 해서 밝히지 않습니다.)를 

필두로 오늘 새벽 1시경에 오크의 침공을 막아냈고,

그것도 모자라서 오크 캠프 5곳을 수 차례로 불바다로 만드는 업적을 새웠다.

그 공로를 알프레이드 왕자(24세)가 직접 상을 수여하였다.

그리고...(생략)

 

저기...실베스 씨? 상대를 너무 잘 못 고른 듯 합니다!

 

"저기 실베스 씨? 릴리라는 기사단은 뭘 하는지 아시나요?"

 

"확실히 모른다! 그러나 긍지 높은 기사단이 아닌가!"

 

이런 제길...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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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다행히도 제 글은 다 안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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