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3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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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존재함에 있어서 꼭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행성에서 자신의 가치와 살아있었다는 발자취를 남기는 걸까? 아니,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에 대한 가치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존재를 자신만의 각본으로 적어 넣어 최후를 맞이하게 하고, 또 다른 이들의 삶에 개입하여 수정하고 돌려놓는다.

 

“그 각본만 빼면 너는 대체 뭐가 되냐는 거야. 레이베리아.”

 

아무런 말도 없던 여신은 그대로 나를 바라본다. 저 표정에서 무슨 정답을 찾아야 할까? 아니, 꼭 정답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정답을 찾아도 사탕을 준 선생님은 없다.

 

“그렇다면 잡화점의 주인. 너는 지금 무엇이 될 수 있지?”

 

“나는 잡화점의 주인이지.”

 

“아니. 너는 신도 될 수 있지. 하지만 굳이 인간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 이유가 뭐지?”

 

“그야 내 사고방식은 인간이니까. 틀을 깨부수는 건 새로운 경지에나 올라갈 때의 이야기고, 아무리 생각해도 신이든 여신이든 인간이든 마족이든 모든 생명체에는 딱 한가지 공통점이 있어. 그게 뭔 줄 알아?”

 

그건 레이베리아의 각본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너는 진실을 꿰뚫기 때문에 어떠한 것이든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이 살짝 짧았어. 너는 진실을 꿰뚫어버렸기 때문에 그걸 왜곡할 수 있는 거야. 꿰뚫고 비틀기만 해도 상처는 더 커지고 심해지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너의 각본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 당장 자신의 운명이 너의 손에 달렸는데도 말이야.”

 

심지어 레이베리아를 창조한 창조주마저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스스로 모순된 세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야.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체 파멸을 위해서 모든 걸 망치고 있는 거라고. 물론 그 원인이 각본에 쓰여지지 않는 나겠지.”

 

어깨를 으슥이며 내 말을 마쳤다. 레이베리아가 진정으로 사용할 줄 아는 힘은 진실을 보고 그걸 바꾸는 것. 하지만 자신을 직접 창조한 창조주에겐 먹히지 않아, 다른 자들을 이용해 봉인하거나 쫓아냈다고 했지만, 내 경우에는 3개의 에너지를 합치기도 전에, 각본에 쓰여지지 않았다.

 

지금 내 생각으로 이 일이 가능했던 이유...

내 생각을 말하기 위해 입은 다시 움직였다.

 

“꽤 그럴 싸한 생각인데. 머나먼 미래를 보고 너에게 대항하기 위해 나를 누군가가 창조해냈어. 그것도 원래 없어야 하는 인물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수를 만들어내는 그 무언가...세상에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추측을 말해보자면.”

 

그리고 모두의 기대 속에서 한 박자 쉬었다.

뜸을 들이며 주변의 반응을 보고 다시 내뱉었다.

 

“아니. 그리 궁금하지 않으면 듣기 싫다고 하지.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내 옆에 있던 리제로트가 치켜 뜬 눈으로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자신을 잊고 레이베리아와 상대를 하기 때문에 지루해진 것은 아닐까?

 

“지금 레이베리아가 저를 이용해서 당신을 죽일 수 있다고 하잖아요! 지금 제가 당장 죽게 생겼는데 이곳까지 와서 그런 바보 같은 헛소리를 한 땀 한 땀 들으라는 건가요?”

 

“내가 말하는 게 뜨개질인 줄 알아? 하긴, 내가 생각한 추측으로는 구멍이 많을 거 같으니, 차라리 말을 하지 않았던 게 좋았을 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내 생각으론 너는 각본에 죽을 상이 아냐. 관상이 그리 말해주더라고?”

 

“사람의 얼굴만 보고 어찌 그리 판단해요? 당신 바보에요?”

 

“바보라니! 나처럼 평범한 낙제생이 어디 있다고!”

 

“그게 바보잖아요! 이 바보야!”

 

적을 앞에 두고 만담을 펼치니 기분이 묘하지만...

 

“아무튼, 내 존재의의는 결과적으로 널 막는 거야. 그러기 위해 잡화점의 주인이 된 거고. 원래 이 시간대에 있어야 하는 레이베리아가 없다는 걸 보면, 다른 시간대로 이동해서 진실을 마주하고 있겠구나. 뭐야. 따지고 보면 진실을 마주해도 인정할 수 없어서 이런 바보 같은 일을 만들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대야 말로 레이베리아의 최후인가.

지금 이 공간이야 말로 레이베리아의 묘비가 되는 셈이잖아?

추측이지만.

 

“굉장하네. 모든 것을 이용해서 날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를 했어. 마왕부터 시작해서 드래곤, 검은 달의 여왕, 최강의 여기사 등. 시도 때도 없이 내 주변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제서야 납득이 가기 시작해. 맨 처음에는 그들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

 

아리엘의 경우도 그렇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날 죽이기 위한 계획이었다.

 

“다만, 예상하지도 못한 방해와 변수 때문에 실패를 한 거지. 그게 어떻게 일어났는지,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도 아리송한 일이다. 사실 초창기에 레시아를 잡화점에서 소환할 당시. 나는 세상이 완벽하게 멸망한 줄 알았지만, 이는 과거로부터 내 영향을 받은 레시아가 성장해 마왕이 되었고, 천계와 휴전을 하면서 평화로운 세계를 이어 나아갔다.

 

만일 내가 없었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각본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군. 아니면...이것도 창조주가 계획한 일인가?”

 

다른 곳에서도 이게 모두 창조주의 계획이라면서, 공룡화석 파묻고 자신을 믿는지 시험하는 경우도 있지 않는가? 아니...이건 다른 이야기잖아.

 

결과적으로...

 

“창조주 또한 네가 그럴 거라 생각하고 날 만들어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으로 내가 창조된 건지 잘 모르겠네. 가장 확실한 건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의 방해만 되는 존재란 거지. 게다가 리제로트에게 어떤 각본을 썼는지 몰라도, 이미 그 각본은 유효기간이 지났잖아? 사실 리제로트의 최후를 각본에 쓴다고 한들, 그 내용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모순은 이미 일어났어. 각본가. 내 존재 자체야 말로 모순이야.”

 

쐐기를 꽂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니 내 할말만 무작정 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분위기가 대기를 짓눌렀다.

 

“웃기지마...웃기지마!”

 

날카로운 비명이 모든 공간을 지배했다.

 

“쇼는 아직이야! 각본은 계속 되어야 한다! 잡화점 주인이 나를 가로막는 방해꾼이라면!”

 

잠깐만? 그 거대한 에너지덩어리는 또 뭐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도 에너지는 존재했다. 창조주마저 쫓아냈던 레이베리아의 힘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항상 강인할까?

 

“모든 걸 걸고 존재자체를 소멸시켜주겠어!”

 

“뭐. 그 정도면 확실하게 위험하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요! 이 세계 자체를 지워버릴 것만 같잖아요! 왜 그렇게 태연하세요!”

 

확실히 아직까지 인간적인 상식을 지닌 리제로트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다면

 

“그러네. 태연하게 있으면 안 되겠네. 지금 여기서 사라진다면 네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이게 시간대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나로 인해 제대로 이어져야 할 미래가 서서히 끊어지고 붕괴한다면...

 

“레이베리아의 무덤이긴 하지만, 내가 직접 죽인다면 미래는 보존되겠군. 그렇지?”

 

나는 엘티노스에게 받은 붉은 버튼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거대한 빛의 구체가 조금이라도 땅에 닿으면 모든 걸 소멸할 기세로 타올랐으나, 지금은 그 공간만 사라진 체 무산이 되어버렸다.

 

“그럼 이곳의 레이베리아의 힘을 모두 제거하고 살려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뭐라고요?”

“뭣이?”

 

단순한 질문이잖아. 왜 오물을 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싸늘해진 분위기를 어떻게 만회를 할까? 애초에 이런 일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 존재하지 않는 걸까?

 

“왜 그런진 굳이 이유를 묻지 않겠지만, 그런 식으로 날 바라보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단순한 질문을 이상한 망상력을 사용해서 기묘한 이야기를 써 내리지 말고.”

 

“당신은 정말 변태야...”

 

“뭘 생각했는지 대충 예상은 가지만 난 네가 상상한 그런 사람이 아냐. 이곳에 버리고 가기 전에 눈빛부터 고쳐줘...”

 

사람을 죽일 눈빛이 많지만 정신적으로 참살해버리는 저런 눈빛...

어린애가 얼마나 수라장을 겪었길래 저런 눈빛까지...아니, 나 때문에 수라장을 겪고 있었으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쯤은 일도 아니겠구나.

 

“불안전 변태는 완전 변태든 그런 단어는 곤충에게 맡겨버리고, 레이베리아. 한 가지 협상을 하도록 하지.”

 

“같은 미래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함인가? 하지만 거절한다.”

 

“글쎄. 아까와도 말했지만 나 자체가 모순이라...그 거절은 거절할게. 아니면 힘으로 막아보던가?”

 

내 말 한마디에 레이베리아는 사라졌다.

그리고.

 

“죽어!”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딱히 뭐라 설명할 것도 없는 거대한 하얀 구체.

 

“그렇게 질 낮은 에너지 덩어리로 죽으라고 해도 쉽게 죽지도 않아. 히드라!”

 

왼팔에 감겨있던 사슬들이 검은 빛을 띠며 서서히 거대해졌다.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9머리의 괴수. 모든 걸 집어삼키는 자는 세상을 향해 침을 흘린다. 거대한 입이 벌어져 레이베리아가 쏘아 올린 에너지를 먹어 치우고 더 성장했다.

 

“잡화점의 주인...이런 맛없는 걸 먹여놓고 협력을 하라니?”

 

“맛없는 것치곤 너무 상큼하게 먹는데?”

 

농담을 주고 받아도 언제나 흐름을 끊는 건 리제로트의 말 한마디.

 

“장난치지 말고 제발 제대로 싸우실래요!”

 

제대로 싸우면 분량이 안 나오는데...

뭐, 별로 상관 없나?

 

-샤아악!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빛이 내 주변을 버터처럼 잘라냈다. 땅속에 파묻는 것도 모자라, 이 행성의 내핵까지 파묻을 기세로 사라졌고,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용암은 튀어나와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행성의 핏물이 이곳 저곳에서 튀어나왔으나, 오히려 부동자세로 오른손을 펴 입을 열었다.

 

“황혼!<Dusk>”

 

-파앙!

 

하얀 실선이 레이베리아의 몸을 꿰뚫었으나, 잠깐만의 경직이 있을 뿐 곧이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다시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건 면역이 된 건가?

 

“제길.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에너지인가.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르군...”

 

“그럼 못 먹는 거냐?”

 

“아니. 빛으로 이루어진 건 껄끄러울 뿐. 다만 먹기엔 좀 거부감이 있지. 마치 가지 볶음을 처음 먹는 듯한 그런 기분 말이야.”

 

“어째서 예시가 구체적이냐?  그 미묘한 식감에 대해선 나도 동의를 하지만...”

 

세상을 집어삼키는 녀석이 그 세상의 극히 일부인 채소를 껄끄러워 한단 말이야? 날로 갈수록 이 녀석도 편식이 늘어가는구나?

 

“너의 힘은 창조주와 같은 것! 하지만 나는 창조주를 이미 뛰어 넘었다! 그런 나를 막을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아!”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레이베리아의 눈을 당당히 마주하며 나는 입을 연다.

 

“그래? 마법이라고 생각하는구나. 확실히 인간이 일으키는 기적은 마법이라고 하지. 그렇다면 그 마법은 일으킬 수 있는 위대한 기적 중 하나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너를 나락으로 몰아넣을 위대한 기적을 보여줄게. 히드라! 내뱉어라!”

 

나의 말에 맞춰 지금까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먹어 치운 에너지들을 거대한 검은 광선으로 내뱉었다. 리제로트와 월터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묵묵히 지켜보고 있지만, 그래. 이게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기괴한 싸움방식이긴 하지.

 

“네가 황혼<Dusk>마저 먹히지 않으면 이걸 써야지?”

 

본래 창조의 에너지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지만 인간의 틀을 넘어설 수 없는 나에겐, 간편한 옷이나 무기를 만드는 제작마법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틀을 벗어나 우주의 이치를 알고, 모든 걸 통달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은 나야 말로 최악의 신이 되리라 생각한다.

 

“극야!<Polar Night>”

 

모든 것을 다시 어둠으로 바꿨다.

말 그대로 더 이상 빛이 없는 장소.

모든 장소 중에서 가장 고독하고 추운 곳이다.

 

“뭐...뭐야? 이건? 방금 전에 걸어왔던 그 터널인가?”

 

“아니. 여긴 좀 달라. 이곳은 내가 추방하고 싶은 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만든 공간. 각본가는 이곳에서 퇴장한다.”

 

리제로트에게 설명하면서 내 손을 슬쩍 보았다. 겉보기엔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일까? 뭐, 그건 둘째치고...

 

“뭐야. 이 공간은? 어째서 또 다른 내가 잠들어 있는 거지? 방금 전에 미래로 갔던 ‘나’마저?”

 

“이번 기적은 월식의 힘을 빌렸어. 솔직히 나 혼자서 이런 바보 같은 공간은 만들지 못하거든. 그리고 솔직히 너만 불러오려고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월식의 힘이 또 다른 차원까지 영향 받은 모양이네.”

 

당황하는 레이베리아와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레이베리아‘들’

 

“네가 가장 미래에서 왔으니까. 너만 깨어있는 거야. 시공간의 규칙을 부수고 돌아다니는 불멸자에겐 가장 잘 어울리는 벌이지.”

 

“흥! 그렇게 따지면 너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아니, 적어도 리제로트만큼은...”

 

오해할 여지가 있으니 아직까지 질질 붙잡고 있던 레이베리아에게 말했다.

 

“아니. 그건 좀 다르지. 첫째로 나는 모순덩어리에 불과해. 그리고 둘째는 리제로트는 아직 잡화점의 의뢰인이야. 의뢰인이 자신의 결과에 만족하면 의뢰는 끝나지만, 의뢰인으로 남아있을 때까진 잡화점에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주긴 한다고? 그리고 셋째로...잡화점은 나보다 더 강하거든.”

 

-콰앙!

 

“결국 인간을 벗어났구나. 이래서 골치덩어리는 잡화점의 주인일 자격이 없다니까?”

 

흔히 카린의 모습처럼 코발트 블루의 긴 머리를 한 소녀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잡화점 안에서 나왔다.

 

“그래서 다급하게 잡화점의 규칙을 바꾼 거 아냐. 내가 잡화점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슬슬 가자. 너 때문에 일이 너무 복잡하게 되어버렸어. 신경 쓰지 않고 되돌아가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새침한 눈으로 보다니. 츤데레같잖아.”

 

“네가 츤데레처럼 생겼으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지.”

 

무슨 농담이 그러냐...

내가 어딜 봐서 츤데레라고?

 

“자, 잠깐 기다려!”

 

한 때 여신이였던 존재는 내 소매를 붙잡았다. 언제 다가와서 붙잡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생각을 좀 하면 지금도 무서운 여신이잖아?

 

“이대로 날 두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모든 시공간에 있는 각본가를 없애다니? 지금 이렇게 돌아가면 너의 평상시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맞이하게 된다고! 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잡화점 멤버들을 그저 나 하나 때문에 버릴 셈이야?”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거 같으니 말해주지.”

 

리제로트와 월터를 먼저 잡화점에 데려가라고 세린에게 눈치를 추고, 레이베리아의 눈높이를 마주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았다.

 

“네가 조작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그녀들이 날 좋아하도록 만들어서 나는 수많은 죽음을 뛰어넘었지. 모든 것에 대해 모순으로 비틀며 살아갔으니까. 각본은 어디서부터 시작한 건지 몰라도, 어린 레시아가 나를 만났던 것부터. 너의 각본은 오랫동안 진행되었어. 그러니...이제 너의 각본이 없는 진짜 세계를 내 눈으로 볼 예정이야. 그러니 너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쉬도록 해. 그 누구도 너의 잠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아냐...절대 안 돼! 지금의 나라면 몰라도! 유랑극단으로 타락한 나라면 몰라도! 적어도! 한 때 위대한 창조주를 따라 정의감으로 무장한 각본가는 풀어줘! 그러지 않으면 세상은 완전하게 엉망이 될 거라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붙잡힌 소매를 거칠게 옆으로 털었다. 힘에 끌려가듯 레이베리아의 몸은 휘청거리며 옆으로 돌아갔고 확실한 거절을 위해 짧게 대답했다.

 

“거절하지.”

 

“안 돼! 돌아와! 제발 이 아이만큼은 데려가 달란 말이야!!!”

 

잠들어있는 레이베리아 중. 한 명을 들고 힘겹게 몸을 끌어보지만, 내가 잡화점에 도달해서 문을 닫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검은 나무로 칠해져 있는 나무바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곧 이어 잡화점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이베리아를 극야<Polar Night>로 내던져버린 이후...

 

“주변에 방이 완전히 다 사라졌네.”

 

이변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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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패러독스가 시작 됩...<-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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