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3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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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이라면 평생 여장을 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점. 결국 불행해지는 건 잡화점에 돌아오고 나서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찾아온 나의 거주지라는 것은 또 다른 태클의 시작이었으니까.

 

“주인은 짐의 저주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가? 흐응...짐에 대한 애정이 식었구나.”

 

“남에게 저주를 씌운 것이 어떻게 애정의 표현으로 될 수 있는지 서술해보시죠. 5점을 드릴 테니까.”

 

“1번이니라.”

 

“객관식 아니라고!”

 

애정이 식었네 뭐하네 하는 주제에, 결국 검은 고양이 상태로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레시아. 13대 마왕이고 타락의 마왕이면서, 결과적으로 내 사역마였으나 지금은 결혼을 했으니까 부부관계인데. 솔직히 어떤 부부가 남의 옷에 저주를 퍼붓냐고?

 

아마.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레시아의 입장에서는 나는 좋은 마나 창고나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좋은 장난감 하나라고 취급하겠지.

 

“그렇군. 주인은 그 옷이 귀엽지 않아서 해주를 한 것이로군.”

 

“아니. 남자가 여장을 한다는 그 자체부터가 이미 글러먹었다니까요.”

 

“뭐 아서라. 짐이 조만간 더 귀여운 옷으로 주인에게 선물할 테니 말이다.”

 

“아 글쎄! 여장 때문에 벗어 던진 거라니까요!”

 

이렇게 소리를 쳐도 레시아는 레시아 나름대로만 생각을 하는 중이다. 어깨 위에 올라온 하얀 올빼미는...

 

“마스터에게 입혀야 할 옷은 그런 거추장스러운 여장이 아닙니다.”

 

“그래도 시나 밖에...”

 

“저처럼 하얀 날개를 단 천사복장을 해야 합니다.”

 

“도대체 너희들이 왜 그런 걸로 싸우는 건지 이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태세전환이 우디르를 넘어 드랙스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제발 나를 피곤하게 하지 말아줄래?”

 

잡화점 안에 돌아가도 고생하는 건 마찬가지. 그래도 밖에서 골치 썩는 것 보단, 여유를 가지고 조그마한 트러블에 대응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잡화점 창가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몸과 정신의 피로를 달래보려고 했으나, 어린 아이처럼 달라붙는 레시아와 시나에 의해 편하게 쉰다는 단어가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나중에 지구로 모여서 롤링발칸이라도...아니, 너무 갔으니 그만하자.

 

“뭐. 이렇게 하루 종일 붙어있게만 해준다면 여장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말이다. 그러나 주인은 인기가 은근히 좋다. 아니, 좋아도 너무 좋다. 어째서 연관되는 사람들마다 주인을 원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저를 원하는 게 아니라 제가 일을 해결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건 사람의 호불호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와 위치가 어디인지부터 파악해야 하는 일이다. 잡화점의 주인은 기괴하게도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긴 하는데, 잡화점이라면 보통 진귀한 물건이나 대규모의 잡화물품을 의뢰 받는 건 줄 알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해결사나 잡일을 처리하는 1회용 노동자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 규모가 매우 커서 그래도, 의뢰의 보상이 어째서인지 백장미의 매출을 못 따라가고 있는 아이러니함마저 의구심이 들기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를 하기 위해 나를 지목하는 사람과 몬스터가 많이 있었다.

 

과거에 실베스 씨가 기괴한 청혼을 위해 도와달라는 말부터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할 거니까. 리제로트의 의뢰만 처리하고 돌아가죠.”

 

“그리고 그녀도 잡화점에 들어오는 겁니까? 마스터?”

 

“아니. 리제로트까지 과거로 데려갈 이유는 없지. 그런데, 지금 당장 레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경찰서에서 풀려난 모양입니다. 이 세상에는 초능력자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만, 레인의 경우에는 감춰주고 숨겨주는 자들이 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 아리엘이 터벅터벅하고 걸어왔다. 조금은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진 키가 크지 않은 상태. 아니...오히려...

 

“왜 키가 작은 거냐?”

 

“무슨 소리에요? 제 키는 원래부터 작았다고요? 아담한 사이즈를 좋아한다는 카일 씨의 성향에 맞춘 건 아니라고요?”

 

“듣기만 해도 오해 수치가 100정도 쌓일만한 발언은 그만둬라. 그리고 미묘하게 츤데레 캐릭터를 따라 하려고 들지도 말고. 너의 캐릭터는 애초에 뭔지 나조차 이해가 안 되니까.”

 

“전에는 마신을 한번 했었죠.”

 

“그런 거 말고!”

 

자주 못 봐서 그런 건지 몰라도, 사람이 성장을 한다면 키가 크고 있다는 걸 느껴야 하는데, 아리엘의 경우에는 키가 작은 건지 아니면 저게 성장한 건지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보다 마왕님. 여신님. 제 자리가 없잖아요!”

 

“그보다 신랑. 내 자리는?”

 

루시피나는 요리하다 말고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내가 교제를 한다고 했을 때 정상적인 취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늘씬한 미녀. 레드 드래곤의 일족임과 동시에 첫 혼인 대상자다.

 

어른스러운 면이라기보단 다정다감한 누나의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 평상시의 모습이고, 루시피나가 화를 낸다면 그것보다 더 살벌한 상황은 없다. 그나저나 내가 어쩌다가 이런 말이 들어야만 했을까? 아니, 그보다...

 

“모두가 그렇게 몰려오면 제 입장이 어떻겠어요?”

 

“행복하지 않는가?”

 

“행복이기 이전에 힘들다고요!”

 

모든 남자들이 그런걸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미녀나 미소녀들이 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달라붙는 상황이 현실로 찾아온다면, 사실상 좋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소리다. 최소 0.3초 동안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는데, 과연 저 사람들이 다 달라붙으면 나는 숨이라도 쉴 수 있는가?

 

생존부터 걱정하는 내 입장에선 행복하기 이전에 살아 돌아갈 수 있느냐가 더 걱정이다.

 

“그래도 짐의 취급을 공기로 하는 것보다 좋지 않는가? 아니면 뭔가? 짐이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어 공기취급으로 되는 걸 원하는 것인가? 역시 주인은 은팔찌를 차야 하는 인물이로다.”

 

“아뇨. 언제 공기취급을 했는데요? 제가 레시아를 공기취급 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마스터. 저희들의 출현이 어째서 잘 일어나지 않는지 설명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희들이 그 기괴한 여장만 시키지 않았더라면, 나의 행적은 잡화점 내부로부터 시작했겠지!”

 

일어날 때 개운하게 일어나면서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평화로운 나날을 기리고 있다만, 요즘 들어 자고 있는데 계속해서 결계가 깨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부부인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초죽음 상태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늘도 눈을 떠보니 여장이 되어있었습니다. 라는 상황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야.”

 

“맞습니다. 마스터.”

 

“아니라고!”

 

하긴 이미 여긴 평범이라는 말이 치고 들어갈 수 없는 건가? 내 인생에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더 이상 견우와 직녀마냥 만날 수 없는 건가? 아니, 만날 수는 있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실에 불과하나?

 

혹은 내가 평범에 도달할 수 없다는 진실을 가지고 있거나, 나는 평범할 수 있다는 진실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말장난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결국 평범이라는 단어와 사이 좋게 지낼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한숨을 접어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주인에게 밀착하려는 자들이 많은가!”

 

“어째서긴요. 레시아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이 건에 대해선 정리가 필요하겠다!”

 

뭔가 또 난장판이 될 징조가 보인다. 안 그래도 리제로트의 의뢰를 빨리 해결하고 과거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레시아가 저러면 의뢰는 과연 언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뭐 어쩌시려고요. 1주일마다 달라붙을 수 있는 사람들을 지정할 겁니까?”

 

“아니. 짐이 주인에게 달라붙어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짐이 주인의 곁에 없을 때는 그 누구도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겠노라!”

 

너무 당당한 나머지 이 고양이가 무슨 소리를 해도 못 알아 들을 지경이다.

 

“말도 안 됩니다. 냥캣. 그런 억지를 부리기 전에 냥캣의 인성을 다시 되돌아보시는 것이 어떠한지요?”

 

“짐은 본래 마왕이니라!”

 

고양이와 올빼미가 또 한바탕 싸우고 있는 동안, 방 안에서 짜증나는 목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지 않는가! 모처럼 첩이 자고 있는데...어라? 카일이여! 언제 온 것이냐?”

 

성인이라고 보기엔 한참 힘든 외형이지만, 연한 초콜릿 피부를 가진 소녀는 사실상 어마어마한 신급의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짙은 흑색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을 무렵.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흔들의자가 더 뒤로 젖혀짐과 동시에 무게가 늘어났으니...

 

“아아.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 하지 않는가? 첩은 언제나 카일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홍빛 잠옷이라는 게 그리 귀엽지는 않았지만, 마리아는 자신의 얼굴을 내 가슴팍에 파묻었다.

 

“자, 잠깐만! 허무의 공작! 짐이 보는 앞에서 주인에게 뛰어들다니!”

 

“어라? 아까 마왕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마왕님께서 붙어계실 때는 그 누구도 상관없다고.”

 

“아직 개정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조만간 세린에게 찾아가 내 개인적인 방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그보다, 잡화점의 규칙에 개정하려는 건 아니겠지?

 

잡화점 규칙에 나에게 달라붙는 규칙을 적는다면 그거야 말로 골치 아픈 건 없지만, 애초에 주인은 나라서 내가 직접 개정하지 않는 이상, 그런 바보 같은 규칙은 늘어나지 않는다.

 

잠깐? 규칙이라?

 

“맞아! 규칙! 규칙을 개정하면 되는 일이었어!”

 

“마스터?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요?”

 

뜬금없는 나의 외침에 시나가 당황한 듯 묻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는 규칙을 바꿀 수 있으니 솔직히 내가 인간이든 아니든, 마지막 항목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는 이름 아래에 인간을 뜻한다. 그러니까 저 어떤 사람이라는 말을 제대로 바꾸기만 하면, 내가 인간을 초월하든 말든, 잡화점의 주인으로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려고 하길래, 다른 방법이 없는지 생각했는데, 그냥 잡화점의 규칙을 잠깐이나마 바꾸면 되는 거였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네. 이제 리제로트의 의뢰만 어떻게 해결하면 과거로 그냥 돌아가자고. 미래에 더 있는 건 위험하니 말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마스터.”

 

“응?”

 

“마리아와 얼마나 붙을 생각이십니까?”

 

사, 살기!?

 

작은 올빼미에게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이전에!”

 

나는 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안 그러면 레시아와 작정하고 또 다시 마법을 날릴 테니까.

 

“지금 나가서 할 일이 있어요.”

 

“안 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사랑을 증명해보거라!”

 

“뭘 증명해요!”

 

“그렇다면 사랑의 저주를...”

 

“그건 사랑도 뭣도 아니잖아!”

 

결과적으로 다시 저주받은 여장을 당하기 전에, 모두를 설득하는데 애쓰고 모두가 진정할 때쯤 시간은 흘러 새벽에 이르렀다. 언제나 규칙에 따라 잡화점 운영을 하고 있는 나는, 레시아와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리제로트라는 자는 전에 주인을 납치한 자가 아니더냐? 그런데 이번엔 목숨을 구해줬으니 도와달라는 건가?”

 

“뭐. 그런 거라기보단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엘 샤다이를 말하는 건가?”

 

“괜찮아. 문제없어. 라는 대사를 하기 싫으니까 이상한 요소를 가져오지 마시죠.”

 

검은 고양이에서 가지런히 앉아있는 여성으로 변한 레시아. 지금 상태에서 정신방어가 약한 사람이 본다면 죽거나 심한 경우 침을 흘린다고 하는, 변칙적인 패시브를 지니고 있었으나, 잡화점 멤버에는 정신방어능력이 모두 뛰어났으니 발작을 일으킬 일은 없었다.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을 스윽 하고 쓸어 내리며 팔짱을 끼고 있는 마왕. 그러면서도 위압감이나 카리스마는 여김 없이 뿜어져 나왔다. 칠흑의 드레스로 무장된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

 

“그래도 그런 장비는 괜찮은가? 에서 그런 말장난은 괜찮은가?로 변환하면 써먹을 수 있지 않는가?”

 

는데...진지하게 생각한 것이 겨우 그거라는 생각에 내 자신이 화가 났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그런 생각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아뇨. 못써먹어요.”

 

“써먹을 수 있노라!”

 

어디까지 우기는 거냐.

 

“리제로트가 뭔가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랑극단이건 레인에게 암살당하던 둘 중 하나는 못 막을 거 같네요. 잡화점 안이 가장 안전하지만...”

 

“유랑극단의 신분이 있으니 이쪽에서 보호하는 것은 무리로군.”

 

분명 또 “주인은 어린아이가 그렇게도 좋은가!”라고 말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기대한대로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서 레시아가 대답했다.

 

“맞아요. 지금 상황에선 유랑극단과 선전포고를 한 이상. 리제로트를 통해 이곳의 위치가 들킬 수 있어요. 기껏 가짜 좌표를 깔아놔도 포위망이 좁아지는 판국에, 트로이목마처럼 들어오는 날엔 끔찍한 경험을 하겠죠.”

 

“맞다. 그 뼈다귀 샌...”

 

“제발 부탁인데 그 이상 다른 요소를 가져오면 아이언 클로부터 날릴 겁니다. 그러니 그만하시죠.”

 

진지한 이야기에 ‘골’판지 같은 개그가 나오면 진심으로 때릴 테다.

진정한 양성평등주의자는 여자에게도 드롭킥을 선사할 수 있는 신사이지 않는가?

맞을 짓을 하려고 매를 벌면 사랑의 매로 다독거리면 된다. 물론 그 사랑의 매가 아이언 클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마스터.”

 

눈빛보다 더 새하얀 소녀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시나? 자고 있는 중 아니었어?”

 

“이야기 소리가 들려서 깼습니다.”

 

분명 잠이 많긴 하지만, 새벽에 이야기 소리가 시끄러워서 깨어날 줄은 몰랐다. 언제나 내 몸 속에서 동화를 한 체 휴식을 취하지만, 지금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전혀 없을 텐데.

 

“흥! 그대로 영원히 자고 있지 그런가? 비둘기.”

 

“비둘기가 아니라 올빼미 입니다. 냥캣.”

 

“어쨌든간! 지금은 주인과 짐의 사랑의 밀담을 하고 있지 않는가! 방해가 되니 저 구석진 곳에서 웅크리고 자기나 하거라!”

 

“제가 눈을 감는 장소는 언제나 마스터의 품입니다. 이렇게 꼬옥하고 안으면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언제부턴가 나에게 안겨서 하품을 하는 시나.

 

“잠깐! 언제부터 나에게 안겨 있는 거야?”

 

“주인!”

 

“아니! 잠깐만! 이상해! 킹 크림존이 있는 거 같아요! 지금 시나가 저에게 안기는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남았잖아요!”

 

진노하는 레시아를 진정시키려면 얼마 동안의 노력이 필요할까? 한줄기의 희망은 있는 걸까? 음...이때는...

 

“레시아도 오시던가요...”

 

-꼬옥

 

“비어있는 반은 짐의 자리니 넘보지 말거라.”

 

“냥캣이야 말로 제 영토를 침범하지 마시죠.”

 

이제서야 저 둘을 어느 정도 다루는 요령이 생기는 듯했다.

 

“정해진 운명을 부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자연의 순리대로 맞춰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운명을 부수고 다른 미래를 새겼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자연의 순리대로 맞춰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지요.”

 

레시아와 시나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마왕과 여신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갈등되는 고민 속에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듯한 모습과는 달리, 신비로운 운명론에 대한 무거운 분위기만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주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스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 사람의 질문은 하나로 뭉쳐졌다.

 

“모르죠. 저야.”

 

내가 어찌 알겠나?

 

“어쩌다가 운명이 부셔진 것마저 운명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운명이란 건 생각하지도 않아요. 원인과 결과와 나비효과가 겹쳐진 게 운명이라고 해도, 솔직히 그게 운명인지 아닌지는 알게 뭡니까? 막말로 제가 다른 세계에서는 레시아와 대적관계가 되었을 때도 레시아가 지던 이기던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그건 안 된다. 주인을 이겨서 짐에게 복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대화의 취지는 운명 같은 거 생각하지 말자라는 거고! 어째서 저를 복종시키는 건데요!”

 

딴 이야기로 빠져나가는 게 마왕의 일인가?

 

“그때는 제가 마스터에게 가호를 내리고 있을 테니, 냥캣은 소멸이나 당하시는 게 편할 겁니다.”

 

뭐...다른 세계에서도 레시아와 시나는 싸우는구나.

애초에 존재 할 일이 없는 세계일 터인데...

 

“서로 싸우지 말고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세요.”

 

“주인의 품이 짐의 방이다! 여기서 자겠다!”

“마스터가 계신 곳이 제 휴식처이니 이 상태로 잠을 청하겠습니다.”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는데 자장가부터 불러주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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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축구 때문에 일찍 퇴근하고 써내렸다가 지금 올립니다.

꽤 늦었는데...원인은 당연히 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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