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3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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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이동을 자유자재로 하는 사람이 나 이외에 하나 더 있긴 했다. 아니, 내 경우에는 원하지 않았는데 불행하게도 휘말린 거고, 이전에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은 티아의 도움으로 간 것. 하지만 지금의 켈모리아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찾아온 것이다. 당연히 놀러 온 이유는 아닐 것이고, 지금의 나에게 볼일이 있어서 다가 온 거 같은데...

 

“세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나와 같은 사람. 그리고 나 같지 않은 사람‘들’”

 

“꼭 거기에 강조할 필요가 있나? 그보다 내가 알고 있는 켈모리아와는 다른 나이인 거 같은데?”

 

켈모리아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강조했다. 그보다 저 모습은 몇 살이지?

 

“숙녀의 나이를 물을 셈이야? 아무리 귀엽다고 한들 여자의 비밀을 쉽게 알려고 해선 안 되지. 안 그래?”

 

도대체 왜 이런 녀석과 그 저주받을 보드게임을 한 거야? 그 전에, 내가 만났던 켈모리아와는 나이가 좀 달라 보인 이유라고 한다면...

 

“확실히 나이는 그쪽이 만난 것보다 더 어리긴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거야말로 자네가 쓸 때 없이 미래에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차원이 합쳐지려는 영향 때문이야.”

 

“그럼 너는 평행세계에서 온 켈모리아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방금 전에 봤던 이비도 평행세계의 이비. 모두 다른 선택지를 하여 이곳까지 온 존재들이야.”

 

다른 선택지?

 

“그럼 너는 평행세계에서 왔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켈모리아는 화사한 웃음이 태양빛에 반사되었다. 보통 저런 웃음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사심이 가득한 분위기가 켈모리아 몸 주변에서 오러처럼 퍼지고 있으니...

 

“뭐. 그렇지. 내가 있는 세계에서는 카일이란 남자는 없어.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거든. 그나저나 이렇게 보니까 자네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들기 시작하는데, 그게 그 옷의 저주인가? 아니면 자네가 귀여운 건가.”

 

“옷의 저주야. 100% 옷의 저주네. 저주에 오염되기 전에 지금 당장 이 옷에 있는 저주를 풀어주면 맨 정신으로 돌아오겠지. 나도 다른 사람들이 저주로부터 오염되는 걸 피하기 위함인데, 역시 나는 의로운 일에 움직이는 남자야. 그렇지 않아?”

 

남자라는 말을 강조한 이유는 부디 내 성 정체성이 남자라는 것이야 말로, 평행세계에서 온 켈모리아가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람이었다. 남자가 여장을 하는데 그 여장이 더 잘 어울려서 여자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특정 조건이 붙어서 꼭 여장을 해야 메리트가 있다면 모를까...지금 내 모습은 저주받을 백장미의 양산만 가속화하는 경우가 되니.

 

“해주를 한다면 그 마법진 위에 올라와. 릴리스에게는 이미 들어놨으니 자네가 오기 전까지 준비하고 있었거든.”

 

“내가 오기 전까지?”

 

“나는 마법에 있어선 모든 걸 통달한 마법사. 제 2의 엘티노스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그건 네 자칭이잖아.”

 

“그래도 엘티노스 이외에 마법에 대해 모든 걸 꿰뚫은 사람은 나 밖에 없어. 애초에 내 앞에 있는 남자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일보 직전이고...시공간술사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자네는...아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미루도록 하지.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다고?”

 

“내가 있는 세계의 아리엘은 너무 어리광을 부려서...3시간동안 나를 한번이라도 만나지 못하면, 나를 찾겠다고 카멜롯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대니까.”

 

어리광을 부리는 아리엘이라. 얼마나 심하길래 카멜롯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지?

 

“그 아이. 그쪽 세계에서는 어때?”

 

“이쪽에는 장래에 어둠이 드리울만한 은근 사디스트 종류로 진화 중이다.”

 

“그런가? 자네도 고생이 많겠군. 뭐 나야 귀여운 아이들이 주변에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귀여운 아이들이 주변에 있으면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마음 고생이 많이 심할 거 같은데. 결국 마법진 안에 들어온 나는 켈모리아의 박수 소리와 함께 모든 옷이 날아가기 시작...

 

“야! 잠깐만! 모든 옷이 싹 다 날아간다는 말은 없었잖아!”

 

모든 옷이 날아가버려서 급하게 한쪽 팔로 가리고, 다른 팔은 거대한 천을 만들어 감쌌다. 이럴 때야말로 편리한 창조에너지라고 말하고 싶으나...아직까지 동요한 마음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네는 여장을 하기 싫어서 해주 한다고 들었다만? 그렇게 강력한 저주가 담긴 옷을 하나하나 해주를 하고 벗는 건 시간낭비라고? 그러니 한꺼번에 태워버려서 날려버리는 게...”

 

“나는 수지침이 없는 줄 아냐!”

 

“수치심이겠지. 그리고 자네의 몸을 관찰해야 할 만한 일이 생겼다네.”

 

“관찰?”

 

어느 사이에 내 등 뒤로 공간이동을 한 켈모리아. 그리고는 이리저리 옮기면서 나를 바라보는데...

 

“환생이야?”

 

“내가 틈만 나면 트럭에 치여서 죽는 줄 알아? 환생하는 대부분이 사고로 죽어서 환생한다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환생이 아니라 무한 루프에서 다른 선택지를 고른 거야. 그런데 그건 왜?”

 

“증상을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으니까. 자네가 지닌 신격화는 결국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리니, 그걸 또 조사해 봐달라는 의뢰가 있었다. 비록 이런 허름한 구두점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자네가 인간을 벗어나는 일은...그게 ‘운명’이라고 보면 되겠지.”

 

“운명? 결국 나는 신이 된다는 거야?”

 

“맞아. 잡화점을 떠나야 한다는 소리야.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말도록. 지금 잡화점의 주인은 자네니까.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정말 희망찬 설교로군.”

 

평행세계에서 잠깐 넘어온 켈모리아는 그나마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내가 카멜롯에 방문했던 켈모리아는 아직까지 충동적으로 해결하려는 어린애 같은 성격 덕분에, 결국 일이 비틀어져서 적대를 하고 말았고, 결국 황혼<Dusk>로 인해 마법의 근본을 날려버렸다.

 

과거를 잠깐 떠올리던 머리를 뿌리치고 이제 내가 궁금해 하는 걸 물어보자.

 

“그런데 그 평행세계의 카일이 없다는 건. 내가 죽었다는 의미야?”

 

자신의 안경을 치켜세운 켈모리아는 눈웃음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어느 평행세계를 다 뒤져봤지만...없었어. 아마, 이곳만 유일하게 네가 살아남은 세계겠지.”

 

“이곳이 유일하게 내가 살아남은 세계라...”

 

다른 평행차원의 카일들은 뭘 한 거냐! 가위바위보에서 지기라도 한 건가?

 

“대부분 카일이 아니라 ‘카린’이라는 이름의 여성체들이니까.”

 

“왠지 그거 내가 돌연변이 같잖아. 그 이전에 이곳에서 수많은 남성체 카일이 있다는 사실만은 알아둬! 잠깐만, 따지고 보면 유일하게 내가 남성체로 현재 진행중인 카일인가? 머리가 느닷없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잖아! 다 너 때문이야!”

 

카일이라는 남자가 없다는 말은 아마 잘못된 사실이고, 다른 평행세계에는 카린이라는 여성체가 많다는 의미겠지. 그게 무슨 시스터즈도 아니고? 레벨 올리는 강화재료로 쓰이는 것도 아니잖아.

 

“그 중에 60%정도는 엘티노스와 결혼에 성공했지.”

 

“듣자 듣자 하니 쇼킹한 사실만 계속 내뱉는데, 그런 암울한 평행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켈모리아는 입을 가려서 웃었다.

요염한 웃음에 느끼는 감정은 짜증이었지만...

 

“아무튼 해주는 끝났고 갈아입을 옷은 다 갈아입은 거 같은데?”

 

“아니.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옷이 자동으로 입혀주는 줄 알아? 네가 여태껏 뒤를 돌아보지 않으니까 내가 옷을 입지 못하는 거 아냐?”

 

“부끄러워?”

 

“시끄러워!”

 

옆에 릴리스도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어서 더 거부감이 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난장판이지? 어쩔 수 없이 옷을 입긴 하지만, 주변에 마법방패<Magic Shield>를 방벽처럼 쌓았다. 언제나 기초에서 응용하는 내 사고방식은 벽을 만들면 편할 텐데, 굳이 저렇게 다중으로 소환해서 쓸 때 없이 낭비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투시할 수 있으니까 상관은 없는데?”

 

“제발 너는 고개 좀 돌려!”

 

켈모리아에게 소리치며 빨리빨리 입었다. 릴리스는...뭐. 그래...어차피 갈 때로 간 사이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어차피 사라지라고 해도 환영마법이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녀석이니까.

 

-스윽. 스으윽.

 

“호오~”

 

“너 진짜 엿보는 거면 아이언 클로가 튀어나오는 거니 조심해라.”

 

“자네는 이런 아름다운 미녀에게 폭력을 휘두를 셈인가? 야만적이지 않는가?”

 

“너는 지금 남자의 여린 몸을 탐닉하면서 음흉하게 웃고 있을 거냐? 오히려 네가 죄를 더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괜찮다. 자네는 남자이지 않는가? 여장을 했을 때가 더 부끄러워야 하는 것 아닌가?”

 

남자라고 해서 수치심이 없는 게 아니라고! 부끄러운 거에 뭐가 더 부끄럽고 아니고가 어디 있는가? 한결 같이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다. 머리 맞는 거와 배 맞는 게 어느 쪽이 더 아프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맞으면 다 아프다.’라는 대답이 정상적으로 나와야지.

 

“조만간 너는 성범죄로 끌려가게 될 거야.”

 

“자네야 말로 조심하는 게 좋지. 자네의 주변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건 잡화점 멤버 일부가 멋대로 변신하는 거고! 실제로 내 취향은 어린아이가 아니란 말이다! 은팔찌가 내 손목에 걸리기 전에 너도 잡혀갈 거다!”

 

이른바 “저 사람도 나쁜 사람이에요!”라는 물귀신 작전으로 말이지.

 

“농담은 이쯤 하면 되나.”

 

켈모리아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위기를 밥상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켈모리아와 눈이 마주치자.

 

“평행세계가 사라지던 말던 나는 상관이 없지만, 모든 평행세계가 사라지고 나면 끝이 날까?”

 

켈모리아의 질문이 날아와 내 머리를 때렸다. 모든 것의 끝이 있다면 또 다시 모든 것의 시작이 있을까? 한 때,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내 의견을 듣고 싶은 거냐?”

 

“물론.”

 

“정답은 나도 모른다야.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지금 당장 엘티노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겠고...시나도 어느 순간 자신이 존재하여 세계를 창조했다고 하니까. 시나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하겠지.

 

“그렇다면 자네가 알게 될지도 몰라. 창조주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 결국 모든 것이 사라져도 자네가 재창세를 할 테니까. 세상을 창조하면서 시공간의 개념이 생기면, 그에 따른 평행세계는 또 다시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갈 거야.”

 

“모든 세계가 끝장이 난다고 해도 너는 태평하군?”

 

“당연하지. 어차피 이대로 살다 끝날 것이 아닐 텐데.”

 

“마치 내가 이 일을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내가 해결 할 일은 리제로트의 의뢰다.

 

“그 아이가 말했잖아. 자신의 운명을 바꿔달라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까?”

 

정해진 운명을 먼저 알아야 회피를 하던 말던 하지.

 

“왠지 모르게 리제로트의 운명을 알아내려면 심하게 고생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만?”

 

“그래도 의뢰를 받았으니 굴러야 하겠지?”

 

제길.

어째서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아가는 걸까?

그냥 태어난 의미가 굴러다니는 돌보다 더 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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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은 쉬고 싶은데...

일이 바쁘니 또 못 쉬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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