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 - 5

05

 

비니스의 꽃을 리타 씨에게 넘겨준다고 하면, 그 사신에게는 과연 무슨 말을 전해야 할 지가 문제로 남아있었다. 물론 앞으로 하루 더 남았지만, 비니스의 꽃은 먼저 온 사람이 임자라고 생각하자.

앞으로 이 바보 같은 의뢰를 잡화점에서 받아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늙어가는 기분이 든다. 애초에 잡화점이 아니라 용병 의뢰소 같은 기분이랄까?

 

오전 0시 00분 13초를 가리킬 쯤 손님이 왔다는 종이 여김 없이 허리를 흔들면서 매혹적인 소리를 내고 있다. 마왕님...아니 이제 이름을 지었으니 레시아는 종이 울리는 소리에 따라 고양이 귀를 새우며, 고개를 들었다.

 

"어서오세요. 리타 씨."

 

나는 환하고 태양 같은 업무 스마일로 리타 씨에게 인사를 하자. 리타 씨도 인사를 웃으면서 받아줬다.

언제나 인상적인 녹안이 눈 웃음을 하면서, 비니스의 꽃을 확인하려는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듯 했다.

 

"리타 씨가 원하는 물품은 다른 분이 더 있지만...먼저 오셧으니 받으세요."

 

아직 개화 전의 비니스의 꽃은 유리병에 잘 포장하여 리타 씨에게 건네줬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제 왕자님을 살릴 수 있겠어요."

 

벌써부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산토끼처럼 제자리에서 뛰고 있었다.

부디. 저 위험한 꽃을 제대로 사용하길 바라면서, 제발 아무런 사고가 터지지 않기를 빌었다.

평화가 제일이라는 말은 하루에 죽음을 왔다 갔다 하는, 내가 가장 공감하는 말로 변했기 때문에...

 

"주인. 그런데 정말로 괜찮은가? 짐은 마음이 좋지 않다."

 

"사랑을 하는 소녀가 저리도 열심히 노력하는데 응원해야죠. 레시아."

 

"그런가...?"

 

"날짜도 바뀌었고, 가위바위보 한 번하죠."

 

"좋다. 주인. 죽을 각오를 다해 덤비도록!"

 

"그건 레시아 성에 찾아온 용사님께 할 대사예요."

 

오늘도 죽음을 불사지르는 가위바위보의 끝은 단판 나의 패배다.

내가 바위를 내고 레시아는 보를 냈는데, "고양이 낙화장!"이란 소리와 함께 벽에 박혀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일은 마음속으로 묻어두자.

 

***

 

사신에게는 미안하게도 비니스의 꽃을 구하지 못했다고 정중하게 사과하면, 내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최근 새벽 4시에 닫고 아침 8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나의 피로 누적도는 오늘도 쌓여만 가고, 레시아는 고양이인 모습으로 사물을 염력으로 조종하여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보다 본 모습을 못 본 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게 될 찰나...

 

"호외요! 호외!"

 

내 잡화점에 돌을 던지는 아이를 보고 문을 열었다.

그보다 왜 돌을 던지는 거야? 노크라는 멋진 단어를 가진 행위가 있는데?

 

"이봐. 꼬마야..."

 

"저는 꼬마가 아닙니다! 어엿한 숙녀 아이니스라구요!"

 

키는 140cm정도 되는데 짧은 은발머리가 꽤 특이했다.

은발과 밝은 청색의 눈동자, 이목구비도 뚜렷하여 성장하면 꽤나 남자를 울리는 여우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그래. 아이니스. 우리에게는 노크라는 예절이 있잖니?"

 

"엄마가 그 잡화점은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랬어요."

 

이 잡화점은 널 해치지 않는단다. 이 망할 꼬마야!

라는 말을 꾹 눌러 삼킨 체 어른으로 대응했다.

 

"괜찮단다. 이 잡화점은 잘만 사용하면, 네가 원하는 물품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럼 하늘에 떠있는 직녀성을 갖고 싶어요."

 

"널 하늘 위 건너편으로 보내는 것이 더 빠르겠구나."

 

아이니스가 귀엽지만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 하는 것으로 봐선,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뭐...농담에는 농담으로 받아 칠 수 밖에.

 

"그래서 신문은 하나에 얼마인데?"

 

"5실버에요. 그리고 특급기사가 1면에 짜짜잔~!"

 

과장된 몸짓을 하면서 서서히 다가왔다. 5실버를 주고 신문을 받아 1면 기사를 보는 순간...

 

왕국신문

알프레이드 왕자 영혼 소실사건!

프레이드 왕자(24세)의 영혼이 오늘 새벽 3:50분 경 소실된 체

돌로 굳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왕국 마법 수사팀에서는 네크로멘서들의 지부인 '시체협회'를 중심으로

왕국 마녀 지부로 알려진 '마녀들의 연회'까지 협력수사를 벌였다.

왕국 수석 마법사 하멀 레이비스의 추측으로는 

누군가가 전설로만 듣던 비니스의 꽃으로 왕자의 영혼을 훔쳐간 것으로 말하고 있다.

이에...(생략)

 

내가 새벽에 빌었던 소원이 이렇게 무심히 산산조각이 나게 되었다.

리타 씨! 대체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그나저나 아저씨? 안색이 왜 이리 창백하세요?"

 

"아니. 꽤나 충격적인 1면이구나. 그보다 아저씨 아냐."

 

"아저씨가 아니래. 야옹아."

 

야옹아?

밑에 보니까. 레시아가 아이니스가 언제 꺼냈는지 모르는 육포를 받아 먹고 있었다.

 

[레시아? 거기서 뭐해요?]

 

[육포를 받아 먹고 있다.]

 

[아니! 왜 여기까지 나와서 육포를 받아 먹고 있냐 구요!]

 

[육포가 맛있어서다.]

 

틀렸어.

대화의 캐치볼이 이미 소실 됬어.

 

"이 고양이는 레시아라고 한단다."

 

"레시아요? 아저씨 전 부인 이름이에요?"

 

"나 20살이야! 그리고 아저씨 아냐! 오빠라고 불러! 그보다 너 몇 살이야!"

 

"숙녀 나이를 묻다니 최악이네요! 더럽혀질 것 같아!"

 

"남 듣는데 헷갈리는 소리 좀 하지마!"

 

이 꼬마 정체가 뭐지?

내 정신상태를 박살내려고 찾아 온 암살자인가?

 

[꼬마를 상대로 진심이 되다니. 주인도 아직 어린아이로다.]

 

[내가 어린아이가 아니라 저 꼬마가 늙은 거야!]

 

[그전에 수습해야 될 일이 있지 않는가?]

 

아...제길...

아직 왕국 수사팀이 리타 씨를 못 잡은 것으로 봐선, 리타 씨도 상당히 잘 숨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대륙을 다 수색해서라도 찾아야 하나...말아야 하나...

 

애초에 리타 씨를 찾을 방법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는 집주소라도 받는 건데..."

 

[주인. 애초에 집주소를 받아봤자. 거길 버리고 도망 가는게 뻔하다.]

 

"집주소라뇨? 전 부인이요?"

 

"부인 없다고!"

 

그보다 아직도 안 갔냐?

 

"아저씨 머리카락 주세요."

 

"그건 왜?"

 

"머리카락이 필요해서요."

 

"이유가 되지 않아!"

 

아이니스는 작은 볼을 부풀리면서, 내 머리카락을 작은 손으로 몇 가닥을 강제로 뽑았다.

생으로 뜯겨나가는 신체의 일부가 단말마를 지르는 사이에, 저 멀리 도망간 아이니스가 이렇게 외쳤다.

 

"추적마법 배워서 평생 쫓아다니면서 놀릴거다! 메롱!"

 

이런 망할...

내 머리카락이 이상한 녀석에게 강제 드랍되다니!

근데 아까 머리카락으로 뭐라 하지 않았나?

 

[머리카락으로 추적마법이라...낡은 방식이지만, 주인. 그걸로 뒤를 쫓을 수 있노라.]

 

[레시아. 그게 정말이에요?]

 

[의심스러워서 리타라는 발칙한 여자가 가게에 나가자마자 몰래 머리카락을 모아놨었다.]

 

[본래 그 머리카락은 무슨 용도였는데요?]

 

[저주를 걸기 위해 짐이 미리 모아놨었다.]

 

무서워!!!

 

[하지만...추적마법이 그리 간단하나요?]

 

[머리카락으로 추적마법을 하려면, 대상이 100M 이내에 있어야 발동이 되기 때문에 보통은 술래잡기나 숨바꼭질 할 때 쓸 수 있다.]

 

[그럼 그거 반칙이잖아요?]

 

[그렇지. 짐도 많이 해봐서 안다.]

 

마왕님께서는 숨바꼭질을 할 때, 비겁하게 추적마법을 사용해서 찾았답니다.

대체 이건 무슨...

 

[그럼 레시아도 리타 씨를 찾는데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나는 주인의 소원대로 같이 잡화점을 운영하는 사역마다. 사역마가 주인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없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든 탐문을 해보죠.]

 

***

 

술집과 여관을 모두 다 둘러봤지만, 리타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우리에게 이름을 가명을 말하고 접근했다는 것이야 말로 기초 중에 기초일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외형을 말하면서 2시간을 허비한 결과 놀랍게도...

 

"어린 아이들에게 간단한 마법을 알려주는 떠돌이 마법사 말인가?"

 

"떠돌이 마법사...요?"

 

"확실히 아이들 중에서 마법으로 재능을 보이면, 그 집에 찾아가서 제자로 키우고 싶다고도 말한 적이 있지."

 

한 노인은 베이컨을 썰며 예기했다.

그보다 그 접시는 제 접시입니다만?

 

"그 여자는 어디에?"

 

"공원에 항상 있다네..."

 

그 말을 끝으로 내 베이컨까지 모조리 먹어 치운 노인은 자리를 뜨고, 나는 그 노인분의 몫까지 계산을 마쳐야만 했다. 노인이 말하던 공원에 가까이 가자, 추적마법이 발동되었고 공원의 정 중앙으로 이끄는 실이 내 눈에 나타났다. 그리고 파이론 정 중앙에 위치한 공원에 드디어 리타 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둘러 쌓인 것만 빼면...

 

"...저기 리타 씨? 이런 어린아이들을 선동해서 뭐합니까?"

 

[주인. 아이들은 전부 최면상태에 빠졌다.]

 

레시아의 경고를 듣고는 리타 씨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야 파이론을 흔적 없이 태우기 위해서죠."

 

재능 있는 아이들의 기초마법을 알려주고 그것을 증거인멸을 위한 병기로 사용하겠다는 말이랑 다름이 없다. 애초에 파이론이 위치상 왕국과 가깝기도 하고, 2번째로 수색되는 마을이 파이론 마을이기 때문에, 마그노스 마을이 맨 처음으로 수색이 되는 틈을 타서, 리타 씨는 지금 모인 아이들로 증거인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많이 잔인해 지셨군요. 그보다 리타라는 이름도 거짓이겠죠?"

 

그러자 느긋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 진짜 이름은 프렌시아. 검은 달의 여왕 소속의 마법사죠. 뭐...세간에는 범죄집단이라고 하지만..."

 

"그러면 그 왕자를 사랑했다는 것은 거짓인가요?"

 

"아니요. 그건 진심이에요. 사실 너무 좋아서 미칠 지경이죠."

 

사랑에 너무 미치면...다 이렇게 되는 건가?

 

[주인. 저 여자는 진심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거다.]

 

세상에나...

무서워서 살겠나?

 

"드디어...내 왕자님을 담을 그릇만 완성되면, 병도 치유되고 제 옆에서 오랫동안 사는 거에요~. 아아~! 왕자님..."

 

황홀한 표정으로 개화된 비니스의 꽃이 담긴 병을 볼에 쓰다듬으면서, 눈은 이미 광기에 휘몰아친 눈이다.

 

"아무튼. 이제 계획에 방해가 되니까...사라지세요?"

 

"그건 의문형으로 하면 안되잖...!"

 

어린 아이들이 벌써부터 1랭크 기초마법인 마법화살<Magic Arrow>을 장전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주머니 속의 그 머리카락은 제 꺼 맞죠? 그걸로 추적하는 것으로 봐선, 당신도 조금 유능한 마법사로 될 수 있는데...지금은 적이니까 어쩔 수 없네요."

 

프렌시아의 말이 끝나자 마법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주인! 보호막을 펼치거라!]

 

[어떻게 하는지 몰라!]

 

그나마 주변에 숨을 만한 장소를 찾아 급하게 뛰어가지만, 비를 못 피하듯이 여러 차례 긁힌 뒤에야 건너편에 있던 분수대에 몸을 맡겼다. 물론 그 분수대가 앞으로 얼마 못 가는 것만 뺀다면...

이 틈에 프렌시아는 도주를 했는지, 모습은 없고. 남은 것은 어린아이들 뿐.

 

그 사이에는 아이니스도 끼어있었다.

 

[레시아. 저 최면 어떻게 할 수 없나요?]

 

[저런 최면 짐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인의 마나를 좀 많이 받아가야 할 꺼야.]

 

[아무것도 아니라면서요?]

 

[머리가 있다면 생각해보거라. 저 수십 명의 어린아이들의 최면을 단체로 풀어야 하는 입장인데, 마나가 얼마 안 들거라 생각하는가?]

 

[...잘 부탁합니다.]

 

생각이 없다고 질타를 받았지만, 지금은 급한 만큼 알아서 해주길 빌었다.

몸에 뭔가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는 순간, 레시아의 눈에서 붉은 빛이 짙게 발광했다.

 

"마법해제<Dispel>"

 

단지 4자를 말했을 뿐인데 사지에서 힘이 빠져나가 분수대에서 앉게 되었다.

그보다 마법해제 주문이 마을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최면에 풀린 아이들은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는 의문을 표한 체 아무런 기억에도 없다는 듯이 되돌아갔다.

 

"마을 전체를 덮어버렸잖아! 과소비 하는 겁니까!"

 

[오오. 그 상태에서도 태클은 나오는 건가? 주인. 정말 골수 태클 캐릭터 답도다.]

 

[거기서 내 개성을 칭찬해도 나오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파이론 마을을 덮은 이유는 2가지. 첫 번째는 마을 사람들까지 최면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마왕.

생각이 매우 깊었다.

다른 이들도 아이들을 순순히 내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부모들의 마음은 아이들이 그저 고생 안하고 튼튼하게 자라주기만 하면 되니까. 마법은 정신적인 고통이 따르는 직업이고, 학식도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어린애가 멀리 가는데 걱정 안 하는 부모는 어디 있는가?

그런데...

 

[2번째 이유는요?]

 

[왕궁 수사팀의 호출이다. 이 정도로 강한 마법을 발산했는데, 수사팀 또한 수상해서라도 파이론에 먼저 올 것이 뻔 할 테니까.]

 

결국 수라장으로 만들겠다 이 말인가...?

이...이보시오 레시아님!

 

[뭐...만약 비니스의 꽃이 주인으로부터 얻은 사실이 들키면...감옥 행이지만.]

 

[감옥이라니! 내가 감옥에 가다니!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어허헣...

 

[그러니까 주인이 이 일을 되도록이면, 종지부를 찍어야 하느니라. 마침 수사팀도 움직이기 시작하구나.]

 

[그 먼 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하나요?]

 

[앞으로 4시간 남았다.]

 

무슨 서든데스입니까!

4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천천히 생각했다. 아직 마나를 얼마나 줬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14시간이 걸린다면, 집에서 한숨 자고 나왔을 텐데.

 

[추적마법은 짐의 마법해제 주문으로 깨져버렸으니, 이번엔 짐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거라.]

 

[알았어요. 레시아.]

 

그리고 그렇게 4시간이 제한시간인 프렌시아와 두근두근 숨바꼭질이 시작됬...

두근두근은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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