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3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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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조사를 받는 와중에 자신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장을 했는데 그게 하필 검은 고양이 코스프레였고, 살인미수를 한 인간이 자신의 잘못은 스틱스 강 저 멀리 던져버리며 멀쩡하게 이야기 하고 있고, 하필 건들인 사람이 적과 아군을 둘째치고 거대한 기업의 영애라고 한다면, 지금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사고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다각도로 사람을 미쳐버리게 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더군다나 나는 한마디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했다. 어차피 조사를 받는 건 레인이지 내가 살인을 저지르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초능력을 이용한 범죄는 일반 경찰이 조사하기엔 무리가 있다. 뜬금없이 샤프심이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는 기괴한 현상을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그 말을 믿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니 이건 무슨 해프닝인가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끝나긴 하겠지만...

 

“저도 피해자라니까요? 세상에 총알처럼 빠른 샤프심으로 죽을 뻔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날아드는 방향을 보아 시민들 사이에서 날아들었다는 건데, 그런 연약하고 힘 없는 시민은 저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라고요. 제가 비록 이런 이상한 가면을 써서 믿지 않으시려고 하겠지만, 제 옆에 있는 여자친구도...아니. 코스프레 일 때문에 여장한 친구도 무서운 경험을 했다니까요? 안 그래도 소극적인 사람인데 이 일로 트라우마가 되면 어쩌겠어요?”

 

참으로 당당하게 자기가 저질러놓고 수습하기 위해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매우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보다 여장한 친구라고 떠벌린 순간, 모든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은 가지각색으로 바뀌었다. 뭐, 코스튬 플레이 문화가 있긴 하니까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방금 이 녀석 나를 여자로 착각했었지? 조만간 때릴까? 그리고 누가 소극적이야?

 

“당신. 본부에 직접 전화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저 남자를 잡아가는 게 좋을 걸?”

 

서리가 피어 오르듯한 리제로트의 말에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나이가 어려도 카리스마가 타고난다면 자신보다 더 작은 어린 아이에게도 압도당할 수 있다. 하긴, 힘을 가진 자야말로 카리스마가 있기 마련인가?

 

그것도 아닐 텐데...

 

“우선 경찰서까지 가시죠. 그보다...”

 

나를 바라본 경찰은 잠깐 고민하며 경직된 체 서 있었다. 나에게 끊임없는 불안감을 심어주는 행동을 5초동안 하다가, 다시 옆에 있던 리제로트가 입을 열기를...

 

“그 사람은 놔두세요.”

 

여전히 나에게 볼일이 있다는 건가?

 

[레인은 괜찮을까?]

 

릴리스가 경찰관 사이에서 유령처럼 통과한 체 나에게 날아들었다. 다른 이들에게 허상이라고 해도, 그 허상이 내 손을 붙잡을 때는,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따듯했다.

 

[레인이야 알아서 해결하겠죠. 레인도 인맥이 없지 않아 있을 테니까요.]

 

자기가 일을 벌이고 수습하는 걸 밥 먹듯이 하는 녀석이니까. 저런 일에 익숙하다고 한다면...

 

[문제는 저에게 처해진 상황이네요.]

 

리제로트는 살며시 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잠깐 같이 차를 마실 시간은 있겠죠? 만약 없다면 그런 모습으로 조사받으러 가셔도 상관 없어요?”

 

천천히 경찰서로 끌려가는 레인을 바라보며 한숨을 마음속으로 포장했다.

 

“좋아. 옷의 저주를 풀어야 하지만, 잠깐의 휴식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런데...”

 

“유랑극단의 간부가 어째서 적의 입장인 자신과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은 거죠? 유랑극단은 애석하게도 결단력이 거의 없는 단체거든요. 당장 죽어야 할 적일지라도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일 뿐이에요.”

 

“그런 것도 각본가가 다 쓴 거야?”

 

각본가의 존재는 모든 일을 미리 적어놓고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만, 레이베리아의 힘이 그렇게까지 전지전능하지 않았나 보다.

 

“아뇨. 이건 각본과는 별로 상관 없어요. 아무리 레이베리아라도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보다 제가 맛있는 찻집은 잘 알고 있으니 따라오시죠.”

 

적어도 옷의 저주라도 풀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 여장이 리제로트 입장에선 보기 좋았나 보다. 정상적인 옷을 입고 있었을 때는, 기어가는 지네를 바라보는 듯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표정이 많이 나아졌다. 그런데...

 

“꼭 이렇게 걸어가면서 공개처형이라도 해야겠냐?”

 

“괜찮아요. 월터가 저희를 지켜줄 거에요.”

 

“내가 내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줄 알아? 이런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게 싫다는 거야.”

 

“저주가 걸려서 벗지도 못하잖아요? 이렇게 된 이상 당당하게 커밍아웃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장으로 커밍아웃을 왜 하는데? 여장을 당했는데 그런 비참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아.”

 

“여장을 하던 말던 자신의 신변에 대해 궤변을 늘여놓는 건 잘 하시네요.”

 

“궤변이라니? 나처럼 정론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없다고? 모든 세상사람들이 전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나야.”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으니 이 말싸움은 내가 이긴 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 이기고 지는 걸 따지는 내 입장을 잠깐 생각하자니, 너무 비참해서 머릿속에 있는 휴지통에 넣고 삭제를 누르기로 하자. 찻집에 따라가는 내내 월터의 팔을 바라보았는데, 샤프심임에도 불구하고 무기보다 더 심한 살상력으로 끌어올린 레인의 공격을 버티고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잘만 움직였다.

 

“그러면 당신은 지금 이 세상이 잘못 되었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 건가요?”

 

“인지는 하지. 어차피 이 시간대에서 내가 사라지기만 하면 되잖아. 나도 본래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서 미칠 거 같아. 그러나,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라서 말이지. 추후 미래의 유랑극단에 대한 일도 처리하고 싶으나, 애석하게도 우리끼리 싸우면 모든 곳이 다 멸망해버리니, 어쩔 수 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뒤집지는 않는다고.”

 

“뒤집는다면?”

 

“레이베리아와 일기토를 벌일 생각도 하고 있어. 하지만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어.”

 

리제로트와 월터의 걸음이 멈추고 나도 따라서 멈췄다.

 

“왜 나를 구해줬지?”

 

내 한마디에 리제로트는 우두커니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당신이 죽는 건 각본에 없으니까요. 애초에 각본엔 당신의 이름도 특징도 적히지 않아요.”

 

“내가 적히지 않는다는 건 예전부터 일어난 일이지,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어.”

 

정해진 각본이었다면 죽었다는 건가? 아니면 그 각본에 쓰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구해준 건가? 아니, 날 구한 목적은 따로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각본에 없다는 의미는 정해져 있는 결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증거. 그러니 당신을 한 번 살려주고, 그 은혜로 저에게 정해진 결말을 부셔달라는 의뢰를 하고 싶은 거에요.”

 

[호오? 꼬마가 제법 머리를 쓸 줄 아는데?]

 

나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던 릴리스의 감탄사는 내 귀를 때렸다. 유랑극단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의뢰를 했다는 말은, 적과 아군의 구분을 떠나서 일단 같은 배를 탄다는 의미가 되는데, 의뢰인이 배신을 안 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저 어린 표정에는 절박함이 드러나있다.

 

“그래? 내가 널 살려줬으니, 너도 날 살려달라 이런 소리구나.”

 

“멋지게 돌려 말했는데 당신은 낭만이 없군요.”

 

“의뢰를 받는 순간부터 낭만이고 뭐고 없어. 배신하지 않는다면 나는 의뢰인을 최대한 도와주는 것뿐이야.”

 

그러니 배신을 하면 그 이후엔 어찌될지 모른다는 협박을 미리 깔아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제로트는 흔쾌히 손을 내밀었는데. 악수라는 건 기본적으로 “서로 잘해봅시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은 손을 붙잡고 살짝 흔들며 의뢰를 받아들인 찰나.

 

[자기? 아무래도 다른 곳에 위험이 생긴 거 같은데?]

 

[위험?]

 

리제로트가 이제 와서 자신을 미끼로 함정을 팔 이유는 없고.

 

[위험이라면? 적습은 아니겠지?]

 

일부러 위험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면, 명확한 정보를 모르는 모양이다. 유랑극단이 보낸 자객이라고 생각하기엔 의구심이 드는데...

 

“카일~ 어디서 다른 소녀와 놀기 위해 비밀친구 서약을 하고 있는 거죠오?”

 

역시나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대체 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거대한 검기가 리제로트와 월터를 노리는 게 아니라, 정확히 나를 노리며 뿜어져 나왔다. 공중으로 날아갈 만큼 힘껏 도약을 하자마자 기이한 밧줄이 날아왔는데, 마법방패<Magic Shield>로 내 주변을 감싸며 빠르게 회전시켰다. 밧줄은 빠른 회전에 튕겨나가고 안착한 자리에서 루비아와 루니아 누나를 마주했다.

 

“그보다 명백하게 저를 먼저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요?”

 

“당연히 카일이라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안일하게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 하물며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그런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이지 않는가? 특히 나에게...

 

“당신들도 같이 찻집에 가시죠?”

 

리제로트는 나와 마주할 때와는 전혀 다른 호의적인 미소와 함께, 루비아와 루니아 누나에게 권유를 했다. 물론 귀여운 걸 보면 환장하는 루니아 누나라면 받아들이고도 남았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유랑극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섣불리 승낙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귀여운 카일을 데리고 온 거랍니다아. 차는 잡화점 안에서 마셔도 상관 없거든요오.”

 

“그런가요? 그럼 그 잡화점에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상상이상의 전개가 나오고 있어서 나 또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사실은 흥미진진하다기 보단, 여기서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 더 무서웠지만, 이제 하다못해 집까지 찾아오려고 한다. 지금 유랑극단들이 잡화점을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이렇게까지 말하는걸 보면 그냥 날로 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기다려. 잡화점은 아직까지 유랑극단은 아직까지 적이야. 너를 잡화점에 들어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 1%가량이 있어도 지금은 안돼.”

 

아까까지만 해도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는지, 얼굴이 살짝 풀어진 리제로트가 다시 정색을 하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흐음? 어여쁜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꼭 한번 찾아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진정으로 노리는 건 잡화점 멤버들이냐?

리제로트의 눈빛이 살짝 번뜩인 걸로 보아 진짜인 모양이다.

 

“꽃밭에서 놀고 싶은 건 소녀의 마음이라고요?”

 

“내 표정을 읽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네가 말하는 꽃밭의 의미는 아무래도 전혀 다른 의미인 거 같으니까. 안 된다고 해둘게. 실제로 꽃밭에서 꽃들만 있는 줄 알아? 곤충도 있고 지렁이도 있고 그 사이에서 사냥하고 있는 고블린도 있다고.”

 

몬스터들의 숲에 2박 3일로 캠핑을 해봐야 꽃밭도 전혀 아름답지 않다는 걸 깨닫겠지. 실제로 네펜데스 돌연변이들이 사람을 집어삼키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차이점이 있다며 그냥 네펜데스는 가만히 있고, 돌연변이들은 직접 뛰어서 사람을 집어삼킨다.

 

“당신은 아직까지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 잘 모르시나 보네요?”

 

“글쎄? 사람이 많은 것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여장하면서 이상한 잡지 모델이나 하는 삶은 원하지 않거든.”

 

잡화점에서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건 없지만, 마냥 긍정적일 수 없는 이유라면, 아직까지 따라다니고 있는 투명한 카메라 같은 것들이, 온 종일 날아다니면서 잡지의 재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리라.

 

물론, 지금 카메라를 든 루니아 누나 또한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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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연재주기가 길어지고 있네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기간이 매우 짧아서, 제가 휴일 없이 야근을 1달에 30일정도를 하고 있거든요.

 

집 오면 새벽 12시부터 2시인데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이니.

적어도 7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 와중에 글을 쓸 시간보단 제가 설계쪽의 일을 하면서 설계와 관련된 것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네요.

 

역시 직장인의 삶은 힘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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