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3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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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중에는 헛것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내가 되는 날이다. 몽마의 여왕답게 잠을 자고 있지 않아도 환상으로 나타나, 이곳 저곳 대려다 달라고 하고, 실물을 먹지도 못하는 주제에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보면 나 혼자 아이스크림 2개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보고 있으리라. 애초에 여장을 한 상태에서 아이스크림 2개를 들었으니까, 다른 사람이 보면 아이스크림을 매우 좋아하는 여장이 잘 어울리는 변태라고 보겠지.

 

그래, 아이스크림 2개를 드는 건 별로 타격이 없으니, 제발 여장이라도 풀어줬으면 좋겠으나, 레인이 따라다니기까지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더 이곳으로 쏠렸다. 옷에 저주가 묻어서 존재감이 더 올라간 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도, 시도 때도 없이 떠들고 있는 레인은 내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저번에도 진공청소기로 모든걸 다 정리했죠.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시체도 남기지 않고 다 빨아들인다고요?”

 

“그래? 너는 헌터들이 판치는 곳에서 나타나는 게 좋지 않겠냐? 환영극단인지 뭔지 하는 곳에 들어가면 잘 받아줄 거 같은데?”

 

“저는 넨을 사용하지 않는데요?”

 

가끔씩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때도 이 세계는 여전히 미쳐있다는 사실만을 깨달을 뿐이다. 다른 설정과 배경이 섞여버리는 기괴한 현상. 원인이라고 한다면 나와 레인이 각자 소유하고 있는 잡화점이, 하나의 시공간에 같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잡화점의 중추인격인 세린과 자주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잡화점 하나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뿐이고, 무리해서라도 지금 남아있는 방법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도 유랑극단이 미래를 난장판으로 만드는데, 본래 시간대인 300년전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사실...안전하다고 생각은 한다.

 

어차피 300년 뒤에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어도, 지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미래에는 누군가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판단을 했거나, 아니면 자신이 직접 찾아오면 잡화점이 그때는 3개가 될 테니까, 모든 평행차원과 함께 붕괴될 위험이 있으니, 일부러 찾아오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30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아무런 일 없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한번쯤은 미래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어 복권이 있다.

 

물론 내 경우에는 300년 뒤의 1등 당첨금액이 얼마인지 알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미리 알아두기만 한다면 기분 좋지 않을까? 이건 너무 사소한 거 같으니...음...적어도 자신이 미래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스포일러라고는 하나, 자신이 잘 되는 스포일러를 미리 경험한다면 그게 또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미래에 불행해진다고 한다면 그 불행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지도 모르지. 어차피 삶이란 것은 불안정한 4차원속에서 선택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다른 평행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곳과는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삶은 매우 유동적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카일 씨는 그렇게 생각하나요?”

 

“멋대로 남의 독백하는 글귀를 읽고 그럴싸한 질문을 던지지 말아줄래? 나는 어째서 독백을 읽히는 거냐? 아니면 내 타임라인에 독백이 올라와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거냐?”

 

“아뇨. 리트윗이 되고 있는데요?”

 

“결국 공유를 하고 있다는 거잖아? 아니, 생각만 하고 있는데 왜 그런 것들이 실제로 공유가 되는 거야? 직접 문장을 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말한 기억도 없다.

 

“혹시 태클을 운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의 페널티가 아닐까요?”

 

“페널티 킥으로 죽어볼래?”

 

이쯤 되면 창조신이 대체 무슨 이유로 날 창조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니, 창조신이 창조한 건 아니지. 나는 하늘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났으니까.

 

...지금은 300년 뒤니까 부모님은 하늘에 계신 게 맞다. 물론 300년 전으로 돌아가면 살아계시겠지만.

 

“카일 씨는 운명론자에요?”

 

“운명은 개척이 가능하다.”

 

“책에 쓰여진 그대로네요?”

 

“그거 내가 일기에 썼던 내용이냐?”

 

기이하게도 내가 필수로 적어 넣어야 할 내용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일기나 자서전 같은 건 자신이 겪어온 과거와 그로 인한 성공과 실패, 자아성찰에 대한 내용들이 기술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들어서 적는 게 아니고!

 

“가급적이면 나에 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해줄래? 매번 일기나 그런 걸 채워 넣을 때마다 신경 쓰게 만들잖아?”

 

“어라? 카일 씨. 일기도 쓰세요?”

 

“나는 본래 일기를 쓰는 게 습관이야. 하루가 어떻게 마무리 되는 가를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오면서 괴상한 경험들을 하나하나 기록해서, 최후에는 그 기록에 따라 아이언 클로를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지.”

 

“음. 일기를 쓰는 건 좋지만, 목적이 매우 불순하네요.”

 

“불순하다는 건 또 무슨 의미야?”

 

레인은 한숨을 내뱉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불순하다는 건 딴 속셈이 있어 참되지 못하다라는 뜻이에요.”

 

“어디 사전 검색해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내가 말한 의도는 그게 아니잖아. 아이언 클로를 날리기 위한 일기장도 필요에 의해 쓸 수 있다고!”

 

모든 것엔 목적이 있지만, 꼭 그에 맞는 목적을 설정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운동하는 목적은 건강보다는 배가 더 고프면 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있지 않는가? 그러니 무언가 하는 행위에는 여러 목적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니 나는 불순하지 않아.

오히려 순수하다고 봐야 한다.

 

내가 마음을 다 잡았을 무렵, 레인은 내 쪽에서 한 발자국 벌어졌다. 고작 한 발자국 멀어진 거 같지만 분위기 상, 마음의 거리는 우주 저 끝까지 나아가고 있겠지. 어쩌면 우주를 넘어 다른 평행차원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지금은 그런 추진력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목적은 사소한 거라도 다 가능해. 예를 들어 네가 개미를 관찰하고 인간의 집단은 개미보다 더 못하다. 라는 일기를 써도 일기의 기능을 제대로 한다고.”

 

“나중에 미래를 예지하는 일기를 쓰시는 건가요?”

 

“그 일기는 파손되면 죽는 거잖아.”

 

미래를 예지하는 일기라...

있으면 그리 쓸모는 없다고 본다.

 

그건 이미 정해진 운명으로 도달하게 만드니까.

 

“정해진 운명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 인생은 언제나 순탄하게 가지 않으니까. 미래가 참하면 그게 살맛이 나겠냐?”

 

“그렇군요. 그러면 카일 씨의 일기를 다 태울까요?”

 

“알아서 해라. 태우던지 불쏘시개로 쓰던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태워버리라고 하고 싶은데, 차기 잡화점의 주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내가 태우라고 했는데 레인이 거절한다고 해도, 뭐라 말할 이유도 뭐도 안 된다.

 

“자기~ 저 옷 사주면 안 되?”

 

“저 옷을 내가 왜 사줘? 그 전에 너는 환각에서나 튀어나오는 귀신 같은 존재잖아. 아니면 꿈의 미로에서 나와서 직접 현실로 튀어 나오던가?”

 

릴리스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내 말에 반박했다.

 

“아니. 저건 자기가 입을 건데?”

 

“안 입는다고!”

 

지금 여장한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오늘의 신상품이라고 나온 저 옷을 입으라고? 차라리 나더러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따오라고 해라.

 

“저주를 풀러 왔다면 나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이렇게 거절하면 자기는 한 곳만 방황하다가 오늘 하루를 다 날리는 것이 아닐까?”

 

“이 녀석...조만간 잡화점에 찾아오기만 해봐라...”

 

“어머? 그렇게 나를 보고 싶어하는 거야? 기뻐라~”

 

저 표정.

구겨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언 클로가 현실세계와 꿈의 경계를 부수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었지만 아무런 형체가 없이 허공만 스칠 뿐.

 

“하아.”

 

한숨이 밖으로 나와 하늘로 날아갔다. 누군가는 괴롭힘을 받고 누군가는 괴롭힌다. 이건 무슨 음과 양의 관계와 관련이 있는 걸까? 아니, 세상의 이치는 아주 간단하게 기준이라는 것이 정해진 모양이다.

 

그 기준은 전부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걸까? 언제나 세상은 중심적...

 

“자기? 그런 독백은 재미가 없어서 뒤로 가기를 누르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 텐데?”

 

“시끄러워! 개나 소나 독백을 다 훔쳐보고!”

 

“나는 개나 소는 아닌데? 혹시 그런 게 좋다면 노력은...”

 

“이상한 쪽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이 하도 훔쳐보는 바람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왜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독백은 멋대로 볼 수 있다는 상황이 너무 불공평하다. 당연히 훈련을 한다면 사람의 심리상태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는 있어도, 자세하게 독백을 한다는 자체는 너무하지 않나?

 

“설마 이런 독백 하나하나 읽는 것도 설정이 오염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가? 어차피 이게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시공간에 관련된 것도 복잡해 죽겠는데 평행차원까지 생각하니까 머리가 터지려고 하네.”

 

“그래서 저 옷은?”

 

“안 입어!”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릴리스에게 소리를 친 뒤에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세상이 무너져도 정신상태가 아다만티움보다 더 뛰어난 잡화점 멤버들의 장난은 가위바위보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가위바위보를 하면 거의 무조건 이기는 마왕이 있는가 하면, 나타날 때마다 세계가 날아가는 여왕이 있고, 대체 이게 인간인지 괴물인지 모르는 여기사를 필두로, 내가 싫어하는 것만큼은 계속해서 건들이기 시작한다.

 

시나의 경우는 그나마 얌전하기 때문인데 대략 소금이 있다면 시나의 경우에는 물에 약간 희석시킨 정도가 된다.

 

그래도 짠 건 마찬가지...

이후 릴리스와 아리엘, 루비아까지 늘어나면서 24시간 쉴 틈도 없이 날 괴롭히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악마가 오면 질색하면서 도망갈 것이고, 어쩌면 아다만티움이 그들의 정신력과 음흉함에 비하면 나트륨까지 내려갈 수 있으리라.

 

“나트륨은 물에 닿으면 폭발...”

 

“그만 읽어!!!”

 

레인에게도 한차례 소리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어쩌겠어요? 그게 카일 씨의 운명인데?”

 

“내 운명이 남들에게 태클 거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독백이나 흘리는 괴상한 운명이냐? 차라리 기묘한 운명을 타고나서 파문이라도 사용하는 게 속이 더 편하겠다!”

 

파문의 호흡은 건강에 좋다고도 하니까.

 

“그래도 이렇게 상대함으로써 카일 씨도 심심하지 않잖아요.”

 

“심심하지는 않지. 분노가 치솟고 있으니까.”

 

입고 있는 옷의 저주를 풀기 위한 여행은 그리 순탄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하루를 쓸 때 없는 잡담으로 날리는 중이니까.

 

“어라? 카일 씨.”

 

“또 왜?”

 

“앞을 보세요.”

 

내가 걷고 있는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쪽이 앞이 아닌가? 그러나 더 멀리 바라본 시야에서는 소녀와 키가 큰 남자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받으며 걷고 있었다.

 

여전히 인기가 많구만...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옆에서 레인의 행동을 차마 막지 못하고 눈으로 쫓을 수 밖에 없었는데...레인이 꺼낸 샤프의 끝부분이 정확하게 리제로트를 겨누며 딸칵하고 눌렀다.

 

-피이잉!

 

바람을 가르고 지나가는 샤프심이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간 것도 무서웠지만, 집사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리제로트를 가리고 양팔로 막아내기까지 했다.

 

“야! 너!”

 

나는 레인에게 따지려고 소리를 쳤지만 금세 입을 다물었다. 안 그래도 숨만 쉬면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보내는데, 이런 대형사고를 내 근처에서 쳤으니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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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글을 올린 이유는

일이 새벽에 끝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항상 새벽에 끝나ㅇ...[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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