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2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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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방법이라면 미래에 대한 걸 알아버렸으니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는 것이 있다. 그러나, 멋대로 과거를 바꿔서 난장판이 된 이야기가 있지 않는가? 그러므로 과거를 바꾸지 않고 미래에서 해결만 하려는 선택지를 골랐다. 그런데 내가 미래에 오래 있어도 상황은 악화되고, 무분별하게 과거를 바꾸려고 시도하면 시간의 파수꾼들이 찾아오리라. 시간의 파수꾼 중 유랑극단과 손을 잡은 자가 존재한다면, 과거로 가든 미래에 있든 나에게 불리하다는 것만큼은 별만 다를 바가 없지. 잡화점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멤버들은 하나 같이 침묵을 유지할 뿐이다.

 

분명 내 앞에 있는 멤버들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생각하는 거라면 정말 좋겠지만...

 

“그래서 주인. 언제쯤 촬영을 시작할 건가?”

 

난 분명 찍는다는 말도 없었는데 검은 고양이가 판을 깔아놓고 있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하지만 카일? 누나 생각으로는 백장미를 찍는 것도 중요해요오.”

 

파도가 치는듯한 금발의 여성은 레시아의 말에 동조했다.

 

“루니아 누나. 제 말을 다 듣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요?”

 

“기왕 이 세상이 언젠가 사라진다면, 어쩔 수 없이 카일의 귀여운 모습을 최대한 많이 남겨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오?”

 

“안 좋아요.”

 

찍히는 당사자가 안 좋아.

 

“그래도 어릿광대가 신이 되었다라아? 결국 미래에 오래 있어봤자 다른 평행차원의 설정들이 이곳까지 섞여 녹아 들고 누군가는 기괴한 설정에 오염된다는 소리군요오?”

 

기괴한 설정에 오염이 되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4차원을 뛰어넘은 대재앙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으리라. 만약 다른 세상의 설정이 오염된다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사각형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나무젓가락과 공하나 올려놓는 듯한 모습으로 오염될지 모른다.

 

심지어 세계관까지 오염된다면 오메가버스인지 스쿨버스인지까지 되어버리면, 그 즉시 총채적 난국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 그리고 몇몇 평행차원은 “우린 멸망했어요.”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곳을 오염시킨다면, 모든 평행차원 자체가 멸망 당하는 것뿐이다. 그 이후엔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따라서, 지금 가장 커다란 문제는 수 많은 평행차원 중. 분명 멸망하여 사라진 우주가 존재하리라 예상하고, 그걸 방지하면서도 유랑극단을 부셔야 하지만...

 

생각해보니 미래까지 유랑극단이 있다는 소리는,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유랑극단을 모조리 제거하는데 실패했다는 소리가 된다. 따라서, 미래에서 해결을 보고 과거로 돌아가서 유유자적하게 준비만 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머릿속은 매우 복잡하고 정리하려고 하니 너무 꼬여버렸다.

어쨌든...

 

지금은 생각하지도 못한 재앙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길을 알아보도록 하자. 늘 계속 생각해왔던 거지만, 내가 잡화점을 처음 접하기 전부터 300년 뒤에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일을 꾸준하게 진행했다는 증거야말로, 이곳에는 존재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이 미래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결국 과거의 나는 알지도 못하는 기괴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받아 치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게 되리라.

 

물론 그건 재앙이 아니다.

진짜 재앙은 아까 전에 말했듯이, 설정이나 세계관이 오염되는 경우일 뿐. 어쩌면 레이베리아의 진짜 목표라면, 평행차원이 융합되기 전에 일어나는 혼돈을 막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세계의 설정이 침범한다면, 꿈과 희망이 없는 이야기의 설정도 이곳에 찾아올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마법소녀가 사람을 죽이고, 그 사람이 부활해서 “매지컬~”이라는 기묘한 말과 함께 온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거요.”

 

“그럼 저도 매지컬 루니아로 활동할 수 있으니 좋은 거네요오?”

 

“매지컬에 대한 단어가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잖아요! 아까 제가 뭐라고 했어요!”

 

“으음. 백장미 찍고 싶다고 했었죠오.”

 

“제멋대로 말하지마! 그런 단어는 단 한마디도 안 했어!”

 

아직까지도 백장미타령을 신나게 하고 있는 루니아 누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리친 것에 대해 뭐라 할 줄 알았더니. “귀여워라아~”라고 말하는 게 더 무서웠으니, 가급적이면 백장미를 찍자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도망가도록 하자.

 

검은 고양이는 내 다리 위에서 앞발을 핥았다.

 

“그렇군. 주인의 말대로 확실히 이 재앙은 성가신 것이니라. 마왕이라는 존재는 분명 대중적인 눈으로 볼 때, 대부분 다 악인이 틀림없노라. 그런 설정이 짐에게 오염되기라도 한다면, 그거야 말로 무시무시한 일이 되어버리니. 지금 당장이라도 과거로 돌아가서 평행차원이 합쳐지는 것을 막는 일 밖에 없다.”

 

“잡화점이 하나의 시공간에 2개가 되지 않으면 될 일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렇다.”

 

매우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이다.

본래 시간대로 되돌아가는 건 오래 전에도 했으니까.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요?”

 

“없다.”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요?”

 

“당연히 본래 시간대로 되돌아가서 ‘그것’을 하려고 할 뿐이다.”

 

“세상에~”

 

그것은 또 뭔데? 광대가 나와서 어린애들을 실종시키는 영화인가?

 

“마왕님도 대담하시군요. 그런 계획이라면 첩은 지금 당장 본래 시간대로 이동시킬 준비를...”

 

연한 초콜릿 피부를 지닌 마리아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체격은 어린애지만 검은 달의 여왕으로서, 저래 보여도 대재앙의 증거이며 새로운 시작의 알림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슬슬 아이니스에게 받아놨던 육포가 다 떨어졌으니 충전해야 한다.”

 

“결국 육포냐!”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길래 그래도 레시아만큼은 다르다고 생각을 했더니. 결국 육포가 더 소중하기 때문에 우리가 있어야 할 시간으로 돌아간다니. 육포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선 다음에 고찰하자.

 

“그래도 지금까지 들어본 바로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는 거죠?”

 

황혼을 담은 듯한 눈빛이 번뜩였다. 1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이 베어 나오고 있는 소녀는 은빛의 비단과 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푸른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데, 조만간 길거리 싸움터에 나갈 준비라도 하는 걸까?

 

아무튼 나는 아리엘의 질문에 대답하기로 했다.

 

“맞아. 지금 이대로라면 몽마의 설정도 막 바뀌기 시작해서, 네가 한쪽 손에 시퍼런 칼날이 손톱처럼 자라나있는 장갑을 끼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양호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일은 어느 시간대를 가든 다 똑같이 일어날 꺼야. 그 증거로 우리는 미래에 오기도 전에 알지도 못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농담과 태클에 써먹고 있지. 이건 마치 성경책을 펼치고 반야심경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과 똑같다는 거야.”

 

“예시마저 저희가 원래 몰라야 하는 거잖아요.”

 

허탈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리엘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그러면 나의 순수했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평행차원들은 이쪽 차원으로 응집되고 있었다는 모양인데, 지금은 설정이 뒤틀려서 니알라토텝이 되어버린 어릿광대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어릿광대가 뭘 하는지 중요한 이유라도 알 수 있습니까? 마스터?”

 

“그 무지막지한 혼종이 다른 곳에서 난리를 치면 안 되거든...”

 

하얀 올빼미가 내 어깨에 붙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상 갸웃이라기엔 기이하게 꺾여버렸지만, 신경 쓰지 않고 다음 내용을 덧붙였다.

 

“시나는 그나마 다른 평행차원에서 넘어온 케이스라서 면역이 되어있는 희망 가득한 캐릭터인가?”

 

“그건 확실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희망이 가득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마스터에게 예쁨과 사랑을 항시 받아야 하는 가련한 캐릭터죠.”

 

“비둘기가 가련하다는 말은...”

 

“올빼미입니다. 냥캣.”

 

“시끄럽다! 내려와라! 싸우자!”

 

또 서로 경쟁심에 불붙기 시작했구나. 사소한 싸움은 좋지 않다만 지금 이런 모습을 보니, 저 둘에게 기이한 세계의 설정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당연히 안도하고 있는 와중에 거대한 마력폭발에 휩쓸렸다고 해서 안 아픈 건 아니다.

 

잠깐 정신을 잃는 동안에도 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 정신을 잃었는데 생각을 어떻게 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살짝 검게 그을린 상태로 기침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결계와 방어를 했는지 멀쩡히 일어서있을 뿐이었다. 물론 최고의 중심부에 맞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모두 나만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을 뿐.

 

“왜요? 또 뭐가 문제에요?”

 

“기괴하군. 평상시의 흐름이라면 주인은 마력폭발에 기절하고, 그 사이에 백장미를 찍을 옷을 입힌다는 정상적인 진행이 되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의 주인은 쓰러지지 않고 멀쩡하게 서 있지 않는가?”

 

“그게 왜 평상시의 흐름이고 정상적인 진행입니까? 그리고 중복된 말을 사용해서 강조하지 마시죠?”

 

평상시의 흐름은 잡화점에 사건이 들어오면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거다.

생각을 해보니 잡화점에서 사건을 받고 그걸 해결하는 것 또한 이상한데? 다시 생각을 해보면 잡화점 안에 있는 위험한 물품이 2층과 3층에 있는데, 그걸 지키는 역할이 더 비중이 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기괴한 잡지를 찍기 위해 잡화점의 주인이 된 건 아니란 말이지.

 

“그러면 일단 투표를 하죠.”

 

“투표내용이라면 여기서 백장미를 찍는가? 아니면 본래 시간대로 돌아가서 찍는가에 대한 거죠?”

 

“아니에요. 루비아 씨.”

 

루니아 누나의 여동생인 루비아마저 기괴한 밧줄형태의 무언가를 손에 감싸며 입을 열었다.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의 부정하는 사람의 심정을 잘 모르는 거 같은데?

 

“그렇게 정색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루비아 상처받았습니다. 에엥. 에엥.”

 

“영혼마저 없는 울음소리라니. 그보다 신사에서 입었던 그 무녀복장 말고 좀 더 편한 옷이 있잖아요?”

 

“이것마저 입지 못하면 저의 캐릭터를 지킬 수 없습니다.”

 

“왜 캐릭터를 지키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제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네요.”

 

“그럼 제 개인의 자유로 지금 백장미 찍을 것을...”

 

“사람의 말을 듣고 멋대로 해석하지 내뱉지 말아주실래요?”

 

잠깐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리제로트를 처리해야 할 건도 있으니. 본래 시간대로 돌아가는 건 잠깐 미루도록 하죠. 그나마 시간이 덜 걸리는 이유라면, 레인의 성격상 자기가 공격할 시간을 멋대로 골라서 통보할 성격이니까요.”

 

아직은 돌아갈 시간은 아니다.

 

“리제로트는 굳이 죽이지 않으시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 같은데 말이죠?”

 

윈디는 내 옆에서 그리 말했다. 나는 분명 꼭 죽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결국 레인을 돕는 건 나고,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는 것에 대해 내 의견을 살짝 얹었을 뿐. 레인이 리제로트를 먼저 발견하여 죽인다면, 그건 어쩔 수 없이 레인의 선택일 뿐이다.

 

“아무리 강대한 적이라도 피를 흘려서 해결하는 방법은 옳지 못하지만, 레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사실상 나도 그 녀석만큼은 막지 못할 거야.”

 

솔직히 말하면 레인을 막기가 싫다.

어차피 레인은 또 다시 자기 멋대로 일을 저지르고 수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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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내내 일하면 죽어가는 것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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