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62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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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 칼에 찔리면 처음에는 고통이 없으나, 이후에는 천천히 고통이 느껴지고 조금만 더 있으면 고통이 커지는데, 이걸 매우 쉽게 말하면 “칼에 찔리면 마이아파.”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지금 내 몸 어딘가에 단검이 박혀있는지 눈으로 쫓고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심장부근에 박혀 빠지지 않는 상태였고, 칼에 찔린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어릿광대의 조소가 내 귀로 들어와 정신적인 피해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내 몸에 이변이 생기고 있다는 건 붉은 피가 흘러나와 출혈로 인해 빈혈이 생기기보단, 오히려 아주 조금만 흘렸을 뿐. 안에는 이제 남아있지 않다는 듯이 피는 나오지도 않고, 마치 지점토에 칼을 찌른듯한 기분이었다.

 

아니, 지점토가 칼에 찔리면 이런 느낌이 강하겠지.

 

[인간...도대체 어찌 된 것이냐?]

 

사람은 피를 흘린다라는 공식이야 말로 이 세상의 법칙이자 변하면 안 된다. 히드라가 충격을 먹고 나에게 질문을 하는 동안, 주변 바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윈디가 동요하는 동안 어릿광대의 조소는 멈추지 않았다.

 

“역시나!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렸어! 피가 도중에 나지 않잖아!”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아마 지금 토마토소스를 섭취한다면 분명 더 나올 거 같으니까. 지금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토마토 좀 사줄래?”

 

당연히 직접 찔린 당사자 또한 매우 당황해야 정상이지. 게다가 통증도 이제 느껴지지 않았고, 곧바로 죽어야 하는 치명상임에도 불구하고 농담하나 제대로 던질 정도라면, 이제 물리적인 방법으로 내가 죽기엔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단 소리다.

 

나도 모르게 어릿광대가 쑤셔 넣은 단검을 빼냈다. 분명 피가 있었으니 검은 단검에도 보이는 선명한 핏자국이 보였지만, 내 몸을 살펴보니 그 자리에는 피가 흐르다 만 것 이외에 신성력과 마기, 마나가 합쳐져 있는 거대한 에너지가 상처부위를 막고 재빠르게 재생까지 했다.

 

“세상에...”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또 뭐가 되어버린 거지?

 

“이제 인간이 아니네. 완벽하게 인간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존재, 혹은 새로운 신으로 뻗어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뿌듯해. 너무 뿌듯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니까? 아 맞다. 지금은 가면을 쓰고 있으니 눈물을 흘릴 수가 없지. 그럼 소리라도 내도록 할게! 에엥! 에엥!”

 

단검을 들고 양손으로 하얀 가면을 가리면서 우는 척 하는 게, 어린 아이들의 생일파티보다 더 짜증이 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는 잡화점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긴 해도, 아직까지 루니아 누나가 잡화점 안에 남아있으니, 나 대신 잡화점의 후계자가 되어도 상관이 없으나, 지금은 실제로 내가 인간의 틀을 완벽하게 벗어났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런 상황은 프리스트들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신성력을 빌려 자신의 몸을 일시적으로 에너지화 시키는 경우도 있으니. 아직까지 나는 잡화점의 주인일 뿐이다.

 

“뭐, 이건 따로 생각하도록 하자. 이렇게 되면 염라대왕이 날 명계로 못 끌고 갈 테니, 내 명줄이 좀 더 늘어났다고 생각만 해보자.”

 

“명줄이 늘어난 게 아니라 특수한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원하게 살 수 있겠네.”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내 개인적인 견해로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할 일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긍정적인 면을 좀 보고 살아봐야지.

 

“결국엔 나와 자기는 영원히 싸울 수 있다는 거야. 이렇게 되면 결혼식도 올리고 다른 여자들도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아니.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다른 존재로 돌연변이가 되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널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그래서 이제 도망갈 준비를 하는 거냐?”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는 착각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정말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

 

“그래도 지금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왜 의문문을 의문문으로 대답하냐? 쓸 때 없이 고개를 갸웃거리지 마.”

 

“그럼 이렇게 180도로 돌려서...”

 

“180도로 고개를 어떻게 돌...으아악! 이 괴물 같은 녀석! 진짜로 돌리지 말고 제대로 갸웃거리기나 해!”

 

“괴물 같은 게 아니라. 따지고 보면 도플갱어도 몬스터에 속하니까 괴물 맞아.”

 

“그런 거 수긍하지 말고! 목뼈 부러지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린다!”

 

아무리 도플갱어라도 목은 180도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끝내볼까? 다음에 볼 때는 방해자가 없으면 좋겠는...”

 

-콰아앙!

 

어릿광대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폭발 하나. 굉음은 이곳까지 울리고 온 천하를 전율에 떨게 만드는 진동이 사방을 퍼져나갔다. 그 뒤에 아쉬운 듯 짧게 혀를 찬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다음 말을 이었다.

 

“칫! 도망 하나는 잽싸군. 뭐 어쨌든 다음에 만나면 제거하도록 해야지. 설령 다른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한들, 짐 앞에서는 약간 껄끄러운 제거대상일 뿐이니라.”

 

마왕이 외신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에 더욱 더 놀랐다.

 

“마스터. 상처는 없으신지요?”

 

“아아! 짐이 멋지게 주인을 구하며 등장하고 있는데, 새치기를 하다니! 비둘기...”

 

“올빼미입니다.”

 

“어쨌든 당장 주인의 어깨에서 내려오거라!”

 

하얀 올빼미와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야 말로 300년전 당시의 최고의 마왕. 마계 역사상 문화와 사회자체를 뒤바꿔버린 타락의 마왕 레시아와 다른 차원을 창조한 빛의 여신 시나의 말 싸움은 끝날 줄 몰랐다. 옆에서 고양이와 올빼미가 앞발과 날개를 마치 사람의 손처럼 힘겨루기 하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가관이었다. 저러다 폭주하면 내 어깨에서 마법이 날아올 건 안 봐도 뻔하니까.

 

그리고 쓸쓸한 희생자가 되겠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제발 내 어깨 위에서 싸우지 마세요. 저를 구하러 왔다는 건 감사하지만, 오히려 암살자는 저와 가까운 레시아나 시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에 떨고 있으니 5초 이내로 둘 다 내려가지 않으면 아이언 클로가 출격할 거에요.”

 

내 말을 듣고 얌전하게 내려가는 레시아와 시나. 원하지 않는 스트레스와 피해는 재앙이 되니까 철저하게 관리를 하자. 그나저나...

 

“제가 위험한 건 어떻게 알고 온 거에요?”

 

잡화점의 멤버를 알리는 반지가 효력은 있어도 그리 뛰어나진 않을 텐데. 용케 잘 알고 이곳까지 찾아온 걸 보면...

 

“슬슬 백장미를 찍어야 한다고 루니아가 데려오라고 했노라.”

 

“맞습니다. 슬슬 모델활동을 하셔야 합니다. 마스터.”

 

뭐...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지. 이곳까지 와서 단검에 찔리고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에도, 내가 다쳤는지 다른 존재가 되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체, 그저 저주받을 하얀 잡지를 찍어야 한다고 이곳까지 찾아온 거라니.

 

“안 찍어! 도대체 그 잡지가 뭐길래!”

 

“그 잡지는 예로부터 파이론에서부터 시작하여...”

 

“시끄러워요!”

레시아의 장황한 설명을 다 들어줄 인내심은 없었다. 검은 고양이는 내 다리를 붙잡더니...

 

“짐의 부탁이니라. 찍으러 가도록!”

 

“안 찍는다고요...”

 

이번엔 하얀 올빼미가 비어있던 왼쪽다리를 붙잡더니

 

“마스터. 저의 부탁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아 글쎄! 백장미 안 찍는다고!”

 

지쳐서 소리지르고 싶지는 않았으나, 결국 소리지르게 만드는 듀오. 서로 싸울 때는 원수처럼 싸우더니, 지금처럼 서로 협동할 때는 죽이 너무 잘 맞는다. 이러다가 조만간 저 둘이 변신로봇을 불러서 합체를 하더니, 우주에 구멍을 뚫는 드릴로 적들을 분쇄하지 않을까?

 

가끔 이렇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쓸 때가 없다.

 

“결국엔 주인은 찍게 되어있다.”

 

“맞습니다.”

 

“그 운명론적인 대답은 또 뭐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에 무언가가 전개될 거 같은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데?”

 

기분 나쁜 일이라고 한다면 억지로 때려서라도 데리고 간다는 선택지가 있지만, 지금 내 상태는 쉽게 제압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번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천천히 생각해도 답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찍지 않는다면 주인이 명계로 떨어지고 우리들은 그대로 본래 시간대에 돌아가서, 명계에서 농락당하고 있는 주인을 열심히 구경하겠노라.”

 

“그건 대체 무슨 벌칙게임이죠?”

 

명계에서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아야지. 왜 농락을 당해?

신개념 벌칙게임에 나도 놀래고 이걸 읽는 당사자도 놀랬을 거다. 너무 놀란 나머지 하늘이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질될지도 몰라. 그런데...

 

“이번엔 명계에 가서 할 일도 없잖아요? 저번에 천계에 한번 다녀온 걸로 느닷없이 저쪽에서 막무가내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그건 전에 주인이 명계에서 백장미를 찍으라고 말한 걸 듣자마자, 수정구의 연락망을 끊어버린 것이 아닌가? 아무리 짐이 주인의 편이라고 한들, 기본적으로 뭐가 잘못이고 뭐가 나쁜 것인지는 알고 있노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장을 강요하는 상대의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는 게 잘못은 아니거든요!”

 

내가 여장을 한다는 것부터 잘못이 아닐지...

어쨌든 명계에 볼일도 없고, 직접 찾아가서 따질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 지금은 내 앞에 있는 저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주인! 아무리 인간의 틀을 벗어나려고 해도 감정까지 벗어나려는 건가!”

 

“그 백장미가 뭐길래 절 인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겁니까?”

 

가끔가다 생각하는데 그 바보 같은 하얀 잡지는 인생에 무엇일까?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 나중에 잡화점으로 먼저 돌아가고 이야기 하죠.”

 

“상황이 좋지 않다? 그 어릿광대가 무슨 일이라도 한 것인가?”

 

수그러지는 분위기를 토대로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었다. 유랑극단의 일도 그렇지만 어릿광대가 뜬금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다른 신화에서 나와야 하던 니알라토텝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다른 평행세계와 가까워졌다는 의미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릿광대뿐만이 아니라 우리마저도 다른 설정에 섞여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빨리 이곳에서 탈출을 해야 하는데, 가장 근본적으로 레이베리아 때문에 본래 시간대로 못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다른 계획으로 잡화점 2개에서 하나로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잡화점이란 것은 인격이 존재하기에, 솔직히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서 “당신이 살아있으면 크나큰 해가 되니까 죽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빌어먹게도...

 

“어릿광대가 신으로 각성해버린 이상, 스스로 능력을 자각하기 전까지는 잘 나타나진 않을 거에요. 그래도 니알라토텝이라는 건 신보단 우주적 존재에 가깝기는 해도,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주의하도록 하는 거죠. 그리고 이 상태로 본래 시간대에 돌아가버린다고 해도, 만약에 평행차원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니.”

 

또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걸 되돌리거나. 모든 걸 바꿔버릴 수 밖에 없어요.”

 

지금 상황이라면 과거를 바꿔서 미래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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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회사일에 치중하니...

글을 쓸 시간이 거의 없네요.

짤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데.

글 쓸 시간마저 할애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좀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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