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52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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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한마디로 많은 것이 엇갈리기 시작한다면, 지금의 상황도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이유. 그 이유야 말로 나와 아리엘이 같이 봉인 된다는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휘두른 검은 고양이가 큰 소리로 내 머리 위에서 외쳤다.

 

“혼자서 들여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차라리 시공의 눈을 개안해서 아리엘을 유인한 다음에...”

 

“그걸 시도하려고 했는데, 시공간의 흐름을 볼 수 있어도 그건 신들에게는 무시할 수 있는 분야겠죠. 그 전에 아리엘에게 붙잡히면 모든지 끝날 테니, 제가 아리엘에게 붙잡히는 미끼로 그 안에 들어간다면, 제가 없는 동안 밑에 있는 검은 존재...아마도 세피르가 폭주를 할 것 같으니,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막아낸다면 그 다음은 알아서 풀릴 거에요.”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은 겨우 하루를 벌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곳에서 기습적으로 공격이 들어온 몬스터들을 다시 카멜롯에 귀환시켜버렸고, 저곳은 정말로 괴물들의 본거지가 되어버린 이상, 마법학원에 있는 결계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 지금은 무너지지 않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켈모리아가 고생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마스터.”

 

하얀 올빼미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내 시선을 옮겼다.

 

“그 봉인하는 곳에 들어가면 마스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야. 뭐...똑같이 봉인 되는 거지. 아리엘이 각성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가니까, 나도 아마 마법을 발현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해. 사역마에 대한 링크도 전부 다 잘려나갈 거고, 시공간 마법까지 열어놨던 저의 마법들은 모조리 봉인 되겠죠. 아니면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못하거나.”

 

이런 충격적인 말을 담담하게 해서 좋지 않은 이유라면, 주변에서 충격을 너무 크게 받는 것일까? 내 입장에서는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준 거지만, 검은 고양이는 나를 바라만 보면서 아무런 말도 못했고, 시나야 말로 충격의 늪에 빠졌다고 볼 정도로 뚫어져라 응시만 할 뿐이었다.

 

“어. 그러니까...그렇게 충격 받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요. 제가 그럴 줄 알고 사역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연이 닿을 수 있게, 이런 반지들을 모조리 선물했다는 그 사실은 잊으면 안 되죠.”

 

“그래도 지금까지의 주인의 재능과 잠재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높았노라! 신의 영역에 가까운 한계까지 인간의 몸으로 제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신 하나를 봉인하기 위해서는 크나큰 위험이 따르잖아요. 세상이 쑥대밭으로 되기 전에 사람 하나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거에요. 게다가 제가 언제 죽는다고 했어요? 지금까지 쌓여있던 마법을 모두 포기하고 평화로운 삶을 되찾는 게 중요하죠.”

 

지금 생각한 것 중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소한의 피해를 입으면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할 수 있는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죽는 것도 아니고 엘티노스의 말처럼 돌아갈 수 있으니까. 이 일이 완전하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

 

이거야 말로 베스트 아닌가?

다른 사람이 보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겠네.

...물론 100%확률로 감동하지 않겠지만.

 

“주인. 다시 생각해보거라. 짐이라면 주인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노라. 오히려 지금 아리엘을 살리기 위해 주인이 이렇게 고군분투를 할 이유가 있는가?”

 

“만일 봉인이 풀려서 본연의 아리엘로 되돌아간다면, 켈모리아가 기습을 해도 가볍게 받아 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영혼부터 이미 다른 아이라서 봉인에서 막 깨어나도 힘이 없는 저와 달리, 아리엘은 마신이기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거에요.”

 

그러면 이제 슬슬 엘티노스 씨에게 연락할 차례인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너희들은 아침드라마 찍기 바쁜 거냐? 그보다 남자가 한번 마음을 먹었다는데 그 주변에 있는 여자들은 밀어줘야지.”

 

연락하기도 전에 뒤편에서 심드렁한 소리와 함께, 심판자와 발키리의 호위를 받고 하늘에서 강림하는 상급신...이라기 보단 그냥 아저씨처럼 옷을 입은 엘티노스 씨를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천계에서 성녀의 그릇에 담겨 우아하게 강림하는 여신들과는 달리, 정말 자유로운 신이 아닐 수 없었다.

 

“엘티노스 씨.”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것인가?”

 

반가운 나의 어조와는 정 반대로 경계하면서 따지는 듯한 어조로 레시아가 입을 열자. 엘티노스는 머리를 긁으면서 한탄하고 있었다.

 

“그야. 허락 받았으니까.“마신 때문에 난장판 될 것 같으니 제가 잠깐 내려가서 확인 좀 하겠습니다.”라고 창조주님께 간청해서 이곳까지 내려왔다. 꼬마 마왕.”

 

“짐은 꼬마 마왕이 아니니라! 이 대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끄러워. 지금의 카일...아니, 지금은 카린으로 말해줘야 하나? 아무튼 카린이 마음이 넓어서 계속 설득하고 있었지, 나 같았으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만들었어.”

 

“저기. 엘티노스 씨. 그래도 여자를 때린다는 거는...”

 

“입술로 때렸지.”

 

아. 그렇군. 깊게 파고 들지 말자.

은근슬쩍 내 볼에 자신의 입술을 들이 밀려고 하는 엘티노스 씨의 얼굴을 붙잡고, 연락하기도 전에 나에게 먼저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제가 연락할 때 봉인할 물건만 내려 보내주시면 될 텐데, 지금 이곳에 온 이유는...?”

 

“네가 아리엘과 동귀어진으로 봉인되면 그 밑에 폭주하는 애를 내가 막아야 하니까. 켈모리아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영웅행세를 하기 전에, 내가 직접 막아내야 하지 않겠냐? 게다가 저 밑에는 세피르라는 녀석과 더불어 아르트리옴도 같이 있으니까. 정확하게 보자면 저 검은 존재가 아르트리옴이야.”

 

“그 마신 아르트리옴이요?”

 

“정확하게는 아리엘의 다른 인격. 창조된 마신이라고도 하지만, 실제 모습은 아리엘의 부정적인 인격이 저곳에 다 보였다고 생각하면 돼. 지금은 겉으로 날아다니며 모두를 재우는 아리엘이 통솔하고 있지만, 여기서 문제로 모든 감정을 제어하는 이성이 사라지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본능에 몸을 맡겨서 미쳐 날뛰겠죠. 아! 그래서 폭주를 하게 되는구나! 그런데 세피르는 왜 저 안에 융합한 거에요?”

 

엘티노스는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보고도, 모든 이들의 생각을 모조리 읽어내어 단서를 찾는 기묘한 행위를 했고, 명확한 해답을 전수해주는 것이야 말로 방정식에 대입하듯 쉽게 알려주고 이해를 시켜줬다.

 

지금이 전쟁 중인 줄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서 엘티노스에게 질문을 하자. 가여운 얼굴을 하면서 카멜롯을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했다.

 

“그야 아리엘이 좋아서 구해주려고 한 거 아니냐. 그러다가 잘못 되어서 부정적인 감정에 먹혀버린 거지. 너도 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굴려서 제대로 된 대답을 알아내려고 고민 좀 해봐라.”

 

엘티노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굵은 손가락이 내 이마를 살짝 밀치면서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확실하게 모든 것을 상황정리를 하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엘티노스의 모습을 보자, 그의 전성기 시절에 어떻게 세상의 멸망으로부터 지켜냈는지, 그의 일면을 아주 조금 엿본 것처럼 가슴 한편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자신감이 솟구쳤다.

 

“어차피 아리엘은 네가 끌고 들어가서 봉인한다는 건 변하지 않지만, 이제부터 그 주변에 대해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모두 전선에서 전부 물러나게 해. 아니, 차라리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으라고 전해줘. 검은 높새바람도 듣고 있지? 내가 있는 지점에 동상도 떨어뜨리면서 전선에서 이탈하라는 방송과 텔레파시를 부탁해. 아마 내 이름으로 말을 하면 좀 이상하니까. 지금 잡화점의 주인인 카일의 이름을 대면서 모두 철수시켜.”

 

“잠깐만요! 제 이름을 대면서 철수를 시키다니!”

 

“그럼 영희를 시킬까?”

 

“그건 또 무슨 말...아니, 잠깐 그 시답지 않는 개그로 댁이 먼저 죽을래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나의 자신감과 감동을 물어내!

 

“너도 이제 슬슬 카린의 모습에서 되돌아와. 아리엘과 정면에서 대결하려면 거대한 마나를 품는 여성의 몸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날렵하고 빠른 움직임을 할 수 있는 남자의 몸으로 싸워야 할 거야. 어차피 마나라고는 람파시나가 모조리 다 사용하는 바람에, 거덜나버렸으니까 슬슬 그 모습으로 이루어내야 할 목표를 완료했다고 생각해.”

 

시나가 카멜롯 일대의 과거를 안리아스의 수정구로 녹화하면서, 나의 마나를 거의 다 사용했다는 것까지 말하지 않고 다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영웅이라는 이름은 어딜 가서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대신. 남자로 돌아갈 때 이 옷이나 입어라.”

 

“이게 무슨 옷인데요?”

 

“그야 당연히 마법소녀의 옷이지.”

 

“남자가 여성용 옷을 입고 뭐하라고!!!”

 

엘티노스는 능글맞게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에게 다가가더니, 조용한 말로 속삭이고 있었는데, 나의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청력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군. 일리가 있는 말이로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군요.”

 

음흉하게 웃는 듯한 고양이의 얼굴. 그리고 뭔가 납득을 해버린 듯한 시나의 대답에 불길함을 한 가득 껴안고 있었다.

 

“주인. 남자의 모습으로 입기 싫으면 지금의 모습으로 입어도 상관이 없다.”

 

“어째서 제가 그 옷을 입는다는 전재로 되는 건데요?”

 

“다만, 마스터가 여성의 모습으로 봉인이 된다면, 봉인이 풀렸을 때는 남은 일생을 그 모습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걸 지금 당장 마스터에게 입힐 것이며, 남자로 입을 것이지 여자로 입을 것인지 결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또 무슨 협박이야?

지금 전쟁하고 있는 중 맞지?

그런데 나는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여장을 할지, 여성으로 살지에 대한 선택지를 해야 하냐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 싸우기 전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먼저 걱정해야 하냐고!

 

...나밖에 없나?

 

“왜 이게 이렇게 된 거에요?”

 

정확한 이유는 엘티노스가 잘 알고 있을 테니, 혹시라도 이게 다른 작전의 개요라고 생각되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보았다. 그러면 내가 어느 정도 납득을 하고 사약 먹는 기분으로 여장이라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것은 모두 작전이니까.”라는 마음으로 합리화를 하면서 나를 자살 직전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

 

“전쟁 중에 찍는 카일의 여장이라고 한다면, 백장미에서도 베스트니까. 백장미의 모토는 언제나‘자연스러움에서 묻어 나오는 리얼리티.’라고 하잖아? 그래서 어떤 녀석이 계속 도촬을 하는 거고.”

 

“그 빌어먹을 잡지 하나 때문에 나를 망칠 셈이야! 그리고 누구야! 도촬하는 녀석!”

 

“자자. 시끄럽고 여자로 살기 싫다면 여장을 하면 되잖아. 빨리 옷이나 갈아입고 나를 찾아오도록 해. 당연히 사역마와 더불어 지금 저 위에서 떨어지고 있는 레드 드래곤과 여기사도 포함하고.”

 

저 위에서 떨어지고 있는 레드 드래곤과 여기사?”

 

“신라아아아앙!”

“카리이이이인!”

 

“망할!”

 

이미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떨어지고 있는 여자 둘을 받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명계로 가는 방법 중 하나일 터. 나는 몇 번이나 이런 불행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다음에는 어디서? 언제?

 

“나에게 다가오지 말란 말이야!!!”

 

 

정말적인 외침을 무시하고 어마어마한 충격이 내 온몸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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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엘티노스가 등장했다.

효과는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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