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52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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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라도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 자장가를 들으며 잠을 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장가를 부르면 아버지가 거기서 코러스를 넣는 바람에, 귀에 기묘한 선율로 가득 차게 되어 제대로 못 자고 자는 척을 해야만 했다. 어릴 때부터 단련해온 자는 척으로 아리엘의 눈을 피하는데 성공을 했는데,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존재들을 재우기 위해 검은 날개를 활짝 피며 날아다니는 아리엘의 모습에, 하얀 뱀은 멍하니 바라봤고, 시나의 경우에는 나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죽은 척 하는 것은 곰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 방법 아닙니까?”

 

“곰 앞에서 죽은 척하면 진짜 죽으니까 하지마. 동화니까 그렇게 넘어가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 죽은 척이 아니라 자는 척이야. 무엇보다 지금 아리엘은 다른 세계의 존재들까지 관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억지로 재우려는 의도는 뭣 때문인지 아직까지 감이 잡히질 않아.”

 

“본래 해가 되는 존재들을 재우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크툴루 신화에서도 아우터 갓이라던가 그레이트 올드원의 대부분이 다 자고 있지 않습니까? 아리엘은 다른 세계의 존재가 우리와 같은 생명체들을 보며,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일 겁니다. 마스터를 재우려는 의도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당장 아리엘을 봉인하거나 제거하면 안 된다는 소리. 그러면 뭔가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빨리빨리 생각났다면 내가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지. 어쨌든 조금 더 둘러보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도록 하자.”

 

켈모리아가 보이지 않는 걸로 보면 죽었거나, 다른 차원에 휘말렸거나, 어딘가에 숨어서 음침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건가?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세상의 답답함으로 머리를 잠깐 쥐어뜯으려고 하기 전에, 안리아스의 수정구를 시나에게 주면서 과거의 일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제가 힘을 쓴다면 분명 아리엘의 시선에 이끌리게 됩니다.”

 

“괜찮아. 그때 동안 내가 알아서 미끼역할을 해야지. 정 아니면 이 뱀이라도 풀어놓던가...”

 

“저기. 나를 보고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을 조금만 더 자비롭게 해주겠어?”

 

태초의 뱀이라고는 하지만 거창한 이름에 맞게 별다른 능력이 없다.

 

“너의 그 말솜씨로 이브를 낚듯이 지금 저기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아리엘도 낚아보던가? 오히려 사기꾼 같은 뇌세포가 작용해서 많은 여자들을 홀리고 다닐 수 있잖아?”

 

“이브를 속일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당시 인류에게는 지혜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 지금은 모든 인류가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진화해버렸으니, 고작 힘없는 뱀이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라고?”

 

“시도도 하지 않고 어떻게 알아? 빨리 가서 하기나 해. 안 그러면 불로초를 뺏어간 뱀이라고 길가메시에게 던져버린다?”

 

“여긴 대체 무슨 세계이길래 이곳의 역사에도 없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왕조까지 알고 있는 거냐.”

 

기본적으로는 마리아가 다른 세계에서 책을 가져다 주는 덕에 이상한 지식이 늘어났다는 거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하얀 뱀은 허탈한 어조로 나를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정신방어가 온전하지 않는 내가 미끼를 끈다면, 오히려 다가가기도 전에 잠이 들 것 같은데? 역시 이 일은 절세 미소녀 카린이 해야...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늘리지마! 아아아아악!”

 

“네 녀석 일단 몇 번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볼에 홍조 띄우고 열 받는 얼굴을 하면 더 귀여워지잖아! 아아아아악! 알았어! 잘못했어! 그만해! 분할 된다고!”

 

“시끄러워!”

 

그런 만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표정을 할까 보냐! 현실은 그렇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찾았다...아직까지 안자고 있는 나쁜 아이...”

 

내 뒤에서 음산하게 들려오는 청명한 음색이, 고개를 붙잡아서 뒤로 획 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검은 뱀과 하얀 뱁새 그리고 노을이 바라보는 듯한 주홍빛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만연의 미소를 띄고 있는 아리엘의 손길이, 천천히 내 쪽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자아. 어서 착한 아이는 자야지?”

 

그 말 듣고 자다간 1000일동안 자겠다.

 

“제길 너 때문에 결국 내가 미끼가 되어버렸잖아!”

 

“그게 왜 내 탓이야? 네가 나를 비명 지르게 만든 게 문제지.”

 

발에 마나를 담아 폭발적으로 솟구쳐 올라가며, 아리엘과 거리를 한 가득 벌리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아리엘이지만, 환영체를 조종할 수 있으니까. 느닷없이 내 뒤에 나타난다고 한들 놀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의식 없이 자신의 사명만 행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인형 같은데,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마신이 되기 위해 대체 무엇을 대가로 지불하게 만든 걸까?

 

게다가 하얀 뱁새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우리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었는데, 저 작은 뱁새로 대체 뭘 할 수 있겠나?

 

-꾸드득! 우드드드득! 꾸득! 꾸득!

 

어. 방금 내 뒤에 맹렬하게 추격하는 것이 뱁새 아니었나? 지금은 드래곤이 나를 쫓아 날아다니고 있는데? 문제는 얼굴이 멋지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용의 얼굴이 아니라, 뱁새의 얼굴 그대로였지만...

 

“삑삑!”

 

“드래곤으로 변했다면 얼굴도 바뀌란 말이야!”

 

하지만 저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되었다고 해도, 나에게 날아오는 불꽃들은 진짜다. 마나를 오른손에 담아 마법방패를 성벽처럼 쌓는다고 해도, 거대한 열기에 전부 깨져나갈 뿐.

 

“삑삑!”

 

-쿠우웅!

 

원래 드래곤이 괴성을 지르면서 발로 밟아 뭉개는 멋진 장면은, 모든 이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웃어야 할지, 피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야. 하얀 뱀. 너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냐?”

 

“그야 도망가지.”

 

“그러겠지?”

 

티르빙을 꺼내 사브르를 들고 오른손에 가볍게 쥐었다.

 

“도망가는 거 맞아? 아니면 저것과 싸우려고? 저런 괴물은 나도 처음 봤는데?”

 

하얀 뱀이 뭐라고 하던 말던 바닥에 숨어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너는 최대한 다른 곳으로 수색해줘. 이 녀석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말이지. 내키지 않으면 그냥 여기서 도망가도 상관 없고.”

 

“네 말을 듣고 정말 도망가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오히려 네가 손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래도 나를 따라다니는 바람에 개죽음을 당할 위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도망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이지. 너의 입장에서는...그러니 도와준다면 이 주변을 네가 대신 탐사를 해주고, 도망간다면 지금부터 뒤도 돌아보면 안 돼. 내가 소란을 피우는 동안 아리엘이 나에게 관심이 쏠려있을 테니 말이야.”

 

“정말 이상한 녀석이네. 오히려 나에게 매달리는 듯한 어조로 “제발 좀 도와줘!”라는 말을 해야...아! 그렇군. 이게 다른 차원에서 말하는 츤데레라는 녀석인...”

 

“나에게 죽기 싫으면 당장 이동해! 그리고 한가지 말해주지. 나는 츤데레가 아니라 태클을 거는 캐릭터야. 좋고 싫음을 떠나서 허무맹랑한 소리를 할 때마다 태클을 걸어야 하는 바보 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자연에서 살아남는 특수부대원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떠나!”

 

그런 말을 듣고 하얀 뱀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몸을 감추기 시작했다. 서서히 멀어지다가 내가 두 번 다시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까지 이동한 하얀 뱀이야 말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기괴한 혼종을 따돌려야만 했다.

 

“젤나가 맙소사. 누가 이런 끔찍한 혼종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몸을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에서 그나마 벗어나고, 다시 마나를 내 몸에 휘어 감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날아드는 발톱과 내 검이 마주했을 때, 거대한 불꽃이 튀어 올랐고 내 온 몸을 짓누르는 무게를 견디면서, 기합과 함께 거대한 몸을 뒤집으려고 하는 일은 정말 미친 짓이고...솔직히 그건 건 다른 영웅에게 찾아서 볼만한 연출이니까. 나의 경우에는 옆으로 구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번의 도약을 통해 거리를 좁히면서 거대한 날개를 베어내려고 했지만, 검이 날개를 닿는 순간 뭉툭한 젤리를 배어내는 기분 나쁜 감각이, 양손을 따라 온 몸으로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뒤를 바라보며 날개가 잘렸는지 확인을 해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다시 자라나고 있는 기괴한 현상을 보았을 때. 뱁새의 얼굴을 하면서 귀엽다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끔찍하고 악랄한 생명체에게 정공법이 먹히지 않는다면...

 

“다른 곳으로 보내버릴 수 밖에 없나?”

 

어떻게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지?

 

“이거 정말 무시무시하네.”

 

시나가 이곳의 과거를 담는 동안 버터야 하는데.

 

“뀨우우우~”

 

“너는 그렇게 울지 말라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대한 괴수까지 같이 지켜보면서 울고 있는 모습에, 이런 이질적이 환경에서 나 홀로 진지한 전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어딜 봐서 이 세계가 멸망할거라 볼 수 있을까?

 

그래도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우선 마음을 고쳐 잡기로 할까?

 

-쉬이익! 착!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돌려 검을 내려찍었지만, 연약한 손이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내고 있었다. 아리엘은 은빛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여전히 같은 말만 하고 있었으니...

 

“착한 아이는 잘 시간이에요.”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거든? 착한 어른이야!”

 

저기? 읽고 있는 사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얼굴 하지 말아주겠어? 아니...알았어. 이건 내가 잘못한 걸로 하자. 지금은 다 전략적인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것뿐이니까!

 

보통 정상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처구니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맞을 텐데. 아리엘은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그저 웃으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칼을 굳게 잡고 있었지만 피가 나지 않고 티르빙을 귀걸이 형태로 바꿔버렸다. 인간이 신에게 도전하지 않는 이유라면, 인간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권한이 부여되어있기 때문인가? 위험한 순간에 나를 천천히 붙잡으려고 양팔을 벌려서 안으려고 했지만...

 

“지금 낮잠 자는 건 사양이야!”

 

공간을 접어서 저 멀리 이동을 했지만 어째서인지 아리엘과의 거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급하게 이동해서 모든 것이 다 읽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나를 재운다는 일념으로 따라오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잠에 들면 그 꿈속의 세계는 어떤 일이 터지는지 알 수 없다는 건데,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릴리스가 필요할 것 같지만, 지금은 이 상황부터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자. 착하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5초만이라도 좋으니까 대체 아리엘의 눈에서는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아보고 싶다! 그나마 강인했던 정신방어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거리를 매우 멀리 떨어뜨려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도망가기 위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쪽 건물 안에 숨어 있을 때였고, 그 안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있었을 무렵. 어째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쓰러져 자고 있는 사람들의 몸이 서서히 그림자처럼 변하기 시작하면서, 흡수당하고 있었으니 그 주변에 있는 그림자들은 모두, 다른 세계로 전이되어가고 있는 이전의 생명체였다는 사실.

 

 

그러면 그 동글동글하고 커다란 괴수는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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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지만...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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