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52 - 1

469

 

멸망이라는 것은 다양한 각도로 다가온다.

느닷없이 생겨날 수도 있고,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돌 하나 던졌는데 멸망을 당한다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카멜롯에서 터져 나오는 괴물들을 본 카일의 생각

----------------------------------------------------------------------------------

 

지금은 마리아가 만들어놓은 대결계 밖에 있다고는 하지만, 드디어 괴물들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는 생각보단, 지금 당장 이 괴물들을 막기 위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어처구니 없게도 괴물들의 모든 모습이, 이쪽 세계에서는 허락을 받지 않았는지 그림자처럼 검은색으로만 형태를 띄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까 그 거대한 괴물도 검은색인 이유가, 아직까지는 세계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라면, 분명 약점을 쉽게 찾을 수 있겠지?

 

결계가 깨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하니, 마리아의 대결계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잠깐만! 카일의 모습으로는 상관 없지만, 카린의 모습으로 저곳에 들어가는 건 그만두거라!”

 

마리아가 나를 붙잡고 소리쳤다. 내가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해서 전투력이 약화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마나의 친화력과 담을 수 있는 양이 많아졌다면, 오히려 저 안에서는 죽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애초에 카멜롯 안에 마나가 제대로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것도 있어야 하고, 저런 괴물들을 품었던 무시무시한 거대괴수도 약점을 찾아야 하니까.

 

그런데...

 

“뀨우우우~”

 

“네가 그렇게 울면 이미지가 다 망가지잖아!”

 

결계 안에서 귀엽게 울고 있는 거대괴수에게 소리쳐버리고 있었다. 거대한 검은 구체에 짧은 다리와 짧은 팔만 다린 괴물이라니. 거대한 눈동자와 그 위에 있는 뾰족한 고양이 귀만 없었어도 최악의 생물이 되지 않았을까?

 

“뭔가 사악하게 보여야 하는데, 사악하지 않아서 정말 애매한 생물체잖아. 그냥 검은색으로 물들은 동물들 퍼레이드를 보는 기분이라고, 그렇게까지는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나올 거야.”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카린의 모습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겉보기에는 온순한 척을 해도 그 속은 무시무시한 짐승들의 본성이 자리잡을 수 있노라!”

 

대체 마리아는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눈을 반짝이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때릴까?

 

“원래 사지로 가는 사람에게 웃는 얼굴이 아니라, 울먹거리는 얼굴로 보내줘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니에요? 뭘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별 일 없이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무슨 소리인가! 첩은 카린을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노라!”

 

“아니! 웃고 있잖아요!”

 

“원래 첩은 슬플 때 이런 얼굴을 한다. 슬플 때도 항상 밝고 건강하게! 이게 첩의 신조...끼야아아아악!”

 

“어디. 이런 상태에서도 웃어보시죠?”

 

작은 얼굴이 아이언 클로에 갇혀서 비명을 지르는 동안, 웃는 얼굴을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보려고 했지만, 애써 웃으려는 노력이 가상했기에 20초정도만 하고 놔줬다. 사역마중에 하나인 레시아는 마왕으로서 마계의 군세를 이끌어 오고 있는 중이고, 지금은 하얀 올빼미로 변하고 있는 시나와 하얀 뱀이 내 옆에 있었는데, 저 안에 마나가 존재한다면 이프리트와 윈디를 소환해서 카멜롯 전역을 수색할 예정이다.

 

“그럼 저는 저 안에 다녀올 테니, 레시아가 찾으면 알려주세요.”

 

시나와 하얀 뱀을 이끌고 결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아까 전에도 귀엽게 울었던 거대괴수는 나를 바라봐도 멍하니 있었고, 그나마 밝아 보이는 그림자 괴물들이 내 주변에서, 포위를 하지도 않고 자연상태에 방목하는 그런 분위기. 우선 안에는 마나가 있는 걸로 보면 마법사들이 활동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카멜롯에는 사람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정말 다 죽었다고 보기에는 마을 안에는 시체 하나,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으니까.

 

“가설을 내리면 지금 이 그림자들처럼 보이는 생물체들은, 카멜롯 안에 있던 희생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 시나는 어떻게 생각해?”

 

“그건 아닙니다. 저들에게 있어선 생명의 박동이 감지되지 않으니까요. 마스터의 가설과는 전혀 다르지만, 카멜롯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거나, 다른 차원으로 보내진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흡수했는지 몰라도, 몸이 흡수당한 것을 모르는 그림자들은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뿐이니까요.”

 

“공기 중에 전파되거나 질병으로 된 가능성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안에 있던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라던가 바이러스마저 전부 흡수당했습니다.”

 

그러면 이 안에는 발효를 시킬 수 없다는 소리인가. 마치 이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도약을 꿈꾸는 것 같잖아?

 

“재창세인가...아리엘의 의도인지 아니면 다른 외부인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네. 우선 마법학교부터 가서 켈모리아가 살아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

 

“그 마녀는 왜 찾으려고 합니까?”

 

이젠 마법사가 아니라 마녀로 취급 받고 있는 켈모리아를 찾아가는 이유라면, 이 안에서 켈모리아라도 찾아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들을 수 있으니까. 만약 말을 안 하겠다고 버티면 마리아에게 부탁해서 기억을 들춰낼 수 밖에 없다.

 

“질문은 언제나 위험을 감수하는 거니까. 학교에 다녔을 때도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려면, 수치를 감수하고 물어봐야 하잖아? 아니면 어린아이들의 시기나 질투를 마음속에 담아둬야 했지. 질문은 언제나 위험하지만 그에 맞는 해답은 대부분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는 있어.”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하나 같이 건물은 멀쩡하고 그 안에서 붉은 안광을 띈 그림자들이 계속해서 나를 비췄다. 오히려 온순하게 나를 봐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는 그림자들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확실한 실체를 가졌다는 것은 그 거대괴수 하나뿐.

 

인형으로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짧은 다리와 짧은 팔을 가진 거대괴수야 말로, 붉은 안광이 아니라 사람처럼 검은 눈동자까지 비춰지니까. 허리가 없을 것 같은 동그란 체구를 어떻게든 숙여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저 애는 단순히 마리아가 던진 돌을 맞고 깨어난 것뿐이지만.

 

하지만 아직까지 실체화가 되지 않았는지, 이 녀석이 밟고 있는 건물은 무너지지 않고 관통한 것처럼 보였다.

 

“아직까지 실체화가 되지 않았으니 나를 건드리지 않은 거였구나.”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사이에 검은 늑대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내가 보이지 않았는지 스쳐 지나갔다. 정확하게 내 뒤에 있는 검은 사슴인지 노루인지 뭔가 하는 걸 잡아 먹기 위한 모양.

 

지금은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알아낼 것은 빨리 알아내고 가자.

 

마법학교에 찾아가는 것은 먼 거리였지만 시나가 나의 날개가 되어준 덕분에, 빠르게 날아갈 수 있었다. 여전히 카멜롯에 불어오는 바람은 현실세계에 대한 것이고, 날아가면서 내 시야를 채운 것은 그림자의 모습과 붉은 안광을 하고 있는 생명체들이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이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해,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

 

두 가지의 궁금증은 언제나 내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동안 차가운 강풍이 긴 머리카락을 흩뿌리고 있어도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언제나 무표정으로 말없이 생각만하니 시나가 질문을 했다.

 

“마스터.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는 겁니까?”

 

“그야 걱정되지. 카멜롯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비정상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야. 지금 그런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세계적인 입장으로 보았을 때 손실이 너무 커.”

 

“마스터의 입장에서는 이브센티아를 보는 듯한 광경이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시나만큼은 내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었으니까.

 

“이브센티아?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 세계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뱀이기 때문에, 나는 좀 더 많은 이야깃거리와 흥미로운 재미가 필요하다고?”

 

“넌 조용히 해. 기껏 그 기묘한 구슬에서 풀어줬으면, 너도 일단 나를 위해 도와달란 말이야.”

 

“그럼 선악과라도 줄까?”

 

“그걸 왜 가지고 있냐!”

 

지금의 인간이 선악과를 먹어봤자 무슨 소용이라고, 선악과로 주스를 해먹을 지도 모르는데?

 

“지혜가 늘어나니까 괜찮아. 그러니 먹어도 괜찮아.”

 

“네 뱃속에 들어있는 선악과를 먹으라는 것은 사양하겠어. 차라리 위액이 붙어있지 않은 싱싱한 선악과를 나무에서 따서 주란 말이야.”

 

검은 가죽 재킷에 서리가 끼는 바보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금은 여름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무더운 날에 마법학교 근처에는 주변이 빙결마법으로 덥혀있는 대결계를 볼 수 있었는데, 이게 발동하고 있다는 거라면 분명 켈모리아가 살아있다는 소리.

 

“역시 켈모리아는 이런 지옥 속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갖췄군. 어쩌면 아리엘이 이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니까 해제를 해야겠지.”

 

“그러기에는 결계의 강도가 너무 강합니다. 오히려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닐까요?”

 

시나는 다른 관점에서 나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언제나 다른 시점으로 관찰하라는 나의 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시나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결계를 해제하려던 오른손을 내렸다.

 

“그렇네.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으니까. 섣부르게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지.”

 

“남자가 여자로 되면 조심성이 많아지는 건가. 확실히 흥미로운 현상이긴...으아아아악!”

 

“이 뱀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난발하는 건지 모르겠네. 지금 당장 뱀술로 담가줘?”

 

내 성격은 본래부터 조심스러운 성격이다. 성별에는 관계 없이 정신은 일치하기 때문. 남자일 때는 잘 몰랐지만 여자로 변하고 나니, 손가락이 살짝 가늘어지고 약간 작은 손바닥이 하얀 뱀의 머리와 꼬리를 붙잡고 쭉쭉 늘리고 있었다.

 

“너무 아프잖아. 정말 뱀을 다루는데 험악하다니까? 아니면 성격이 사디스트라던ㄱ...켁! 잘못했어! 안 그럴게!”

 

다시 징벌을 내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을 때. 검은 날개를 펴고 천천히 나아가는 아리엘이 내 눈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는 듯한 검은 뱀이 아리엘의 오른팔에 감겨있고, 하얀 뱁새가 그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호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무턱대고 아리엘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아가기보단, 무슨 상황인지 자세히 알기 위해 숨어서 지켜보는 선택지를 택했다.

 

-선택해라!

 

“뭘 선택해! 이건 또 무슨 패러디야!”

 

그래도 절망적인 선택지를 받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만약 받았으면 지금 당장 창조신에게 롱기누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시켰을 테니까.

 

“마스터. 왜 숨는 겁니까?”

 

“지금 아리엘의 눈에 걸리면 좀 골치 아파 질 것 같거든, 게다가 왜 몸이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몸이 성장했다면 싸웠을 때 오히려 질 수도 있어.”

 

“역시 마스터보다 몸매가 더 좋은 걸 확인하고 아리엘에게 쉽사리...”

 

“그게 아냐! 엄밀히 말하면 나는 본래 남자니까, 지금의 모습으로 외형이 어쩌고 저쩌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는다고! 전투능력이 올라갔을지도 모르고 지금 아리엘은 마신으로 각성했으니, 저 거대한 덩치가 깨어나서 덩달아 일어난 거라고!”

 

소리를 죽이면서 소리치는 게 힘든 일이지만, 내 예상대로 아리엘은 깨어나 있는 모든 그림자 괴물들에게 하나하나 찾아가서 잠을 재웠다. 아리엘이 마신으로 각성하기 전까지는 몽마였으니까.

 

“아리엘이 모든 걸 다시 재우고 있네. 잠깐만? 이 안에 있으면 나도 해당되는 거 아냐?”

 

 

내가 말을 하고도 내가 놀란 것은 둘째치고, 아리엘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듯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

일요일은 역시 많이 자야죠!

[많이 자서 늦었습니다.]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