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47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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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자고 있을 상황이 아니지만 춘곤증이 몰려와서 쓰러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 점심을 먹었으니 식곤증이라고 해야 할까? 아까 전에 아이니스에게 태클을 거는 바람에 체력이 소모가 되어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보금자리는 결국 의자에 앉아서 자는 걸로 해결해야 했다. 우선 4시간이나 5시간만자고 일어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니, 낮잠을 1시간이나 2시간정도 자고 일어나면 그나마 피로가 풀린다. 책상 위에서 베니를 베개로 삼아 자고 있을 때.

 

“Beep! Beep! 난 양이얌!”

 

6번째양이 내 앞에서 리듬을 타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생각을 좀 해보니 이 꿈은 분명 내가 꾸는 꿈이 아닐 텐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양이 노래나 부르는 꿈을 꾸겠나?

 

“어이 6번째양. 너는 대체 왜 나타나는 거야?

 

“메에~”

 

“아까 잘만 말했잖아! 여기서 이상하게 돌려 말하지 말라고!”

 

다시 동물의 울음소리로 돌아가버린 6번째 양에게 소리를 쳐도, 돌아오는 것은 다시 푸른 초원에서 맞이하는 허무함. 여전히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양 때를 보면서 나는 다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레시아는 어째서 나를 늑대라고 표현을 한 것인가?

 

“내가 늑대였다면 이곳에 있는 양이 전부 도망갔겠지. 양치기를 잘못 말하는 거 아냐?”

 

“양치기라. 그래도 카일 군에게는 그게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지.”

 

하긴 내가 잡화점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근데 누구세요?”

 

회색 후드티를 입고 있는 남성이 느닷없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거만하게 주머니 속으로 양손을 집어넣어 내려다보고 있더니, 느닷없이 기타를 들어올리면서 나에게 외쳤다.

 

“모두 준비 됐습니까!”

 

-콰지직!

 

내 얼굴에 급속도로 내려가는 기타를 피해 옆으로 구르면서, 처참하게 부셔진 기타 조각들을 보고 조금만 늦게 피했다면, 내 머리마저 산산조각 나서 같이 터져나갔으리라. 한번에 인간에서 시체로 변할 뻔한 나는 정체도 모르는 남자에게 소리질렀다.

 

“대체 무슨 짓이에요!”

 

“내 귀여운 여동생인 아리엘을 너 같은 녀석에게 넘겨줄 수 없다!”

 

“아리엘이 거기서 왜 나와! 그만하라고! 기타는 이미 내구도가 0이란 말이에요!”

 

이것은 분명 내 꿈이 아니라 누군가로 인해 이곳으로 끌려온 것뿐이라고 생각하자니, 지금 당장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티르빙을 무기로 변환시켰다. 내 앞에 있는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렇군. 설마 설마 했는데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하늘이 무심하기도 하지? 어째서 네가 무기를 뽑을 수 있을까?”

 

“그야 살기 위해서 무기를 뽑은 게 맞잖아요? 꿈속에서도 죽임을 당할 바에 차라리 죽이고 상쾌하게 깨어나는 것이.”

 

“아니. 그게 아니라. 어째서 너는 꿈속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냐는 거야.”

 

꿈속에서 마법을 왜 사용할 수 있냐고? 그야 당연히 꿈속에서 마법을 사용하겠다고 간절히 소원을 빌면 우주에서 마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었나?

 

“아리엘은 몽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체내에서 마나를 직접 생성해서 사용할 수 있는 특이체질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런 아리엘도 꿈속에서는 정기를 사용해서 공상을 구현하고 있단 말이야? 그리고 너는 유독 이 장소로 출현을 자주하는데 이곳이 정확하게 뭐 하는 곳인지 알기나 하고 오는 거야?”

 

6번째 양의 서커스를 보러 오는 공간이 아닌 건가?

 

“그보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아리엘에 대해 어떻게 아느냐는 건데요? 설마 당신이 마신 아르트리옴이에요?”

 

“그래. 내가 바로 아리엘의 오라버니인 아르트리옴이야. 그러니 나는 너에게 내 여동생은 줄 수 없는데?”

 

“여동생이라니? 아리엘이 그 소리 할 때마다 걷어차려고 하지 않아요?”

 

“본 적 있는 거야?”

 

자칭 오라버니라는 녀석인가?

그 애도 무시무시하네. 마신을 자신의 포로로 둘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이 공간은 대체 어떤 공간이길래 저기 있는 기타 파괴자가 나에게 화를 내는 걸까.

 

“이곳은 보통 인간이 올 수 없는 공간이야. 릴리스와 함께 이곳을 내가 만들었으니까. 차기에 신에게 부름을 받는 아이들이 이곳에 찾아와서 맹약을 나누는 공간이지. 저기 있는 6번째 양은 대체 왜 있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저기 있는 6번째 양은 그냥 있다는 걸로...

 

“그럼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신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맹약을?”

 

“응~ 아니야~”

 

마신 아르트리옴은 느긋하게 내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아 그럼 왜 내가 여기에 계속 왔었냐고! 저기 있는 6번째 양이 날 꼬드긴 것도 아니잖아!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아르트리옴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대체 그 많은 여자들을 다 거느리고도 뭐가 부족해서 맹약까지 받으려고 하냐? 사기캐릭터가 될 거냐? 이 녀석이 평상시에 엘티노스에게 가르침을 받았더니 언제나 비어있고 공허한 척을 하네. 너만 힘의 균형이 필요 없어?”

 

“아니. 힘의 균형이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상상하는 것이 무궁무진하잖아요? 이해를 좀 해줘야 하지 않아요?”

 

아르트리옴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뭐 됐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라고 한 뒤에, 본론으로 넘어가려는 건지 헛기침을 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한가지 확실하게 해둘까? 지금 엘티노스는 너와 같이 있는 거지? 지금 잡화점에 있는 아공간에서 말이야.”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이면 너에게 엘티노스의 봉인을 빨리 풀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군. 천계 쪽에 상황이 좀 급격하게 변하면서 아슬아슬할 것 같거든. 어쩌면 지금 당장이라도 천계에 있는 어릿광대가 들킬 것 같아. 지금 비니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서 말이지.”

 

“비니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요?”

 

그리고 내 귀에 천천히 속삭이는 아르트리옴.

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아무래도 비니스가 천계의 1인자가 된 것 같다. 비공식적이긴 하지.”

 

비니스가 천계의 1인자가 된 소식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지만, 어째서 비공식적이라는 말이 나타났는지 의문일 뿐. 머릿속에서 질문할 것이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우리스 여신이 무슨 수로 비니스 여신에게 1인자를?”

 

“그거야 당연히 신도들의 인지도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은 아우리스 교가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그건 공식적인 지표일 뿐이고. 실제로는 검은 높새바람이 공작을 한 것이 좀 많은지 대부분은 비니스를 믿고 있거든. 엘티노스가 창설한 검은 산들바람도 비니스 여신의 명령으로 창설한 거였는데, 필요가 없어진 것을 알고 해체시켰잖아?”

 

“그건 들었는데. 그게 왜?”

 

“이런? 평상시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더니 지금은 뉴런이 다 끊어졌나?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하지? 어쨌든 엘티노스가 검은 산들바람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비니스의 입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엘티노스가 빠른 시일 내로 해체한 것뿐이야. 지상의 인간들이 비니스를 믿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비니스가 꾸미려는 짓을 알아차렸으니까.”

 

“역시 비니스가 악신인 거죠?”

 

“아니. 비니스는 ‘전’악신이지. 지금은 악신을 부르려고 하는 것뿐.”

 

여전히 모르겠다.

 

“애초에 마신과 악신은 서로 부부라는 소리가 있었는데?”

 

“그건 인간들이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지만, 사실 연인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갔어. 다만, 비니스가 용사를 보고 “내 취향이야! 악신은 이제 그만둬야지!”라고 바람을 피기 전까진 말이지. 그 이후로 악신의 자리는 지금까지 공석. 그래서 문제가 생긴 것이 딱 한가지 있어.”

 

항상 생각을 하는 거지만, 신과 여신의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고 싶다. 용사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악신을 그만두고 생명의 여신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소리잖아. 물론 인간계에서 몰래 내려와서 사람들 사이에 질병을 치료해주는 등. 여러 가지 좋은 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데 악신은 지금도 안 나오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아리엘이 소환된 것일 수도 있어. 맹약에 따라 마신의 피를 이어받아서 아리엘은 여신이 되어야 하는 운명이거든. 그 와중에 켈모리아가 선수를 치는 바람에 마족으로 변해서 그 기간이 연장한 것뿐이지. 악신의 자리는 아리엘이 예약한 사실은 변함이 없어. 사실상 몬스터가 배회하는 숲에서 고블린들에게 무참히 난도질을 당해 죽을 운명이었는데. 이상하게 꼬이더라고?”

 

아르트리옴의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라는 성취감보다는 분노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애가 죽지 않았는데 뭐가 그렇게 아쉬워!”

 

“그렇게 화내지마. 아리엘이 내 아내로 올 수 있는 시기가 연장이 되어서 슬퍼하는 이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이 아니니까. 아리엘은 다른 세계에서 제물로 받쳐지는 운명이란 건 알고 있지? 영겁의 노래를 조사했으면 알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설마?”

 

영겁의 노래가 다른 세계로 날아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영겁의 노래와 계약을 맺은 아리엘이 이곳으로 왔으니까. 조만간 세계가 겹치는 재앙이 펼쳐진다는 소리인가?

 

“너는 다른 세계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 적대적일까? 우호적일까? 애초에 아리엘이 넘어온 것도. 영겁의 노래가 넘어간 것도. 비니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실험 같은 거야. 이 세계는 균형이 일정해서 평화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로 평화롭기 때문에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쳐지고 있어.”

 

아르트리옴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리면서 한탄해 하듯 계속 말을 이어나갈 때. 푸른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나를 조용히 지나갔다.

 

“게다가 마왕이 하필 그 모양이어서 투쟁의 시기는 없어지고, 강력한 적의 세력을 만들자는 비니스의 계략은 너희들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지. 보통은 아무것도 몰랐다가 사건이 터진 뒤에 뒤늦게 움직여서 겨우겨우 회복을 하는 것이 히어로의 일이지만, 너희들의 경우에는 초기 조치가 너무 확실하게 잘 해서 그런지. 악당이 비밀병기의 설계도를 만들기도 전에 해치워버린 기분이야. 당연하게도 너희들을 제대로 조율하고 있던 엘티노스가 일을 잘한 경우도 있지.”

 

어째서 비니스는 투쟁을 바라는 걸까?

그 답은 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평화가 계속 유지되면 신들의 존재가 잊혀지기 때문이겠네요?”

 

“정답. 모든 인간들은 자신이 힘들 때만 의지할 곳을 찾지. 그 대상은 작은 동물부터 위대한 창조신까지 모두. 천계에서 신과 여신이 인간에게 그렇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용사에게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때마다 강해지는 특성은 신들에게 전수받은 능력이기 때문이야. 비록 나는 마신이라서 음험한 오컬트 무리들이나, 시체협회라는 네크로멘서들의 협회에게 힘을 받는 터라 약한 편이지만. 생명의 여신과 최초의 여신은 인기가 높거든.”

 

결국 비니스는 더 많은 힘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세계를 이곳으로 전이시킬 생각인가보다.

 

“그럼 전이에 대해 혼란이 생길 경우. 용의자들은 누가 되는 거죠?”

 

“당연히 너와 켈모리아가 되겠지. 시공간능력을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은 너희 둘밖에 없으니까. 여신들이 너희 두 명을 지목하면 광신도들이 좋다고 뛰어올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까지 올 수 있으니까. 힘내라고?”

 

 

아르트리옴의 말을 끝까지 들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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