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 - 6

19

 

 

 

사람이 자신이 자고 있다는 자각을 하는 것은 평생에 얼마나 될까? 아무리 이상한 꿈이 보이더라도 그것은 절대로 "아...저거 꿈이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적다. 아무리 이상한 꿈이라도 그 꿈에서 있는 상황이 익숙하기 때문에 전혀 꿈으로 인식 못하고 깨어난 뒤에야. "어우...별 희한한 걸 다 보네."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한다. 레시아를 씻기고, 나도 씻고 피곤해서 아침 겸 점심으로 잠을 자게 되었을 때는 마일론이 왜 마검을 뽑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 곳에 들어갔는지, 아무것도 묻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 체 1층에 있는 바닥에 펴진 포근한 이불 위에서 눕자, 내 머리 밑에 있는 베개는 내 의식을 저 땅 밑으로 떨어뜨리려고 했다.

 

문제는 내 머리 속에서 양과 울타리가 보이더니, 양이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양 하나가 넘고, 양 하나가 넘어가고...그렇게 다섯 마리를 세고 나서, 여섯 마리가 뛰어넘으려 하는데.

 

-쾅!

 

"제대로 뛰어 넘으라고!"

 

못 뛰어 넘는 양에게 태클을 걸며 벌떡 일어났다. 내가 잤던 시간이 10시였는데, 지금 시계를 보니까 오후 3시. 5시간정도 자고 난 뒤였다. 나는 분명히 자려고 누워서 양을 세다가 태클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꿈 속이었다. 허탈감과 공허함이 내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날쌔게 돌아다니며 춤을 출 때 쯤. 입구 쪽에는 육포를 먹고 있는 레시아와 아이니스가 보였다.

 

자다 일어났으니 머리카락은 자유의지를 가지며 떠 있었고, 그것을 대충 손으로 빗어서 눌러버리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 오늘도 그 육포를 레시아에게 주려고 온 거냐?"

 

아이니스는 치켜 뜬 눈을 하면서, 손을 내놨다. 아마 5실버를 내놓으란 뜻이겠지. 5실버를 내놓자마자 신문을 들었다. 오늘 신문은 쭉 훑어봐도 그리 큰 사건은 없는 듯 보였다. 물론 마검 티르빙을 도둑 맞은 것은 아직도 비밀리에 은폐하고 있는 듯 했다.

 

"아이니스. 머리모양이 그게 뭐야?"

 

아무래도 신문을 접으니 맨 처음부터 아이니스의 머리모양이 신경 쓰였다. 특히 앞머리 가운데에 튀어나온 저 피뢰침 같은 머리카락. 저걸로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것인가? 별별 이상한 생각을 다 들게 만든다. 그러자 아이니스의 당돌한 목소리가 드디어 나왔다.

 

"이 머리카락은 제 이성을 유지시켜주는 장치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억지 설정이거든?"

 

"이 머리카락을 뽑거나 내리게 된다면! 저는 어둠에 물들 수 밖에 없어요!"

 

"그건 다른 곳에 있는 설정이잖아."

 

나는 아이니스의 저 바보같이 솟아오른 은색의 머리카락을 내리자. 아이니스가 "우오오오!"하면서...

 

"어둠에 물든다! 큭! 안되! 아직은 저 아저씨에게 매도를 해야 하는 나의 사명이!"

 

"어둠에 물드는 게 아니라 매를 버는 거겠지! 아저씨 아니라고 얼마나 말해야 되냐! 나를 욕하는 게 대체 무슨 사명이야! 내가 욕먹으면 죽는 마왕이냐!"

 

꿈에서 태클을 걸었는데, 여기서도 태클을 걸고 있었다.

내 인생은 어디까지 이래야 할까...

 

"그보다 루니아 언니가 찾아요."

 

자신의 차밍포인트라고 결정했는지 다시 머리카락을 피뢰침처럼 새웠다. 그나저나 그 체크무늬 스커트하고 프릴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어디로 가는 건지...

 

"지금 한 시라도 빨리 남동생 성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자신이 폭주를 한다고 웃으면서 그랬는데, 아저씨 어른스러운 연하에게 아기 플레이 당하세요?"

 

"헛소리하네! 루니아 씨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아! 그보다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아기 플레이는 또 무슨 소리야! 너 청소년 맞냐!"

 

"몸은 아이지만! 마음은 어른!"

 

"니가 시계로 마취침을 쏘는 소년탐정이냐!"

 

아무튼 아이니스와 대화를 하면, 정신적으로 내가 쉽게 피로해진다. 조만간 육포 얻을 겸 정말로 부모님을 만나 뵈야 할 지도...

 

"아까 루니아 언니가 좀비처럼 잡화점 앞을 서성거렸어요."

 

"그 남동생 성분 실제로 있는 성분도 아니잖아..."

 

나중에 루니아 씨를 만나면, 어떤 상태가 됬을 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 정말 좀비처럼 뜯어먹지는 않겠지, 성분을 섭취해야 한다면서...

 

[어차피. 그 금발계집은 최소 4번 이상이나 오지 않았던가.]

 

레시아가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면서, 육포를 먹고 있는데 아이니스에게 완전히 길들여진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아이니스가 대리고 가면, 그대로 따라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육포의 존재에 대해 고찰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육포 하나로 내 사역마가 빼앗기게 생겼는데.

 

[방금 전에도 한 번 잡화점에 접근한 것을 봤고...]

 

[루니아 씨가요?]

 

[다만...열어두면 주인이 자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짐은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 거야.

대체 남동생 성분은 무엇이길래, 루니아 씨가 좀비처럼 행동할 정도로 사람을 바꾸는지, 생각을 하는 도중에 아이니스가 슬슬 일어났다.

 

"그럼 루니아 언니에게 아저씨 일어났다고 말할게요."

 

"아저씨 아니라고!"

 

그렇게 아이니스가 뛰어가면서, 사라진 지 5분 정도 경과 됐을 때. 아직도 레시아는 바닥에 쌓여있는 육포 중에 일부를 나의 쓸모 없이 많은 마나를 이용해서 공간마법으로 저장하고, 자기가 먹을 분량만 먹고 있었다.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고 있는 와중에, 저 멀리서 흙먼지가 몰려왔다.

 

보통 사막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흙먼지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최근에 이상기후라고 해도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는데? 레시아가 낌새를 먼저 알아차리고, 남은 육포를 죄다 공간 속으로 집어 넣었다.

 

[주인. 금발계집이 오고 있다.]

 

[네? 저건 그저 흙먼지...]

 

마나로 내 시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자, 뿌옇게 황색으로 연막이 휘몰아치는 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루니아 씨가 보였다. 무서워! 저게 달리기로 인해 나오고 있는 자연재해라고! 저 멀리서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앞으로 15초.

 

"야호! 카일!"

 

앞으로 충돌까지 10초.

자연재해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착찹했다.

 

앞으로 5초.

루니아 씨는 자신의 몸을 날렸다. 물론 그것을 받으려고 내 몸을 움직여서 위치를 잡았는데,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보였다. 이것이 주마등인가? 죽기 전에 보여주는 주마등이 대체 왜...

 

앞으로 2초.

생각을 해보자. 루니아 씨의 달리기 속도를 보아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왔다. 게다가 아직 기사단의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무거운 중갑이 있을 것이라 본다. 거기에 그 각력으로 나에게 몸을 날렸으니,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충격량은 열차에 치이는 것과 비슷하리라 보면 될지도...아니면, 투석기로 날아오는 돌을 맨몸으로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1초.

나는 최대한 마나를 이용해서 온 몸을 방어했다. 체내에서는 모든 신체와 근육을 강화했고, 체외에는 물리 충격량을 줄여주는 마법방패의 상위 마법인 보호마법을 걸쳤다.

 

앞으로 0.5초

짧았지만, 내가 했던 모험을 생각하며 쓴 웃음을 흘렸다. 주마등이 다 스쳐나가자 기뻐 보이는 루니아 씨의 얼굴이 보였고...

 

-콰과광!

 

 

 

 

 

 

 

=지금까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였습니다.=

=부족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날 멋대로 죽이지마!"

 

"우우...아파요오..."

 

잡화점은 외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자연 재해를 보러 온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엔딩 크레딧을 올리는 사악한 자에게 태클을 걸며 일어났다. 정신차려보니, 루니아 씨는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마을 주민들이 나와 루니아 씨를 주변에서 기겁을 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여성측

 

"세상에! 저 남자가 대포를 맨몸으로 맞고 살아있어!"

 

대포가 아니라 사람인데요. 그보다 살아있는 것이 그렇게 신기해요?

 

"역시 저 잡화점에는 끔찍한 저주가 있는 거야..."

 

잡화점에는 댁이 생각하는 끔찍한 저주가 없어요.

 

"불쌍하기도 하지...죽지도 못하고, 저 곳에서 영속되어야 하는 몸이라니..."

 

아니 나 안 죽었다니까요! 대체 잡화점을 뭐로 보는 거야!

하여튼 두 번째로는 남성측

 

"저 젊은 여기사. 루니아 님 아냐?"

 

마치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보는 중년의 남성이 소리를 내자.

 

"그러게! 루니아 님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다니! 난 행운아야!"

 

옆에 있던 또 다른 중년의 남성이 그렇게 소리를 외쳤다.

 

"하악...하악...금색의 갑옷 안에 있는 짧은 하얀 치마가 최고라능!"

 

마지막 넌 대체 뭘 보는거냐...

그리고 세 번째로는 루니아 씨의 광적인 팬들이었다.

 

"저 남자가 건방지게 루니아 님의 순결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내가 순결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루니아 씨가 내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만...

 

"어서 시체협회에 있는 협회장님께 보고 드려!"

 

그 사람에게 저주 받기 싫어! 보고하지마!

 

"저 원흉을 제거하자! 잠깐. 그러면 잡화점은 누가 키울꺼야! 잡화점은!"

 

언제적 꺼냐! 글쓴이를 새로 키워야겠네!

 

꽤나 정신 없는 상황이 이리저리 오고 갈 때, 레시아가 우리의 모습을 숨겨주는 은폐마법을 펼쳤다. 그리고 조용히 그 군중 사이를 빠져나가 잡화점의 조심이 닫았다. 아무리 보호마법과 신체내부를 강화했다고는 하나, 몸의 충격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해. 아직도 온 몸을 들쑤시고 다녔다.

 

걷고 있으면서 상당히 위화감이 들었다. 과연 뭐가 잘못 되었을까 라고 생각 했을 때, 내 목을 감싸면서 계속 안겨있는 루니아 씨가 보였다. 그러면서 귀엽게 "충전중..."이란 말을 한동안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허브티를 끓이기 시작했다.

 

"저기 루니아 씨?"

 

"누!나!"

 

...저건 꼭 해야 되는구나.

 

"루니아 누나. 이제 다 충전되지 않았어요?"

 

"세류 충전중..."

 

"그건 또 무슨 충전이에요."

 

"가엾은 루니아 누나는 10분 더 충전해야 수명이 늘어나요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하아...치유된다아..."

 

루니아 씨가 엄청난 지근거리에서 말을 하고 있으니, 나까지 쑥스러워졌다. 빨리 놔주고 내 건너편에 있는 허브티를 마시면서 진정해주길 빌어야만 했다. 우선 루니아 씨에게 물어볼 것은...

 

"대체 그 남동생 성분은 뭐에요?"

 

"그건 카일에게 유일하게 나오는 거랍니다아."

 

왜 그런 정체 모를 성분이 나에게 나오는 건데? 애초에 남동생 성분이라면, 루니아 씨보다 더 낮은 연령을 가진 아이들에게 충분히 나올 수 있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명령서가 있답니다아. 이건 수사관님이 보냈어요."

 

"레이비스 씨가요?"

 

루니아 씨 옆에서 느껴지는 향수가 지나가면서, 종이 하나를 건네줬다. 그런데 정말 매미처럼 들러붙을 건가요? 라고 말하기 전에 명령서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수호 명령서

 

수호 대상 : 카일

수호 기사 : 루니아

위험 단체 및 인물 : 검은 달의 여왕

 

명령서 무효 조건

1.수호 대상이 죽었을 때.

2.수호 기사가 죽었을 때.

3.위험 단체 및 인물을 제거.

4.왕국에서 제 2급 이상의 위협이 출현.

5.수호 명령서의 기간이 지났을 경우.

6.수호 대상이 수호 기사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판단 되었을 때.

 

기간

수호 대상이 명령서가 펼쳐진 시점으로 7일간 대상을 수호한다.

 

이상 특정 인물을 담당 기사가 목숨을 바쳐서 수호할 것을 명한다.

 

성명 크로이츠 레이비스

 

크로이츠 레이비스라면. 냉정하고 새디스트인 하멀 레이비스 씨의 아버지인건가. 그보다 1주간 수호 명령서라면. 레이비스 씨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나를 지켜달라고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 몬스터 학살 기사단 중에서, 중축이 되는 루니아 씨가 온 거지?

 

"이게 어찌된 거죠?"

 

"뭐가요오?"

 

"아니 왜 기사단장이 직접 여기에 왔냐고요! 그냥 다른 후배들 보내면 되잖아요!"

 

"명령서에 그렇게 써져있던걸요오. 혹시 마음에 안드세요오?"

 

"아니 마음에 안 드는건 아닌데..."

 

"그럼 됐잖아요오!"

 

느긋하면서 길게 항의하는 루니아 씨의 말을 끝으로, 열면 안 되는 명령서를 펼친 나에게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레이비스 씨가 루니아 씨를 거북히 여기는 마음을 이곳으로 보낼 정도인가?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내 옆에 달라붙은 루니아 씨를 보며, 내가 앞으로 일어날 잡화점의 사건 사고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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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한 날이네요.

바람빛의 춘풍을 타고 오는 춘곤증을 조심합시다.

(지금 나만 춘곤증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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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아이리스 2016. 04/04

좋은 시간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