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1 - 1

01

 

 부당하게 생각한다. 

 고작 가위바위보 하나에 모든 운명이 달렸다.

 규칙이 쓰여있는 종이를 웃는 얼굴로 촌장이 나에게 쥐여주는 순간,

 나는 최고의 절망에 빠졌다.

 - 차기 엘티노스 잡화점 주인이 된 카일의 생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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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카일.

20세에 건장한 청년이다.

짧은 인생을 생각해보면, 그리 멋진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잘 자란 듯 하다.

 

해는 화창하고, 아이들은 뛰어 놀면서 웃고 떠든다.

새는 노래를 하고, 꽃은 바람에 이끌려서 무용을 뽐낸다.

어른들은 열심히 소리를 높이고, 뛰어다니며 성취감이란 것을 표정으로 변화 시켰다.

 

그래...

어제 잡화점 차기 주인을 가리는 가위바위보 대회에서는 그리 오만상을 써가면서, 

별별 이상한 핑계까지 붙여가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이지...

 

지금 쪼그려 앉아 유서를 작성하면서, 어제 있던 일을 떠올려보면...

 

어제 가위바위보 대회에서 1등 2등 3등에게는 좋은 선물을 내린다고 했었는데. 

하필 1등을 해버려서 이 종이 쪼가리를 내 손에 곱게 쥐어주고, 웃어주는 촌장의 얼굴을 한 대 때리지 못 한 것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갔는지, 집에 돌아오려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내 짐과 물품을 다 마당으로 빼내고, 이미 나를 위한 제사가 시작되었다.

결국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잡화점 내에서 자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우울한 생각은 그만두고, 유서도 다 써서 봉투에 집어넣은 후에 잡화점 규칙을 다시 봤다.

어제는 세상이 망한 듯이 머리가 하얀 눈꽃처럼 변해버려서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없었는데, 역시 운명을 받아들이니까 생각할 시간과 할 일이 많아졌다.

 

규칙을 다시 읽는 순간, 나는 엘티노스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와 동시에 얼마나 무책임 한 노인네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엘티노스 잡화점 규칙*

 

1. 청소를 할 때는 1층의 진열된 물건은 흩트려도 좋으나 2층과 3층은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2.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2층 침대를 이용하면 크나큰 봉변을 당하니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3. 심심하다고 3층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놀다가 사신을 만나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잡화점은 항상 밤 8시 기준으로 오픈하고 새벽 4시에 문을 닫는다.

5. 항상 사역마와 같이 가게를 운영한다.

6. 사역마가 없으면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와 같이한다. (예시 : 드래곤)

7. 재료를 구할 때는 항상 3층에 있는 물건을 사용하고, 사용한 즉시 그 물건의 작동을 중지 시킨다.

8. 집안에는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이곳 저곳에 숨겨져 있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각되지 마라. 

(그냥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마라.)

9. 만월이 뜨는 밤에는 문을 3중으로 잠가놓는다.

10. 어떤 사람이 운영하든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 마법이나 마법공학, 연금술의 기초만 알면 좋겠다.

 

위에 있는 규칙 중에 치명적인 것들만 골라서 어기게 될 경우

잡화점에서 근무하는 자는 살아남길 바란다.

- 대 마법사 엘티노스

 

아직도 나는 엘티노스 잡화점에 대한 안 좋은 소문만 듣고 자란 터라, 부정적인 시각에 눈에 박혀있지만, 만약 진짜 엘티노스가 살아있었다면, 정말 한 대라도 때리고 싶을 정도의 규칙이었다.

 

애초에 사역마도 없고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의 예시를 드래곤으로 잡았던 점부터, 드래곤은 엘티노스의 입장에서는 그냥 좋은 동물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드래곤은 한 번의 날개짓으로 마을을 날리고 한 번의 포효로 왕국을 떨게 하고, 브레스를 쏘면 제국이 반파되는 그런 존재다.

 

물론 과장일 수 있지만, 나에게 있는 드래곤의 이미지가 이렇다.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이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아직 오후 4시.

앞으로 4시간 이후에 오픈이지만, 나는 애초에 마법이나 마법공학, 연금술의 기초도 모른다.

그래도 10번 규칙에는 어떤 사람이 운영하든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대단하다! 잡화점을 오픈을 하기도 전에 난 규칙 하나는 지켰다!

 

규칙은 왜 있는가? 라고 생각하면 뻔할 정도로 간단한 결론이 나오는데...

그것은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곳으로 오기 전에 전 잡화점 주인들은 다 행방불명이나 광인이 되어 돌아왔을 것이 뻔했다.

그러므로 나는 저 규칙 중에 치명적인 것들을 골라야 한다.

 

우선 1번과 2번 3번은 모두 2층과 3층의 물건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는데. 

2층과 3층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마법사답게 금기물품이나 봉인된 것들을 보관하는 것이라고 생각 된다.

 

4번은 잡화점을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오픈 하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상적인 인간들이 오지 않는 시간대.

따라서, 이곳에 오는 모든 손님에 대해서는 긴장해야 한다. (강도라도 들면 안되니까.)

 

5번과 6번은 아마 혼자서 운영하기 힘드니 파트너를 구하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검이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를 구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면, 자신이 천생의 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파트너를 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물론...이 곳에서 일하게 된 나의 운은 이미 악운이지만...

 

7번은 아마 재료를 수집하거나 구하게 되었을 때, 사용하는 물건 인거 같은데...

문제는 다 사용한 뒤에 무조건 작동을 중지시키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설마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이트인가?

 

8번은 잡화점의 대결계에 대한 것인데. 어른들은 찾기 힘들고 어린아이가 찾기 쉬운 곳에 있나 보다.

애초에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여는데 그 때까지 어린애가 안 자고 있을까?

 

9번 만월에 대한 위험성을 제시했다. 

물론 사람은 만월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몬스터들 중 대부분은 이상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늑대인간은 변신을 하거나, 흡혈귀들은 더욱 활발히 흡혈활동을 벌인다거나, 마력이 충만해진 리치가 좀비와 스켈레톤을 깨우고 꼬리잡기를 하는 등. 

여러 대 재앙을 맞이하기 때문에, 특히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이 잡화점이 아직도 안 부셔지고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10번은...말을 말자. 난 이건 지켰다.

그래도 추측상 사람이 최종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라 본다.

 

신이 내린듯한 10계명같은 규칙들을 쥐어 들고, 가게를 청소하기 시작하기 위해 잡화점의 열쇠를 열었다.

 

1층에는 총 5단으로 되어있는 물품 수납공간이 있었고, 약 170cm정도(169.6cm을 반올림했다.)되는 나의 키를 보았을 때. 4단 물품을 수납하려면 박스가 필요할 정도였다.

먼지 털기로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기 위해선 1명의 작업량을 이미 뛰어 넘어다니기에, 사역마나 좋은 동물이나 몬스터를 추천하는 것이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들...이곳에서 사역마를 부르는 재주가 있을리가..."

 

나는 탄식하며 목소리를 냈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 해는 이미 퇴근 준비를 하려는 시간대로 접어 들면서 노을에 의해 안 그래도 쓸쓸한 분위기는 더욱 더 쓸쓸해져만 갔다.

 

잠깐? 여긴 잡화점이잖아?

2층과 3층의 물품을 잘만 쓰면 이건 약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난 천재야!

 

분명 사역마를 소환하는 방법이 2층과 3층 물품 중에 최소 하나는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올라갔다.

2층의 방을 볼 겸으로 올라갔는데 거대한 사이즈의 침대가 보였다.

 

아마 규칙 2번에 나와있던 침대 중 하나인듯 한데. 최소 4명이서 자도 될 정도로 거대한 사이즈로 인해 공간 낭비가 문제였다.

거기다 다홍색으로 매력적인 프릴이 침대 위에 장식되어 있었고...아니 누가 여기서 뭘 한 거야!

엘티노스는 아마 많은 여자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여전히 여자친구도 없는 내 인생이 더 처량해진 순간을 직면하던 찰나에 반대쪽 테이블에 '쉽고 간편한 사역마 소환'이란 책을 발견했다.

문제는 저자가 엘티노스였지만...그래도 사역마 소환이 쉽고 간편하다면, 내가 바라던 바!

 

엘티노스의 말에 따르면 1층에 있는 물품 중에 사역마를 소환하는 재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당장 시행을 하는 것이 맞지만 주의 사항에는 이리 적혀있다.

 

쉽고 간편한 사역마 소환

- 저자 엘티노스

*주의사항*

사역마는 소환될 때, 영향을 받는 항목들이다.

1. 마나

2. 재료

3. 주문

4. 시간

5. 소환자의 친화력

6. 노력과 의지

7. 변수

이 항목들은 책의 본 내용에 상세히 기술 되어 있으니 잘 읽어서,

자신만의 욕ㅁ...아니 자신만의 최고의 사역마를 소환하길 바란다.

 

주의사항부터 태클 걸게 있는 이 책을 토대로 1층에 물품을 골라, 그나마 넓은 2층에서 사역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을 보고 따라 그렸다.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사역마를 소환하는 것에 있어서는 마나도 영향을 받는 항목 중 하나이고, 소환하는 사람의 친화력도 문제.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내 문제다.

 

이렇게 해도 사역마가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대체 이곳에서 뭐가 나오는 것일까...

 

"현재시간 7:12분이라...앞으로 40분정도에 문을 열어야 하니 빨리 끝내야지."

 

사역마 소환에 대한 기대 반과 불안 반이 섞인 혼잣말을 내뱉고, 마나가 담긴 마법석을 마법진 주변으로 5개를 놓았다. 5망성이니 끝부분에 5개를 놓고, 주문을 외웠다.

그저 혼자서 이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 생각에 나도 필사적으로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주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목소리를 실어담는 느낌으로 말했다.

 

5분정도의 긴 주문이 끝났을 무렵 마법진의 상태를 보았을 때는 마법석에 있는 마나가 마법진 주변의 기류를 형성해서 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푸른 빛이 점점 검은색으로 퇴색하면서 마치 어둠의 게이트가 나타ㄴ...

 

잠깐?

나 이거 사고를 친 건가?

이거 왜이리 불안하지?

 

서서히 어둠 속에서 붉은 빛이 2개가 번뜩이면서 검은 형체가 솟아올랐다.

그 뒤로는 서서히 빛이 사라지면서, 그 검은 형체의 정체를 알게 됬다.

 

"소환에 응해서 왔노라. 그대가 짐을 불렀는가?"

 

맑고 고운 여성의 소리로 유창하게 말하던 것의 정체는 고양이였다.

그보다...

 

"아니. 기다려봐! 왜 고양이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거야?"

 

나의 한 마디에 잠시 손바닥을 핥던 고양이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소환을 했기 때문에 왔노라."

 

"아니! 그걸 몰라서 물어 본 게 아냐!"

 

"아...이 모습인가? 내 본 모습을 본 소환자들이 전부 정신이 붕괴되거나 심하면 침을 흘려서 기절하기 때문에, 미리 이런 모습으로 온 거다만?"

 

"저기 최소와 최대가 뒤바뀌었거든요?

 

정신붕괴가 최대고 침을 흘려서 기절을 하는 게 최소잖아.

아니. 그것 보다 이 고양이는 왜 이리 쓸 때 없이 말투가 고압적으로 나오?

 

"나. 마왕 레프리시아를 소환한 자로써 상당히 굉장한 자질이 보이는 구나. 그래.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내가 원하는 것은...가게를 같이 운영을 하는 사역마를 소환하기 위해 너를 소환한 것이니까."

 

...

...마왕?

 

"잠시...성함과 직책이 뭐라고요?"

 

믿기지 않는 이 현실을 부정하며 나는 다시 한 바퀴 되돌렸다.

 

"마왕 레프리시아라고 했노라."

 

"왜! 사역마 소환하는 곳에서 마왕이 소환되는 거야! 그보다 마왕은 할 일도 없어요!"

 

정신차려보니까 주제도 모르고, 한낱 인간 따위가 마왕에게 태클을 걸어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그대가 오늘부터 주인이니까. 짐은 그대의 일을 도우면 된다."

 

"황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절까지 하며, 자신의 무지함을 비판했다.

 

"가...아니라! 어째서? 인간에게 소환을 당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이 마을을 전부 날려버리겠다는 그런 공포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라 순순히 납득을 한 겁니까!"

 

맹렬하게 들어오는 태클에도 마왕님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야. 그대가 원하는 일이, 잡화점을 같이 운영할 사역마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노라."

 

"댁은 마왕이잖아요! 다른 애를 보내요!"

 

"그대가 짐을 불렀다."

 

"그렇다고 정직하게 오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보다 고양이를 마왕님이라고 부르며 태클 걸고 있는 나도 적응한 모양이구나...

우선. 오픈 시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왕님께는 첫날에 1층 물품만 청소 및 정리만 맡기고 첫 번째 개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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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왜 오른쪽 정렬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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