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 - 2

15

 

 

 

왕국 중앙 시장에서 보자는 약속을 했지만, 그게 몇 시인지 정확히는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편안하게 검은 면 티셔츠와 똑같은 검은 면바지만 입은 체, 시장에 살 것이 있는지, 관심 있는 물품이 어느 것인지 둘러보면서, 레시아는 내 오른쪽 어깨에 있었다.

 

[주인. 데이트는 뭐 하는 것인가?]

 

주변에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똑똑히 들려오는 레시아의 텔레파시에, 한 숨을 내쉬며 다시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야. 남자와 여자가 둘이서 하하호호 하면서, 재미있게 노는 거겠죠.]

 

[평소의 주인 답지 않게 답안이 명확하지가 않다.]

 

그야...

 

[데이트를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답안이 명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변을 해줬다. 물론 20살에 되도록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그것은 한 여름 밤의 꿈일 뿐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커플이 되는 꼬마들은 순식간에 깨지기 마련, 그 외에도 용병생활을 하면서 혼자 바보 같은 의뢰를 맡아서 했으니, 그 때는 나에게는 여자를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만약 데이트의 정의를 주인이 내린 것처럼 한다면, 우리는 계속 데이트를 하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는 가정을 한다면, 그건 최악의 데이트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네요.]

 

꿈도 희망도 없는 잡화점으로 둔갑한 괴물의 집에서 마왕과 같이 데이트라...수많은 고찰을 하던 와중에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준 것은 레시아의 텔레파시였다.

 

[그런데 데이트가 싫은 건가 주인? 안색이 좋지 않다.]

 

레시아는 걱정스러운 건지 아닌 건지 모르는 무덤덤한 음성으로 나에게 전송했다.

 

[물론 그게 평범한 데이트라면, 제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죠. 생각을 해보세요. 남자와 여자가 약속을 잡으면, 장소와 시간을 알려줘야 할 텐데...우리랑 만날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이건 그냥 의뢰일거에요. 예전에 용병생활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암호를 쓰는 경우가 많았죠. 물론 루니아 씨가 뒤에 이상한 남자가 붙었다는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군...근데 저기 보이는 금발계집은 뭐 하는 건가?]

 

[저 사람이야 자신의 몸에 손 대려고 하니까, 그것을 역으로 손목을 부러뜨리는 건데...루니아 씨 인데요?...가 아니라 뭐 하는 거야!]

 

순식간에 아수라장과 시선집중의 퍼레이드 속에 들어가서, 루니아 씨가 치한을 교과서적으로 제압하는 장면을 봤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와 치한은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면서, 그 뒤에는 소름 끼치는 뼈 부러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그보다 206개중에서 몇 개를 더 부수는 거야! 그만 부셔! 그 사람의 의식은 이미 제로야!

 

"야호! 카일! 좀 늦었네요오."

 

"그러게요. 그보다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가요?"

 

-뚜둑!

 

"그야 여성의 적을 토벌하고 있습니다아."

 

-뚜드득!

 

루니아 씨는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이 행한 일이 칭찬받기라도 원하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나에게 머리를 가까이 가져갔다. 수많은 살의가 낀 시선 앞에서, 쓰다듬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내 귀에서 아직도 청명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

 

-뚝!

 

"그만! 그만 부셔도 되요!"

 

그러다 그 사람 불구가 되겠어요!

독백을 다 하기도 전에 먼저 부러뜨리면 안되잖아!

 

"빨리 잘했다고 쓰다듬지 않으면, 이 사람의 뼈가 모두 부러질 때까지 계속 요구할 거에요오..."

 

그거 참 새로운 협박이네요.

결국 저 치한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루니아 씨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보다 오히려 루니아 씨가 악당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루니아 씨?"

 

"누나!"

 

-우드득!

 

"알았어요! 누나! 저 사람의 관절 좀 그만 부셔요! 물론 치한이 엄청 나쁜 것은 맞지만! 지금 제가 들은 것만으로도 4번의 분쇄골절이 의심되거든요!"

 

그제서야 만족하듯이 일어서는 루니아 씨는 어제 봤던 갑옷을 착용한 그대로, 내 팔을 잡아당기며 걸어갔다. 그보다 왜 이리 힘이 센 건지 모르겠다.

 

"카일은 제 말의 의도를 잘 파악했나 보네요오? 보통 데이트라고 하면 멋을 부리고 나왔을텐데."

 

루니아 씨는 매우 만족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보다 보통 데이트라고 해 봤자. 이런 옷 입고 올 거였지만...물론 지금 수백만의 전투력으로 이루어진 시기와 질투의 시선들이 내 등에 계속해서 콕콕 찔러왔다. 이제 사진까지 찍혀서 시체협회 회장님께 넘어가는 순간 무슨 저주를 받을지 모르겠네.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이에요?"

 

대체 잡화점의 물품을 정리하고 있어야 되는 내가 여기까지 나와서 중앙 시장 골목길을 접어들어 가야 하는 이유를 묻기 위해 루니아 씨에게 물어봤지만, 계속해서 매혹적으로 웃으며 "비밀이에요!"라는 말만 6번이 반복 되었을 무렵. 그 곳에는 레이비스 씨가 수사관의 검은 제복을 입은 체 권총을 빙빙 돌리며 자신의 지루함을 때우고 있었다.

 

그렇군. 루니아 씨가 말한 이상한 남자라는 사람이 레이비스 씨였구나.

 

"안녕. 평민. 기다리다가 지쳤잖아."

 

여전히 따듯하게 웃으면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미남자의 얼굴로, 마법같이 180도로 반전된 싸늘한 웃음과 남을 깔보는 말버릇은 어딜 가도 변하지 않을 거 같다. 아무튼 레이비스 씨의 말버릇은 둘째치고, 여기는...

 

"용병의뢰소? 이곳은 왜요?"

 

"우리는 왕국을 위해 일하다 보니까, 말이 안 통할 것 같아서. 애초에 너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도, 항상 오전 11시 쯤에는 중앙 시장에 나오잖아? 그래서 일부러 루니아를 시켜서 너를 이곳으로 인도하라고 명령을 내린 거야."

 

그럼. 어제 했던 릴리 기사단에 머리에 연애세포로 물든 꽃밭을 가진 집단은 없었나 보네. 라고 깊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쉴 때. 뜬금없이 날아온 한 마디를 한 것은 레이비스 씨였다.

 

"그나저나 너희는 결혼 언제 할거야?"

 

...

결혼?

 

"전에 니가 알벤토 가에 침입하기 전에 모였었던 그날, 릴리 기사단원이 너와 루니아의 사이 좋은 모습을 보면서 내부에서는 "단장님도 이제 결혼 하실 나이가 되었지." 이러면서 싹다 소문이 퍼졌던데?"

 

"왜곡된 소문의 주범부터 대려 오세요. 당장 먼지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어느새. 바보 같은 일 덕에 두통이 발생하려는, 내 머리를 오른손으로 누르면서 안정되길 빌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앞에 용병의뢰소의 간판을 보면서 주변의 쓰레기 통 뚜껑을 뒤집었다. 용병의뢰소 중에 가장 극비로 의뢰를 주거나 받는 곳은 전부 암호를 통해서 출입이 가능한데...

 

"뜨거운 아이스크림? 정말 이게 암구호냐..."

 

뚜껑에 붙은 글을 보고는 다시 쓰레기통을 닫았다. 내용물이 비어있는 쓰레기통에 있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지만, 그건 신경 쓸건 아니고...

 

"그래서 저 용병의뢰소에서 뭘 알고 싶은 건데요?"

 

나의 질문에 레이비스 씨는 돌리던 총을 멈추고, 자신의 포켓에 넣은 다음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일론이란 녀석 알고 있나?"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리 속에는 어렸을 때 자주 놀던 남자아이가 떠올랐다. 물론 같이 용병생활도 같이 했기에 최근의 키가 크고, 미역머리가 포인트였던 청년까지 마치, 빠르게 성장을 하듯, 뇌 속에서는 이미지를 빠르게 돌리고 있었다.

 

무식한 성격에 고집이 강해서 사고도 바보같이 많이 쳤지만, 그래도 마일론과 같이 지내왔던 시절은 최종적으론 좋았었다. 물론 그 자식이 오우거에게 잘 못 발각 되어 살려고 미친 듯이 뛰었을 때만 뺴고...

 

"그 녀석이 또 뭔가 했나요?"

 

사고를 많이 치니 내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먼저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예전에도 같이 놀 때는 마일론의 사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다치고 떠났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매번 마일론의 엄마가 온 집을 돌아다니면서, 사과를 한 것이 생각난건 둘째치고...의형제 같은 녀석인 만큼 어떤 일인지는 꼭 들어야만 했다.

 

"비공식이지만, 어제 마일론으로 추정되는 녀석과 그의 일당들이 왕국 비밀보관소에 있는 마검을 훔쳐 달아났다. 게다가 계획은 얼마나 치밀했는지, 일부러 자폭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어."

 

그 날의 회상이 끔찍하다는 듯이 레이비스 씨의 고운 이마에서 주름이 잡혔다. 싸늘한 분위기에서 분노로 더욱 더 얼어붙는 얼굴을 한 체. 다음 말을 이어 갔다.

 

"아무튼간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면 된다. 그러니까 평민. 저 용병의뢰소에서 그 망할 자식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야 될 필요성이 있어."

 

진실된 필요성을 깨달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물론 나 또한 전에는 용병을 했었지만, 지금은 수 많은 용병들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그렇다면야..."

 

내가 아니라 다른 용병을 사용하면 될 것 아냐!

 

"왜! 내가 그 귀찮은 짓을 해야 되요!"

 

"그야 아는 녀석 중에 용병생활을 해본 녀석이 너니까."

 

레이비스 씨는 바로 즉답을 하고, 다시 지루한지 권총을 돌렸다.

 

"아니! 용병은 저 이외에도 많이 넘쳐나잖아요! 게다가 댁 부하도 용병이었던 사람이 있을 텐데!"

 

"알았어. 솔직히 돈 들이기 싫어서 너 부른 거야."

 

순전히 인건비가 아까워서 그랬구나! 이 망할 작자가!

이내,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문을 7번 두드렸다. 보통 사람이 노크를 할 때는 3번에서 5번정도 하기 때문에, 용병이란 것을 식별하려면 7번을 두드린 후에 암구호로 2차 검증을 한다. 물론 저 안에서 "뜨거운!"이란 말이 나와야 내가 "아이스크림!"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완료 되면 출입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뭐야? 왜 아무도 없지?"

 

용병의뢰소는 항상 24시간 내내 사람이 활동을 해야 하는데?

 

"뭐야? 용병이 니가 온 걸 보고 다 도망간 거 아냐?"

 

"용병이 물고기냐! 뭐 하나 움직이면 다 도망가게!"

 

그러자 루니아 씨가 내 옆에서 문에 귀를 밀착한 뒤에 집중을 하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뜨더니. "카일. 잠시 뒤로 가주세요오."라는 나긋나긋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나는 루니아 씨의 말 대로 잠깐 뒤로 물러서자, 루니아 씨의 허리 옆에 있는 검을 뽑은 후에 앞에 가로막힌 문을 깨끗하게 갈라버렸다. "검을 쓸 때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니까." 하고 레이비스 씨가 감탄하던 찰나.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인기척이 없어요오...아마 저 안에 사람들은..."

 

루니아 씨가 힘 없이 말했다. 물론 그녀의 걱정대로 나와 레이비스 씨가 들어갔을 때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는 용병들이 우리를 반겼다.

 

[주인. 죽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도 피가 흥건히 흐르고 마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레시아의 말 대로 우리가 오기 전에 누군가가 증거 인멸을 위해서 모조리 다 죽여버린 것. 말로 할 수 없는 대참사 속에서 개안을 통한 사람이 볼 수 없는 기운이나 오러를 식별하는 눈에 뭔가가 잡혔다.

 

"베인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는데요?"

 

"확실히."

 

레이비스 씨도 마법사이기에 개안이 되어있어 나의 말에 동의를 했다. 루니아 씨는 "검은거라뇨오..."라는 말을 한 체 자신은 안 보이는 듯이 중얼거렸고, 레시아는 나에게 다시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우선 저 연기 같은 것은 주로 마계에서 볼 수 있는 '마기'다. 혹은 검은 마나라고 봐도 상관은 없다만, 나는 주로 주인의 몸에서 마나를 받으면, 그것을 마기로 변환시켜서 마법을 쓰는 원리로 사용하고 있지만, 베인 자국에 저런 게 묻어 나오는 것은 저 뺀질이가 아까 말한 마검이겠구나.]

 

뺀질이라면...아마 레이비스 씨를 말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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