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3 - 1

14

 

사람들은 항상 거짓된 환상을 원한다.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환상을 찾으며,

망자처럼 떠돌아 다닐 테니까.

-새벽 손님이 없어서 잡담 중에 나온 레시아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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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라는 힘찬 구령과 함께 나는 또 다시 천장을 날아갔다 와야 했다. 땅에 떨어질 때는 작은 검은 고양이가 자신의 귀여운 앞발을 핥으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그것을 내 눈이 인식한 순간 땅에 곤두박질을 쳐서 충돌한 나의 몸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인내했다.

 

오전 0시.

레시아와의 가위바위보의 전적이 40전 0승 36패 4무가 되어갈 때. 한 달 이상이 되어 익숙해진 잡화점의 풍경은 내 눈에 큰 자극이 되지 못했다. 가끔가다 2층이나 3층 물품을 청소하다가 잘 못 건드려서 최루가스가 터지거나, 무지개의 끝을 발견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을 깨닫고 동심이 때려 부셔졌다.

 

무지개의 끝에는 보물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현실은 이렇게 잔인했다.

 

"주인은 비일상을 원하는 건가?"

 

"지금도 충분히 비일상이에요."

 

최근 실베스 씨와 레베카 씨가 자손을 가지게 되었는데, 하프 웨어울프가 탄생할 것이라고 편지를 보내왔다. 베가프는 늘 레시아를 보러 오고, 아이니스는 여전히 신문을 배달하는 것으로 보였다. 레이비스 씨와 루니아 씨는...말을 하지 말자.

 

"주인."

 

레시아가 귀를 쫑긋하며 나를 불렀다.

 

"왜요? 레시아? 손님이 왔나요?"

 

"육포가 먹고 싶다. 아이니스에게 얻어와라."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이니스가 일어나 있겠어요!"

 

"깨우면 된다!"

 

"안 되잖아!"

 

진짜 나중에 육포를 강탈한 뒤에 몰래 성분 분석을 요청해보자. 분명히 불법으로 걸릴만한 물질들이 다량으로 검출 되겠지. 레시아는 "칫!" 하고 짧은 소리를 뱉은 후에, 다시 내 앞에 있는 카운터 위에서 엎드렸다. 나는 심술이 나있는 레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야기 했다. 최근 들어 머리를 쓰다듬는 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레시아가 거부한 적은 없다.

 

"아침에 아이니스를 항상 보니까. 그 때 사면 되죠."

 

"다량으로 구입해라. 잡화점에서도 팔 수 있게."

 

"잡화점에 들여놓으면, 레시아가 다 먹을 것 같아서 안 되요."

 

"눈치는 빨라가지곤..."

 

여전히 시간이 가는지 안 가는지 모르는 새벽 0시 35분.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지만...가끔가다 보면 레시아가 마왕인지 아니면 고양이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 나온다. 마법을 쓸 때는 확실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평상시에는 길거리 고양이와 같은 기분이다.

 

"레시아는 본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네요?"

 

"그야 소환자의 정신상태가 파괴되니까."

 

"만약. 제가 위험해져도 본 모습으로 변하지 않으실 건가요?"

 

나는 다정하게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서 레시아에게 물어봤더니...

 

"사람은 언젠가 다 죽게 되어있다. 그게 좀 빠른 거지."

 

레시아가 나에게 날려보낸 것은 강대한 철학적인 말 이었다.

 

"이보쇼! 왜! 내가 죽는다는 전제조건이야!"

 

"그렇다고 주인이 영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더욱 더 강력한 철학의 말이 내 가슴의 비수를 꽂았다.

 

"거기서는 거짓말이라도 본 모습으로 변신해서, 날 구하겠다고 말이라도 좀 해봐라!"

 

"그럼 거짓말이라도 좋다면야..."

 

"거짓말이라고 먼저 말하지 말라고!"

 

여전히 바보 같은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손님은 한 명도 안 왔다. 물론 자금은 넉넉하지 않다. 재료는 직접 구해오고, 몇몇 손님이 와서 그것을 비싸게 사주고 있지만, 단골손님은 없고, 저번에는 왕국에서 온 세무관이 요구하는 돈을 간신히 채워서 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적자가 나면...밀수라도 해야 할까요?"

 

"돈이야 복사를 하면 되지 않는가?"

 

그거야 내가 연금술사의 길을 간적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애초에 그건 불법이잖아!

 

"역시 인간계에는 살아가기 힘들군. 짐은 걸어가면 모든 것을 받치느라 정신 없는 마계 주민 덕에 항상 성의 식량 저장고가 꽉 찼지만..."

 

"그건 레시아가 마계에서는 왕이니까요."

 

"그리고 주인이 전에 입은 고스로리 옷 또한..."

 

"그 작자 잡아와요. 당장 먼지로 만들테니까."

 

정말 소름 끼치는 생각에 튀어나온 폭력적인 단어를 내뱉은 후. 나와 레시아는 거의 동시에 출입구를 바라봤다.

 

"주인. 정말 안 오는군."

 

"그렇네요."

 

둘 다 한숨을 내쉬면서, "그냥 일찍 쉴까?"라고 생각했지만, 새벽 4시까지 열어야 하는 잡화점의 규칙을 어길 수 없다. 어기게 되면, 어떤 비명횡사와 스팩터클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규칙을 항상 지켜왔기에 다른 전 주인처럼 행방불명이나 미치광이가 되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그 금발 계집과는 어찌된 일인가?"

 

"아..."

 

그러고 보니 루니아 씨를 안 본지 꽤 오래된 이유 중 하나는, 왕국시장에서는 내 얼굴이 사방에 다 공개 됐다. 물론 실베스 씨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여러 사람을 불렀는데 아이니스가 루니아 씨를 부른 이후에 루니아 씨에게 누나라고 부르라는 끔찍한 일을 당한 뒤에, 왕국기사 1면에 이렇게 실렸다.

 

왕국신문

루니아 옆에 있는 남자는 남자친구인가? 남자사람친구인가?

리 기사단장 '루니아'(나이는 밝히면 죽인다고 협박했어요. 흑흑...)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현재 루.사.모[루니아를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이 남자를 숙청하기 위해, 횟불과 검과 창을 강탈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왕국 마법 수사관 중에 한 명인 '하멀 레이비스'는 그저 미친 듯 웃다가 아무 말도 없이 취재현장에서 떠났다.

한편, 루니아 팬 중인 시체협회의 '라무스 드락케리스'협회장은 충혈 되어 있는 붉은 눈으로

"그 자에게 저주를 내리는 의식을 치르고 있으니 떠나라!"

라는 말을 남긴 체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고...(생락)

 

다행히 그 때는 사진이 찍혀있지 않기 때문에, 얼마 더 숨어 지낸다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나는 잊혀질 수 있다. 하지만 기사단의 아이돌. 루니아 씨의 존재가 이런 대 참사를 낳을 줄은 몰랐다. 당시에 나 또한 왕국 중앙 시장에서 볼 일이 있기 때문에 왔었지만, 하나같이 똑같은 복면을 쓰고, 여관이고 시장이고 들쑤신 단체 무리 덕에 레시아가 은폐마법으로 숨겨줘서 살았었다.

 

물론...

 

-딸랑~딸랑!

 

"어서오세..."

 

"야호! 카일!"

 

"...야호...루니아 씨..."

 

"누.나!"

 

"누나..."

 

...왜 새벽에 나오시는 건가요?

그보다 기사단일 안해요?

 

"오늘도 카일과 레시아를 보러왔지요오."

 

루니아 씨가 보자마자 레시아를 끌어 앉고(레시아는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그걸 붙잡고 있는 완력이란...), 내가 허브티를 만드는 동안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오늘은 정찰 임무인데...애들이 날 여기로 보내더라고요오..."

 

항상 나긋나긋한 목소리에는 릴리 기사단 특제 중갑이 빛을 발휘하고 있었다. 마치 치마처럼 되어있는 하의 중갑과 상의 중갑에는 여성의 신체적 특정상 가슴부분이 더 튀어나오는 상의갑옷. 기사단장이라고 알리는 금색의 갑옷 가운데에 은색 독수리 문양이 인상적이었다. 그거와 세트로 부츠와 장갑 왕국의 마크가 그려진 어깨 방어구 까지 보며...저게 무슨 갑옷이야! 그냥 패션이지!

 

아무튼 차를 다 만들고 찻잔을 루니아 씨 앞에 놓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야 이상한 스캔들이 사방에 퍼진지 20일정도 지났으니까요. 남녀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항상 "저 애들 사귀네. 사귀고 있어."라고 착각하니까요."

 

그런 말에 루니아 씨가 붉은 눈을 번뜩이더니...

 

"그럼 사귀면 되잖아요오!"

 

"지금 이야기 안 들었지! 스캔들의 원흉아!"

 

그리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목이 아파서 허브티를 홀짝였다.

 

"흑...레시아. 카일이 나에게 화를 내요오..."

 

몬스터를 수 백마리 학살한 사람이 고작 이상한 잡화점 주인이 화냈다고, 우는 것을 보자마자 레시아가 나에게 텔레파시를 날렸다. 물론 엄청나게 화난 듯한 목소리가 내 머리 속을 울렸다.

 

[사과해라 주인.]

 

[잠깐? 레시아? 지금 루니아 씨의 편을 드는 거에요?]

 

[사과를 하지 않으면, 당장 거기서 고스로리 옷을 입힐 것이다.]

 

[아니! 대체 왜요!]

 

[그 이유는 짐이 그리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상하잖...]

 

갑자기 옷장의 문이 벌컥 열렸다.

 

[짐이 그리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염력으로 옷장 열지 마세요!]

 

결국 머쓱한 분위기에서 사과를 해야만 하는, 나의 처량한 인생에 마음 속으로 눈물을 좀 흘리고...

 

"저...미안해요. 루니아 씨."

 

"누....나...."

 

울면서까지 저걸 강조하냐!

무슨 병이 있는 거 아냐!

 

"아...알았어요...그러니까 울지 마요. 루니아...누나."

 

그러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와아! 카일!" 하면서 안으려 들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혀서, 왼쪽 발로 방향을 꺾으려 했지만, 루니아 씨의 손이 더 빨랐는지 옷자락을 잡고 확 끌어당겨서 안았다.

 

"카일은 정말 착한 아이에요오."

 

"미안한데...루니아 ㅆ...아니 누나가 억지로 잡아챈 거 같은데요?"

 

"카일만 보면 정말 금단의 선을 넘고 싶어요!"

 

"애초에 그건 피로 이루어진 남매가 격어야 하는 컨텐츠잖아요!"

 

"카일을 여자로 만들고 싶어요."

 

"그건 하지마! 절대로 하지마!"

 

태클을 하는 도중에 정체성에 대한 위협을 강렬하게 느끼면서, 루니아 씨의 포옹을 풀고, 멀리 떨어졌다. 그러자 루니아 씨는 웃으면서 "농담이에요오."라고 말하는 것까지 20초의 시간이 걸렸다. 아마 내가 버럭 소리지른 것을 이렇게 복수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카일. 부탁하나 있어요."

 

긴 금발을 검지 손가락으로 돌돌 말면서, 말하는 것으로는 꽤나 큰 고민이라 생각된다. 애초에 루니아 씨가 나에게 할 부탁이 대체 뭐길래?

 

"나랑 데이트 해줄래요?"

 

"녜?"

 

아니...

또 말이 이상하게 헛 나왔다.

 

"최근 이상한 남자가 더 붙은 터라 곤란하거든요. 차라리 쐐기를 찍어서 '이미 임자 있어요!'라는 태그를 달면, 상당히 편할 것이라 생각되거든요."

 

"그럼 내가 '공공의 적'이란 태그를 달 텐데요?"

 

지금 네크로맨서의 협회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체협회에서 저주를 내리려고 한다니까요!

 

"그보다 여긴 잡화점인데요...지금 여기가 용병의뢰소인지, 흥신소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제 의뢰로 데이트까지 하면 이 잡화점이 뭘 하는 곳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요?"

 

"몬스터의 말은 잘 듣고, 누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안 되요!"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내 앞에서 허리를 숙이면서, 새침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보다 정말 그 중갑은 갑옷의 역할을 하는 거 맞아요? 누가 상의 갑옷은 디자인 한 거에요! 노출이 심하잖아요!

 

하지만 내 시선은 루니아 씨에게 발각됐다.

 

"어머나...지금 야한 생각했죠?"

 

루니아 씨의 속에는 능구렁이가 살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 뒤에...

 

"그런 생각 안 했어요!"

 

나는 다시 격양된 목소리를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그런 생각은 안 했다고? 지금...아마 세계평화를 생각하고 있었지...

 

"그럼 카일? 내일 왕국 중앙 시장에서 볼께요오!"

 

"뭐? 내일? 잠시만..."

 

-딸랑~딸랑!

 

루니아 씨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바람같이 빠르게 내 잡화점을 빠져나갔다.

 

...

뭔가 분명 수상해.

릴리는 애초에 여성만 있는 집단. 그러면 저 집단 속에서 루니아 씨와 나를 강제로 이어주려고 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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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야기를 자주 산으로 보내는 것을 즐깁니다.(?)

그래야 주인공을 쉽게 굴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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