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이야기 2 - 5

11

 

 

 

사키엘의 문은 항상 편리하고 좋은 이동수단이다. 그래도 한 번도 가지 못한 곳을 간다는 자체는 쉽지 않은데, 왕국 중앙 시장에서 시작해서, 알벤토 가에 가는 길을 일일이 물어봐야 했다.

물론. 내 얼굴을 가리는 것은 잊지 않고 진행하면서, 알벤토 가의 담장을 힘겹게 넘어갔다.

 

알벤토 가의 정원에 들어서고 잠입수사를 하는 내 모습은 마치, 한 번 크게 벌어보자는 좀도둑과 같이 검은색 계통의 가죽바지와 가죽외투로 감싸고 얼굴은 예전에 할로윈 때 쓰던, 절규하는 가면을 바탕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침 레시아도 검은색 고양이니까 밤에 움직이기 좋은 색상이지만, 문제는 아직 해가 하늘 위에서 비웃기라도 하듯이 비추고 있었다. 물론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는 내 시계를 보며, 이게 3시간 안으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잡화점은 쉴까? 일요일에도 못 쉬었고, 공휴일에도 고블린이 날 뛰는 바람에 그거 진압하느라 시간이 다 갔는데...

 

"레시아. 만일 돌아가면..."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잡화점 열지 말고 그냥 잘까요?"

 

"그 잡견이 아직 남아있지 않는가."

 

아하...

실베스 씨가 오늘 오는구나...

아이니스에게도 녹음이 담겨진 수정구도 받아야 하고...

 

"그나저나 주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건가?"

 

"해가 완전히 떨어지는 시간은 6시 42분이니까. 앞으로 조금 남았네요."

 

"그런가? 그러면 주인 물어볼 것이 있다."

 

여전히 궁금증이 많은 레시아가 나에게 첫번째 질문을 했다.

 

"여기는 이종족과 결혼이 합법인가?"

 

물론 당연히...

 

"이곳에는 이종족이 천계에 있는 천사와 숲의 종족 엘프 그리고 최강의 도마뱀 드래곤만 합법으로 하고, 나머지는 불법취급하고 있지요. 물론 이종족과 교제까지는 가능했지만, 그 놈의 오크와 고블린이 깽판을 치는 바람에 교제도 불법이 되어 버렸답니다."

 

"큭...큭큭...도마뱀....풋!"

 

레시아는 아무래도 드래곤을 가장 싫어하는 것 같았다.

부들부들 떨면서 웃음을 참으려는 레시아의 모습을 보고 그리 생각했을 때, 나는 다시 입을 열어 설명을 덧붙였다.

 

 

"여튼. 그걸로 인해서 이종족과 교제하는 것은 아까 말한 3종족 이외에는 힘들 것이라 보네요. 물론 노예신분은 사람취급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종족과 교제를 하던 결혼을 하던 법적으로는 알 바 아니겠죠."

 

레시아는 잠시 자신의 앞발을 핥다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마족은 이 시대에서 어떻게 비추는가?"

 

음...

 

"한 때, 마족과 천계와 개판으로 싸웠을 무렵, 인간이 천계쪽으로 가담한 이유가, 당시의 마왕이 인간을 노예화 시키고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하다가, 최초의 소드마스터 집단인 카멜롯이 나타나 모조리 다 쓸어버리고, 천계는 그 틈을 타서 연합을 한 건 알고 있죠?"

 

레시아는 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천계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면서, 여러가지 자비도 베풀어 줬고, 마계에 대항할 힘으로 거기서 처음으로 사제가 나타난 거에요. 그리고 사제 중에 가장 높은 능력과 리더쉽을 지닌 사람을 대주교라고 부르고 그렇게 아우리스 교도가 탄생했죠. 지금 이 왕국의 국교에요."

 

"호오...인간의 역사도 꽤나 흥미진진하구나, 짐의 고양이 귀가 초당 3번 움직일 정도로 재미있노라. 주인. 이야기를 계속하라."

 

레시아의 상태로는 정말로 재미있는건지 아닌지 몰라도 목소리에는 흥미가 있다는 톤이였다.

 

"그리고 마계는 당연히 부정적인 인식을 고정되었던 찰나...이건 레시아가 더 잘 알겠네요."

 

"부정적인 인식을 짐이 깼다는 건가?"

 

역사책으로만 읽어서 믿기지 않았지만, 전에 레시아가 말했던 '타락'의 힘이 온 마족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했다.

 

"마족의 사자들이 칸포리우스 제국에 있는 아우리스 교도의 중심인 빛의 대성당에 들어가서, 회계하고 성수는 뿌리다 못해 마시는 기묘한 대참사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마족의 마법공학기술을 협력연구하고, 사람의 농가에 직접 찾아가 잡일을 해주는 대신에, 마족은 각종 씨앗과 농기구, 옷감 등. 식량과 옷에 대한 물품과 건축기술을 교류하며, 현재 오늘에 와서는 친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마족과 인간의 교제는 안 되는 것인가?"

 

"아우리스 교단에서 징벌과 교화라는 두 세력으로 나뉘어졌고, 징벌쪽에서 아마 마족과 인간이 교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삼았다고 해요."

 

레시아는 다시 내 품 안으로 들어가서, 말을 꺼냈다.

 

"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으니, 짐이 마법으로 도와주겠다."

 

"그럼 좀 일찍 움직이죠."

 

정원 한 곳에서 위장이라고 하는 풀과 나뭇가지를 전부 털어내고, 레시아는 나에게 은폐마법<Hide>을 걸어줬다. 빛의 굴절을 이용한 마법이기에 가까이에서 보면 걸릴 확률이 늘어나지만, 천천히 이동하면 되겠지.

 

[주인. 이곳에서는 마법함정이 감지가 많이 된다.]

 

[그건 침입자를 알리고 막기 위한 것이라 생각해요.]

 

내 눈에도 온 집집마다 마나가 응집되는 장소가 여러 곳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으로 모인 곳은...

 

[지하계단...맞죠?]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뛰어난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다.]

 

[이게 무슨 5중벽으로 잠금을...]

 

[5중벽이 보통이면 모를까...원소를 이용한 복합 잠금 장치로 이루어져있다. 따로 열쇠가 필요할 정도로...]

 

보통 잠금은 기초적인 마나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복합 잠금은 마나를 원소로 변환하고, 그에 상응하는 속성으로 하나하나 잠금을 해제 해야 한다. 물론 해제하는 과정에서도 마나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마법사에게 들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럴 줄 알고 3층에서 가져온 물건이 있지만...

 

[주인? 그건 뭔가?]

 

나는 소리 없이 포즈로만 오른손으로 그 물건을 쭉 올린 체 힘찬 텔레파시를 했다.

 

[기.프.트.피.어.스!!!]

 

...

싸늘하다.

 

[그 미래고양이가 물건을 꺼낼 때 저렇게 외치잖...아니 됬어요. 그만 할게요. 레시아. 머리 속에서 텔레파시 3만개를 처리하려고 하면 제 뇌가 터져요!]

 

[후...아무튼 열어보거라. 주변에 침묵마법<Silence>를 사용하겠노라.]

 

최고위 귀족들이 쓸만한 갈색에 끝부분에 금 테두리가 깔끔하게 처리된 이 물건은, 만년필처럼 생겼지만, 뾰족한 앞부분에는 묘한 보석이 하나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뭔가 누르는 버튼처럼 생긴 게 있는데. 그것을 눌러서 사용하고, 돌려서 속성전환도 가능할 수 있는 듯 했다.

 

[그럼 잠금 해제 할게요.]

 

맨 처음에는 붉은 마나를 가진 불속성의 잠금 장치를 해제했다.

 

-Oh! Yeeesss~!

 

...

뭐지? 이 중저음의 남자가 느끼하게 말하는 듯한...

다음은 물속성...

 

-Oh! Yeaaaaaaaaah!

 

...

그렇게 하나하나 잠금을 해제할 때 동안 나와 레시아는 정신적인 타격을 3번 더 입었다.

정말 이걸 대마법사 엘티노스가 사용했다고? 믿겨지지가 않아...

잠금을 다 해제하고 지하실에 내려가서 주변을 확인한 바로...

 

/살...살려주세요.../

 

/배...고파요.../

 

/아팟! 아파아아!/

 

/죽여버릴꺼야! 죽어버리겠어!/

 

/벤다이어! 이 나쁜 자식! 그러지 마!/

 

저기 레시아? 나만 이 소리 들리나요? 아무것도 없는데 소리가 막 들려와요.

내가 흉가체험을 하러 온 건가?

 

[주인은 짐이 네크로멘서의 길을 심심하고 따분할 정도로, 쉽게 마스터 했다고 한 것을 들었을 것이라 알고 있다.]

 

[그럼 이게 전부...저와 레시아가 연결이 되어서 몇몇의 능력을 공유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가요?]

 

[지금은 주인도 억울하게 죽은 망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지금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전부...그 빌어먹을 새디스트가 죽인 사람들의 비명과 고통이 가득 찬 소리였다. 애초에 지하실에는 눅눅하고 상당히 거부감이 있는 사체가 썩는 냄새는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흐윽..! 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깊숙이 더 들어가본 결과...

아침에 봤던 흑색의 르블랑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눈 가리개를 하며, 숨을 죽이고 울고 있었다.

 

"빌어먹을...아이니스!"

 

목소리의 주인공이 확인을 한 후에, 빠르게 뛰어가서 아이니스의 눈 가리개와 구속을 풀어줬다.

 

"아저씨...? 아저씨에요?"

 

"몇 번이나 말했지만,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 했잖아."

 

"흐아앙! 무서웠어요!"

 

나를 껴안고 울고 있는 아이니스에게 그저 머리를 쓰다듬으며, 최대한 제발 빨리 침착하게 되어달라고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흐응!"

 

코 풀지마!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놔두자...빨래하면 되니까.

 

"대체 이곳에 온 계기가 뭐야? 루니아 씨는 만났어?"

 

훌쩍거리는 아이니스는 두 눈이 충혈된 체 입을 열었다.

 

"루니아 언니와...훌쩍...만나고 나서, 어떤 남자가 맛있는 거 준다고 따라오라고 한 뒤에...훌쩍...유혹해서 돈을 가져가려고 하다가 역으로...훌쩍..."

 

나는 그것을 듣고 꿀밤을 때렸다.

 

"아이 씨! 왜 때려요!"

 

"결국 수상한 아저씨를 역으로 관광을 보내려고 하다가 당했다는 소리밖에 안 들리거든! 너는 왜 이리 무모하냐! 자급자족이라는 게 그거야! 이 멍청한 꼬마가!"

 

"뭐래요? 내가 이 옷을 입으니까 반했으면서!"

 

"안 그랬어!"

 

"나 때문에 Stand up! 했으면서!"

 

"안 했다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말 쓰지 말라고!"

 

"동정."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으로 아아니스가 저 두 단어를 말하는 순간, 내 머리 속에 정신이 붕괴되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채찍으로 때리고 싶...

 

"채찍?"

 

"서...설마...! 아저씨도 새디스트! 안 되요! 저는 소악마 캐릭터라구요!"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자신의 양팔로 가녀린 몸을 가렸다. 슬금슬금 뒤로 가는 아이니스에게...

 

"난 새디스트 아냐! 그리고 난 너의 캐릭터에 관심 없어!"

 

흰색 장갑을 끼고 증거 물품으로 채찍을 회수했다. 

채찍에 혈흔이 묻은 걸로 봐선, 충분히 레이비스 씨에게 증거로 내놔도 나에게 다짜고짜 총은 안 쓰겠지...

 

"그나저나 레시아는 또 어디 갔지?"

 

작은 검은 고양이는 천장 한 곳을 계속 보고 있었다.

아마 레시아는 직접 사령들과 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무슨 대화를 할까...?

 

"안녕! 나는 레시아! 나는 유령과 소통을 할 수 있어!"

 

-유령과 소통 중-

 

"난 유령이야. 꼬맹아."

 

펑!

 

내 상상은 거대한 폭팔로 끝나버렸다.

물론 현실은 아직도 대화를 하는지 가만히 있을 뿐...

 

[레시아? 이제 여기서 탈출을 해야 하니 귀환 마법 좀 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지금은 귀환마법을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지만, 아직 이 아이들의 말을 다 들어야 한다.]

 

나와 아이니스는 레시아의 근처로 가게 되었고, 나는 이야기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저희들의 시체들은 모두 이 가문의 정원에 있는 분수 밑에서, 썩지 않고 벤다이어 알벤토가 심판은 받는 날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마왕이시여! 저희들의 육체를 방패로 삼고, 저희들의 흉폭한 원념을 검으로 삼아, 이 가문의 어리석고 오만한 자에게 복수를 할 기회를 주소서!/

 

분노로 가득 찬 영혼들의 외침을 들은 레시아는 고요한 분노가 일렁이듯, 레시아 주변에 있는 어둠의 물결들이 휘몰아쳤다.

 

[그대들의 뜻은 빠른 시일 내에 짐이 직접 행할 것이다. 조금만 참거라.]

 

레시아의 텔레파시로 영혼들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킨 뒤에, 레시아는 붉은 안광을 번뜩인 체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주인. 만일 짐이 그 자를 죽이려고 한다면, 짐을 막을 것인가?]

 

물론 현 마왕인 레시아의 성격은 오히려 정말 마왕일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선한 경향이 많다. 자신의‘타락’이라는 표식은 또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본 모습으로 이루어진 이름이다.

 

나 또한 사람을 멋대로 장난감처럼 죽이거나, 다른 사람이 아파하는데 그것을 즐기는 알벤토의 행적을 보며,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그들의 영혼들의 말을 들으며, 아무리 최소한의 인간성을 가진 나라고 해도, 이 일이 잘 못 되어있음을 알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이 집을 다 때려부수고 싶지만...

나는 레시아에게 텔레파시를 하나 보냈다.

 

[아마 그러겠죠.]

 

[왜 막을 것인가?]

 

나는 레시아를 보고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 웃음은 그리 밝지도 않았던, 쓴 웃음 뿐이었지만...

용병생활로 어지럽혀진 내가 아닌, 지금 현재 엘티노스의 잡화점에서 일하며, 레시아의 파트너로서 대답을 했다.

 

[그것은 저희들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끝으로 아이니스를 대리고 레시아가 귀환마법을 이용해서 잡화점 내부로 이동했다.

잡화점에 도착할 무렵 실베스 씨도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아이니스는 실베스 씨를 처음 봤으니 "힉!"하는 겁에 질린 비명을 냈지만, 실베스 씨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여전히 험악한 표정과 함께 은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나에게 외쳤다.

 

"형제여! 레베카 양의 결혼이 내일로 잡혔다네!"

 

이것은 아마...

알벤토가 레베카 양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존재를 눈치채고 먼저 선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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