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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지극히 고마운 일을 베풀어 주었다고 해도

치유되지 않는.

네가 나에게 준 고마움은 네가 나에게 준 상처로 상쇄되려 하고,

네가 나에겐 준 상처는 그 어떤 고마움에도 허물어지지 않으려 한다.

내 심보가 고약해서,

내 마음이 깨지기 쉬운 유리 같아서 그럴 뿐이라고.

지나온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정말 그뿐이라고 여기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그만큼 너.

나에게 잘못했다.

극복할 수가 없는 상처를 내게 주고 말았다.

​너는 결코 모르겠지만.

이런 내 마음을 너에게 고백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너와 다투지 않고 조용히 멀어져 간 것은

내게 베풀어준 고마운 일들에 대한 보답이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변명을 쥐어짜내는 것보다,

너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공격에 앙금이 간 채로 나를 대하는 것보다

왜 헤어졌을까, 하며 궁금해하는 것이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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