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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

잊고 있었던 통증이 느닷없이 찾아오면.

마른 줄 알았던 슬픔이 순식간에 온몸을 적시면.

눈부신 햇살이 두려워지면.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고, 들리던 것들이 들리지 않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려오면.

겨우겨우 모아온 것들이 바람에 날려 다 흩어지고 또다시 멀건 회색만 남게 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다, 아직도.

 

그런데도 덤덤한 척, 이런 상태를 곰곰이 들여다보는 것은

무뎌져서가 아니다.

다시는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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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로필사진 송지은 2017. 10/23

근근이 모으기는 정말 힘든데, 왜 무너지는 일은 한 순간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