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바람

불어온 바람이 떠나지를 않는다.

가슴 한가운데에 들어앉아 휘휘, 틈만 나면 맴돈다.

시작도 끝도 없이, 형상도 흔적도 없이 머무른다.

 

스쳐가는 것, 떠도는 것,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었나.

무엇을 불러일으키려고, 어디로 데려가고 싶어서.

결국에는 제멋대로 휩쓸고 갈 거면서,

시린 허무와 익숙한 고독만 남겨놓을 거면서.

 

심장이 떨리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앞이 어지러운

환상과 환청에 시달리다 버려지면 허연 모래뿐인 사막.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스라져 눈을 감으면

또 휘휘, 짓궂게 불어대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기약 없는 유랑, 반복되는 소용돌이.

하늘과 땅과 나뿐인 세상.

그래도 또 걷는다.

살아있으므로.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