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 폰을 찾다

꿈을 보여준 누군가에게 그 꿈에 대한 감상문을 보냅니다.

 아직 이른 새벽인데 매미 한 마리가 처량하게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니 사실 그건 핑계일 뿐이고 슬픈 꿈을 꿔 울컥하여 잠에서 깨어버렸다. 꿈속에서 나는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지금은 그리운, 연인이 될 뻔하였지만 과거의 내가 결단력이 없어 친구로 그냥 남아버린, 지나간 사랑을 만나 밥도 먹었다.

 

 꿈속에서 나는 무심코 폰에 저장된 사진을 봤다. 나 혼자 찍은 사진 밖에 없었다. 외로웠다.

 

그 때 알림음과 함께 누군가가 찍어준 내 어릴적 사진들이 전송되어 왔다. 어릴때 동생과 노는 사진, 내가 아기 일 때 진한 화장에 한복을 입은 뚱뚱한 여자에게 안겨있는 사진. 군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진. 나의 어릴 적부터의 인생을 계속해서 옆에서 몰래 찍은 것 같은 스냅사진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어릴 적 시절은 아직 폰이 없던 시절이다, 오직 필름 카메라로만 추억을 남길 수 있던 시절인데 그 사진들이 누군가의 폰으로 찍혀 현재의 나의 폰으로 전송 되고 있었다.

 

 나는 이 귀중한 사진들을 모두 놓칠 수 없어 하나하나 나의 앨범목록으로 저장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어머니가 아직 젊은 얼굴을 한 사진이 도착했다. 대략 지금으로부터 20년 아니, 30년 정도는 젊어보였다. 윤기 있는 얼굴에 부기도 없고 피부도 축 늘어지지도 않은 젊은 얼굴이었다. 어머니의 사진은 증명사진처럼 혼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계셨다. 나는 울컥하였다.

 

부끄럽게도 나의 휴대폰에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어릴 적 학생 때는 여름방학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바다나 산, 절 같은 곳을 찾아 아버지의 낡은 티코를 타고 여행을 많이 갔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그 무거운 필름카메라를 챙겨가 우리 가족을 찍어 추억으로 남겼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면 사진관에서 사진을 뽑아 가족끼리 돌려가며 보는게 연례 행사였다.

 

 성인이 되어버린 지금은 여행은커녕 가족 간 대화도 많지 않다. 여행도 가지 않고 최근에 함께 찍은 사진도 없다.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 그동안 사진하나 찍지 않았다. 먼 미래에 지금을 회상할 사진하나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내가 가족들을 어색하게 생각했을 때부터였을 텐데. 그 시점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울컥했다. 눈물이 났다. 꿈속에서

전송되어 오는 사진을 내 폰에 저장하며 나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어 다시 생각해보니 나의 폰에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핸드폰 사진목록에는 없다. 예전 지역 축제를 취재할 일이 있어 축제가 한창인 거리를 어머니와 간적이 있는데 그때 지역의 축제 모습을 찍은 동영상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잠깐 지나간 적이 있다. 내 폰에 가족이 등장한 것은 그게 다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 가족관계에서 수분이 사라진 것은 가족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나의 성격변화 때문이겠지. 가족이라는 집단에서 느끼는 어색함을 못 참고 혼자 벗어나려는 나 때문이겠지. 나는 이 새벽에 지독한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꼈다.

누가 이 새벽에 그 꿈을 나에게 보여줬을까. 누가 꿈속에서 내 인생의 과정을 찍은 사진과 젊은 어머니의 사진을 내 폰에 전송했을까.

 

 언제부터인가 매미가 울음을 그쳤다. 장마전선이 내려가면 이제 찌는 한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그 한 여름이 시작되기 전 너무나도 일찍 나온 매미가, 너무 이른 새벽에 나무를 오른 매미가, 나의 꿈을 깨운 매미가, 생명을 다해버렸는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른 새벽 짝을 찾기 위해 울어재꼈건만 그 매미는 이 새벽에 짝을 찾지 못하고 힘을 다해 버렸는가보다. 땅속에서 태고의 시간을 기다려 비로소 땅속에서 올라와 나무를 타고 노래한 매미의 짝을 찾는 노력은, 짝을 찾지 못하였어도 절대 헛된 것이 아니다. 저 울음소리에 나 또한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과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을 쓰고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고 마땅한 돈벌이 없이 골방에서 꿈틀대는 나의 작은 몸짓이 세상을 변하게 하지는 못해도, 누군가에게는 생각할 건덕지라도 던져 주지 않겠는가. 게을러서 또는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땅속에서 올라와 울어보지도 못하고 땅속에 영원히 묻힌 채 죽음을 맞이할게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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