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제삿날

 

얼쑤

대꾸 한번 안하고 이것저것 일시켜도 고분고분 따르니

그동안 착하고 조신히 조용한 노예 아 내가 뭐라카노

며느리 아내 애미 노릇 시키려 마음껏 세뇌한

결과 이제 싹을 틔우는구나

절쑤

 

기집년은 일을 해야지

손녀 년들 만만해서 부리기 좋아

한 다리는 무덤 속에 있는 반송장이지만

어린 년들 앉혀놓고 거들먹대는 재미가 그리 좋아

군대 갔다 휴가낸 큰애비 큰아들 경태가 왔다고?

 

경태는 십만원 손녀 년들은 오만원

값 덜 들고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어

기집년들은 가성비가 좋은 편리한 가축

머시마는 그냥 있어도 흐뭇하고 좋아 인상이 훤해 

닌 가시나가 왜케 말라빠졌노 여자가 안경쓰면 흉해

 

물 가져와라 컵 가져와라 쟁반 갖고 와라 전부쳐라

수저 갖고 와라 오봉 갖고 와라 국자 병 반찬그릇

갖고 와라 아니 도로 넣어라 이거 들어다 날라라 

설거지 해라 찬장에 넣어라 아니 경태 니가 돕겠다고? 

치아라 닌 이담에 장가 갈때 니 마누라한테나 해줘라

 

하지만 당신 같은 노인들은 

좌판에 널린 생선만큼이나 흔해빠졌지

오빠는 영원히 설거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여자들은 하나둘 등을 돌리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와중에도 공노동은 잃고 싶지 않지

 

여자는 결혼은 해야 한다 

나도 사실 결혼 생각은 없었어 고모가 그양반과 

나를 중매를 서서 결혼을 했지 연애 결혼은 아니어서

체면 치레는 되겠군 시댁 식구는 나를 미워하고 

괴롭혔지만 그양반은 술만 처먹었지 똑같았어

하지만 여자가 결혼을 안한다니 세상이 무너질 일이야

 

여자는 사랑 받고 살아야한다

눈치 살살 보면서 비위 맞추고 입다물며 궂은일 갖은일 암소처럼 일만 하며 아들 셋 낳았지만 이런 나조차도 시댁도 남편도 사랑해주지 않았어 하지만

계집년은 사랑받아야 한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해

 

우리는 어린 년들이 제일 쉽고 만만해

그동안 웅크려 마음속으로만 삭이던 한과 설움을

해소하고 쏟아낼 상대가 필요해 

머시마들은 그런거 못한다 딸이 없으니 외롭군

닌 계집애가 왜 내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거부하노?

 

어린 년들은 역할이 다양하지

며느리, 신붓감, 아내, 엄마, 딸

어린 년들은 의무가 다양하지

일하는 암소, 애낳는 가축, 가정부, 예쁜 감정풀이 인형

뭐라꼬? 과장? 비약? 피해 의식?

 

아이고 좋아라 기집년들 주둥이를 저렇게 턱,

막아버리니 내가 다 속이 시원하고 좋타

니들이 그래주니 내가 얼마나 편하노

암탉이 울면 그집이 망한다캤다

가시내가 쫑알쫑알 뭐라 씨부려쌌노 내가 시키는대료 해라

 

야야, 저것 좀 봐라 에스비에쓰에서 저 여자 월급

올려주기 실타꼬 짤라 버렸다 아이가 깔깔깔

저여자가 사내였으면 그랬겠나 깔깔

이제 티비에 코빼기도 안보인다 깔깔깔깔

 

그나저나 내가 간호일 할 때 얘긴데

느그 애비 임신했을 때

아니 그 개새끼들이 나 임신했다고 날 짤라버렸어

그 개새끼들, 그 빌어먹을 놈의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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