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달린 사람

나는 배신자요 역방향으로 나를 처형하시오

십자가는 똑바로 세워졌으나 

못박힌 이는 거꾸로 고정되었다

아직도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군

종말을 목청껏 외치던 남자는 중얼거린다

 

그는 우리를 삼키고 잠식하고 지배하는

거대한 검은 유령이자 그늘

수탉이 울기 전 구름처럼 흩어진 후

한시도 벗어나지 못했다 옥죄는 사슬이

매일같이 우리의 숨결을 갉아먹었다

 

그는 버려진 숲 속의 공터

검푸른 이파리가 무성히 빽빽이 우거진

빛 한 줄기 없는 무한한 암흑에서

그자신과 영원을 위해 기도하고 맹세한다

대가는 그자신이었고 최상의 제물이 마련된다

 

바쳐라 바쳐라 네게 너를 바쳐라

최고의 희생물은 다름아닌 너 자신이니

최고신은 지혜를 얻고자 거꾸로 매달려

열흘간 창살에 박혀 밤낮을 지새웠다

스스로를 죽이는 자여, 그대의 바람은 충족되었다

 

폭풍우가 요동치는 거친 밤하늘 바다 

먹구름처럼 바람처럼 몰아치는 검은 말들

등 위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방울같은 채찍

마차를 이끄는 신은 승리에 차 포효한다

유리 너머 아이는 웃음을 터뜨린다

 

불길한 자 같으니, 불경한 자 같으니

처단되고 소외되고 벌받아 마땅하다

그를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아 처형하자

수상쩍은 떠돌이 하나를 붙잡아 제거했다

우리를 지켰다 우리는 정당하다

 

교차하는 세 카드 속 장면이 

각자의 선을 그리며 손을 잡았다

암호는 암호로서 존재해야하며

풀리지 않는 사슬은 해답을 기다렸다

가면을 벗기자 회전하는 혼돈이 드러났다

 

부글거리는 액체 하얗게 피어오르는 거품

비밀과 진실을 캐고자 연푸른 눈의 

연금술사는 조심스레 손가락을 뻗어 들추었다

영원히 얻지 못할 불분명한 결과를 기대하여

실망은 가슴을 무너뜨리고 아집과 후회만이

 

삶을 들쑤시며 그들을 미치게 할지라도

암호는 암호로서 존재할 뿐이야

쓸데없는 짓은 그만두고 충실히 복무해

그들은 예언과 저주를 퍼부었고

그들은 쓸쓸히 사라져 이야기에서 물러났다

 

짐승의 숨결, 피에 젖은 달의 노래

녹색 눈의 제자는 어둠을 이고 

진한 본능에 이끌려 차디찬 복수심으로 

담금질한 은빛 칼날을 품속에 감춘 채

문을 두드렸고 액체 위 거품이 끓었다

 

늑대가 울었다

바람과 까마귀는

제것처럼 한몸처럼

서로가 서로를

감추고 갈구하며

 

어둠을 내달렸다

마지막 남은

주문의 고리가

별의 틈으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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