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넋

습기가 감돌며

비 내릴 기미가 보이던

여름 날, 

버스 좌석에 몸을 싣고 가던

8월의 막바지에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나의 어느 부분은

습관처럼, 오랜 관성처럼

과거를 끈덕지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이는

다름아닌 나였다

그들로 인해 고통받는 것이 아니었다

전투에서 입은 상흔처럼,

훈장이나 보석처럼

 

달래고 보관한 이는 나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나는 기억들을 떠나보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자신을 괴롭혀서도 방해해서도 안 되기에

 

티끌 한 점 없는 과거의 넋들은

흰 날개로 퍼득여 상승하며

지켜보는 내게 작별을 고했다

너희는 있었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래서 슬프고 억울했고 격노했지만

 

거지 같은 인간들도 있지만

이제는 가야 할 차례야

과거를 인정하는 일은

삶에서 필수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분리되어 지속할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떠나고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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