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이다_

12월의 어느 어두운 날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아. 유난히 추웠고 새벽에는 눈도 펑펑 쏟아지더라.

그날따라 늦게까지 잠이 오질 않았어.

집 앞에 나가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발자국을 남겼어.

그러다 네 생각이 났어.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고.

그 어두운 밤에 홀로 밖에 있으니 점점 무서워져서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어.

확인해보니, 너였어. 

 

'어두운데 위험하게 혼자 청승떨고 있냐?'

 

응?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널 발견했어.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 서서 널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또 문자가 온거야.

 

'가만히 서서 뭐하냐, 나 안 반가워? 다시 갈까?'

 

치...너가 오면 되잖아! 저 멀리에서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너.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한 걸음, 또 한걸음 너와 가까워진다.

넌 빨리와서 안기라고 제스처를 취하지만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만 있다.

난 그게 괜히 얄미워 천천히 한걸음씩만 너에게 간다.

몇걸음만 더 가면 널 안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난 멈춰서서 널 바라봤어.

의아한 듯이 나를 쳐다보는 너는 말해.

 

"거기서 뭐하고 있어? 어서 안겨!"

 

그 말에 나도 말해.

 

"너가 와서 나 안아주면 되잖아."

 

사랑앞에서 너와 나는 항상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곤 했지.

그 놈의 기선제압이 뭐라고?

 

결국, 넌 끝까지 먼저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그런 네가 너무 미워서 뒤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 

내가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넌 잡지 않더라, 나를. 내심 기대했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가 삐져서 뒤돌아가면 남자는 백허그해주며 달콤한 말도 잘해주던데. 

 

그 날, 하루종일 널 기다렸는데 결국 넌 나에게 오지 않더라.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 사랑에 너무 허무해진 밤이었어.

 

12월의 어느 어두운 밤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사랑앞에서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안타까웠던 날이었어.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