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단상(斷想)

이제 우리 말로 보안하자


 

영어 시큐리티(security)의 어원은 라틴어 명사로 세쿠리타스(securitas),  형용사로는  '벗어나다' 라는 뜻의 세(se)와 염려 ∙ 불안 ∙ 근심을 뜻하는 쿠라(cura). 세쿠라(secura)라고 한다. 그런데 라틴어는 지금은 학술언어나 종교언어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언어이다. 기원전에  쓰이던 라틴어의 의미가 과연 오늘날과 같은 지키고 보호하는 우리가 말하는 보안과 같은 의미일까. 필자의 유치한 의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보안이라는 말도 순수한 우리말은 아니다. 시큐리티(security)라는 외국어의 어원은 공부하는데, 보안의 순 우리말은 무엇이고 우리말이 있다면 우리말의 어원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은 형용표현이 매우 발달한 언어다. 붉그레죽죽하다. 푸르딩딩하다. 누리끼리하다. 이런 표현을 외국어로 정확히 번역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런 표현을 번역하려면 외국 사람들이 우리의 색감을 직접 ‘경험’한 후 그 느낌으로 외국어로 번역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 시티즌(citizen)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단어는 없다. 우리는 서구사회가 영주와 농노, 기사로 대표되는 중세봉건의 시대에 머물 때 이미 강력한 중앙집권의 발전된 국가체계를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왕의 신하로서 신민 또는 국가의 국민개념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는 아래로부터의 혁명, 도시의 인민들이 왕과 귀족들에 대항해 싸워 자유를 쟁취해낸 기억이 있다. 이 투쟁을 이끌었던 도시의 인민을 가리켜 시티즌(citizen)이라 한다. 시티즌은 자신의 주권을 자신의 힘으로 쟁취해낸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우리는 시티즌을 시민이라 번역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시민은 ‘시에 속한 인민=시민’ 일 뿐이다. 우리가 시티즌을 정확히 번역하려면 프랑스 시민혁명의 역사와 그 가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대체어를 찾아야 한다. 필요하면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그 뜻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언어를 만들었을 때에만 우리는 그 말과, 쓰임을 정확이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시큐리티(Security)가 우리가 말하는 보안이라고 부르는 의미가 꼭 같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시큐리티와 우리의 ‘보안’은 비슷한 측면이 있을지 몰라도 시티즌과 시민처럼 뉘앙스는 분명 다를 것이다.

 

우리와 서구세계는  가치관, 세계관이 다르며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르며 어떠한 일이 발생하였을 때 대처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 그럼에도  수입한 개념은 별다른 반성적 사고 없이 우리의 삶 속으로 무비판적으로 들어온다. 문학영역에서 번역은 그냥 말하는번역이 아니라 제 2의 창작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문학의 제대로 된 소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창작되어야 한다. 시큐리티의 어원은 라틴어로 무엇이고 하는 건 알면 좋지만 몰라도 되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말로 사고하고 우리의 언어로 개념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의 언어를 상실한 시대,  말 찾기에서 우리의 보안은 한 단계 성숙해 질 것이다.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정보의 축적량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만큼 스스로 생산해 낸 지식이 많다는 소리다. 시큐리티와 보안 역시 우리가 생산해낸 말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지극히 한국적으로 보안의 개념을 사고해보자.  그래서 우리 문화의 맥락에서 우리의 보안을 생산해 보았으면 한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그 국가 스스로 생산한 지식이 많은 나라를 말한다. 우리 식으로 사고를 하고 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우리도 선진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식인이 아니다 그래서 지식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요구한다. 진짜 한국적 보안은 무엇인가.   글로벌 보안은 이런 것이니 그걸 배우고 빨리 습득했다고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서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생산할 보안지식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진짜 우리 땅에서 우리  생각으로 보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개념까지도 수입해 쓰면 안 돼지 않는가.   아직까지도 우리는 기술만 난무할 뿐 통찰과 철학은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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