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단상(斷想)

당신의 감정을 보안하라

행복한 하루되세요!

 

아침 출근 길, 간혹 받는 인사 메시지다. 메시지를 받아보다가 문득 ‘나의 하루’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나의 하루를 곱씹어 생각하면, 직장에서 일 하고, 친구를 만나고 하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분노, 경쟁심, 탐욕, 적대감, 기쁨 등등 매 순간 일어나는 숱한 감정에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 나의 ‘하루’가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는 하루 동안 가졌던 감정이 결정한다. 결국 행복한 하루 되세요! 라는 말은 좋은 감정을 가진 채 전장 같은 일터에서 따스한 가정으로 웃음 가득 안고 돌아가란 말이다.

 

한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한없는 부정과 절망과 세상에 대한 증오를,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긍정하고 희망하고 사랑한다. 그 사람이 가진 감정이 곧 그 사람 자체다.

 

몇 년 전 무기거래상과 전·현직 장교들이 벌인 방산업체 비리사건과 같은 일명 군피아 사건, 첨단기술 해외유출 사건, 입찰비리·납품비리·인사 비리 등 각종 비리 사건에는 ‘모래 속에 진주 찾기’가 아니라 ‘모래찾기’만큼이나 쉽게 발견되는 문구가 있다. 바로 금품제공! 향응제공! 인간이 가진 탐욕이라는 본성을 이용하는 데 금품제공, 향응접대만큼 더 좋은 솔루션은 없나 보다. 금품과 향응제공은 오랜 세월을 독자들에게 읽히고도, 지금도 서점에서 팔리는 스테디셀러처럼, 탐욕의 시장에서 시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사람 감정 흔들기’ 분야의 스테디셀러임은 분명하다. 비리의 주인공들은 탐욕이라는 감정을 올바르게 처리하지 못했다.

 

금품과 향응제공에 절대 뒤지지 않는 솔루션이 또 하나 있다. 바로‘미인계’. 스파이 사건에서 미인계를 빼놓고 얘기하면 재미없다.

흔한 얼굴 사진 한 장 구하기 어려워 ‘얼굴없는 사나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냉전시대 동독 비밀경찰기구 슈타지 대외정보부 HVA의 수장 마르쿠스 볼프 (Markus Johannes Wolf). 그는 1953년부터 1986년까지 그의 30여 년의 재임 기간 동안 서독과 서방세계에 4천여 명의 스파이를 심었고, 동독 스파이 권터 기욤을 서독으로 잠입시켜 시의원 당선은 물론 당시 서독총리 빌리 브란트의 최측근 보좌관까지 오르도록 육성하여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자신의 책상위로 퍼 나르게 했던 탁월한 정보본능을 가진 첩보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미인계, 즉 ‘허니 트랩(honey trap)’은 스파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삼십육계’에도 미인계가 기록되어 있을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뤄지는 계략이다. 마르쿠스 볼프의 스파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코 ‘로미오 작전’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접근하는 고전적인 미인계를 역발상한 ‘로미오작전’은 잘생기고 젊고 스펙좋은 남성을 이용하여 아데나워 서독총리의 여비서를 포함 서방세계의 정부기관 여성들에게 접근, 거짓된 사랑을 이용하여 정보를 입수하였다. 한 마디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숙주로 삼은 것이다.

 

여러 비리사건들과 스파이 사건들의 장치로 사용된 금품과 향응제공, 미인계는 결국 사람의 결핍과 같은 감정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 그런 사건들 뿐인가. 사기, 폭력 등등. 사람 사는 세상에 많은 범죄는 한 걸음 더 걸어 들어가면 결국 사람의 감정이 출발지점이다. 사람은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어하며,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 당연히 그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의 결핍. 그로 인한 공허함이라는 자리가 탐욕이라는 기회를 만날 때 사람은 ‘실수’하게 된다. 많은 부정행위와 범죄는 결국 사람의 감정에 관한 것이다. 감정처리를 잘 못한 가장 안 좋은 결과가 범죄인 게다.

 

범죄의 유혹을 벗어나는 길은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악한 감정의 박멸이 아니라, 일순간 일어나는 감정의 섬세한 자각과 통제의 기술이다. 유혹을 벗어나는 절대적인 답은 없다. 결국 당신의 감정을 '보안'하는 수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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