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단상(斷想)

세잔의 화실에서 '보안'을 그리다

 

 

 


"과일들이 탁자에서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화가 폴 세잔의 정물화는 이상했다. 미술에 전혀 아는 거라곤 1도 없는 나같은 사람에겐 더 그렇다. 내가 본 화가 세잔의 정물화는 원근법의 굴레를 벗어나 다른 시점으로 사물을 표현해서 그렇다나.....같이 그림을 본 친구가 답을 해줬다.

 

세잔은 그가 살았던 시대, 정물그림에 관한 지배적인 태도를 버리고 대상의 본질을 깊이 사유했다고 한다. 당시 주류 미술계의 거센 비난 속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으로, 사물의 변하지 않는 구조와 형상의 본질에 주목해 독자적인 화풍을 열었고 이후 수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보안을 주제로 하는 글에 왠 화가 세잔이냐고 물을 만하다. 각종 매체들에 넘쳐나는 보안담론의 지루함을 느낄 즈음, 사물 그 자체의 고유함과 진실에 천착한 세잔의 그림세계를 우연히 마주하며, 나는 보안에 관한, 그 근원에 대한 고민이, 보안을 업으로 하는 세계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범람하는 보안기술도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보안은 근원적으로, 본질적으로 두려움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두려움이라는 속성이 없다면 보안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보안활동은 기술이기 이전에 어떤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우리네 삶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 말이다. 보안이 기업이나 조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 세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무슨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든, 인식하는 위협이 다르고 그 표현이 다를 뿐  결국 두려움의 처리방식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물리적 보안이든 기술적 보안이든 관리적 보안이든 염려,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얻기 위한 장치들일 뿐이다.

 

보안은 추상이고 관념이고, 하나의 태도다. 보안기술은 추상이고 관념인 보안을, 구체화 시키는 도구일 따름이고, '보안한다'는 태도는 보안조직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 주체들의 문제다. 도구에 갇히지 말고, 그 본질과 우리의 일상을 주목해 보안의 외연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물화를 바라보는, 당대의 굳은 시선을 깨고 새로운 '바라보기'를 한 화가 세잔의 화실에서 보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인식의 확장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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