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단상(斷想)

자기과신은 독(毒)이다

     

     IMF구제금융 시절, 굴지의 대기업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던 선배가 있었다. 조직에서 중요한 업무인 자금 · 회계업무를 오랬동안 다룬 분이다.  선배는 사업을 하던 친구와 선 · 후배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노하우를  곧 잘 알려주곤 했고 자신의 지식과 경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퇴직 후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새로운 회사에 잘 융화되지 못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고, 얼마 후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큰 성공을 기대했던 사업은 오래 지나지 않아 큰 손실을 입고 무너졌다. 선배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하던 그는 자신의 '인생의 구조조정'에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 동료 중에 수사기관에서 오랜 기간 실무 경험으로, 사기꾼은 '한 눈에 딱 알아본다'는 분이 계셨다. 퇴직 후 그는 지인과 창업을 했다. 일년 후 그는 ‘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그 이후로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사기성 짙은 사업에 순진하게 참여하셨고, 지금도 복잡한 소송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고 계신다.

 

     군에서 고급장교로 전역하셔서 리더십 분야로는 책 열 권도 쓰신다는 분이 계셨다. 좋은 군 경력에 믿음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별다른 심사도 없이 큰 규모의 보안 현장에 책임자로 파견됐다.  그러나 현장근무자들의 책임자에 대한 불만으로 잦은 인원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업무의 안정성도 떨어지고, 사용자 측의 불만이 커져 급기야 재계약까지 위태로워졌다. 그 분은 보안근무자와 사용자의 수준 탓으로만 책임을 돌렸다. 직원관리능력 부족과 거래처와 잦은 불화로 결국 그는 얼마 가지 못하고 해고됐다.

   

     친구이야기다. 기계공학 박사에 교수다. 아파트관리사무소와 분쟁이 생겼다고 한다. 명색이 해당분야 박사로서 관리사무소를 찾은 친구는 의기양양하게 강의하듯,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문제점에 관해 설명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고백했다.  자신이 틀렸다고.  자신의 설명도 잘 이해하지 못하던 관리사무소 직원이 어떻게 한 눈에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는가. 하며 놀라워했다.

 

     위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경력과 배움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다. 아니 정확히 자기 지식의 과신이다. 과신의 결과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능력의 결여를 초래한다.

 

    수영선수 출신에게 물어보면 같은 물인 것 같아도 수영장마다 같은 물이 없다고 한다. 같은 강에서 똑 같은 지점을 수십 번 건너가도 한번도 같은 물살이 없다고도 한다. 그런데  하물며 수영장에서 바다로 나간다면 어떠하겠는가.

 

    보안현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경력이 자랑할 만하다 하더라도 그건 몸 담았던 조직환경에서의 경험인 것이다. 보안업무의 패턴은 비슷할 수 있으나 해당 조직의 비즈니스, 조직의 구성, 보호대상의 상이함, 경영자의 철학 등등의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같은 방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

 

    더구나 지나친 우월감으로 자신의 지식 경험을 과신할 때 오히려 그것이 치명적인 취약점이 되어 보안실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 보안전문가는 같은 것도 새로운 시각으로 다르게 보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보안전문가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자기과신은 자신을 해치는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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