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모음집:雜

백일몽(白日夢)

백일몽(白日夢)

 

새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그 위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간다.

 

“와- 예쁘다.”

 

은으로 가루를 만들어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모래를 밟으며 끈적임 없이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살며시 손을 잡아오는 그, 물빛 눈동자가 반달을 그리며 다정하게 웃는다.

 

“좀 더 가까이 가볼까?”

 

“응!”

 

그와 나란히 손을 잡고 파도가 밀려오는 물가로 다가갔다. 참방- 참방- 발끝을 간질이며 적셔오는 물이 차다. 기분 좋은 감각에 작게 웃으며 살며시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넣었다.

 

쏴아-

 

그림 같은 풍경과 꿈결 같은 여유로움, 살포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뽀얀 파도와 푸른 바다, 아름다운 모래밭, 따뜻한 햇살, 부드럽게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손길이 나른하다.

 

“수박 먹을까?”

 

“수박?”

 

수박이라는 말에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언제 놔두었는지 10걸음 정도 뒤에 커다란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투명하고 예쁜 그릇에 얼음과 수박화채가 가득하다.

 

“맛있겠다.”

 

어느새 의자에 앉아서 얼음과 수박을 한숟가락 가득 떠 입안에 넣는다. 아삭아삭…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박의 달달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싱긋- 웃고 있는 그의 입에서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나온다

 

“냐옹~”

 

“에?”

 

“냐아~~”

 

“뭐?”

 

그의 눈동자가 묘하게 휘어지며 손을 뻗어 내 볼을 톡- 건드린다.

 

축축한 등, 체온으로 뜨뜻해진 마룻바닥 그리고 내려다보는 노란눈동자와 말랑한 솜방망이.

 

“아…꿈이었어?”

 

“냐~앙.”

 

“하아…”

 

늘어지게 한숨을 내뱉고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마당에 내려쬐는 햇살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엄청난 무더위에 고장 난 에어컨을 원망하며 부채를 집었다. 부채바람에 나비가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덥다…더워.”

 

흐물흐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꿈에서 본 파라다이스가 겹쳐진다.

 

끈적임 없이 상쾌한 바닷바람, 뜨겁지 않은 태양, 차가운 파도.

그리고 아름다운 그…막상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차라리 그게 현실이면 좋겠다.”

 

무한한 아쉬움을 달래며 간신히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얼음 한가득, 빨간 수박 알맹이 한가득, 달달한 설탕 조금.

입안에 넣고 아삭아삭 씹으면 시원하고 달다.

 

“그래도 이건 좋네. 흐응~”

 

햇볕이 물러나고 그늘진 마룻바닥에 앉아 해가 저무는 걸 바라보며 수박화채로 더위를 달랬다.

내일이면 수리기사가 와서 에어컨을 고쳐줄 테다. 그러니까 오늘은 수박화채로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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