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모음집:雜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생물은 없다고 한다.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생물은 없다고 한다.

 

먹이사슬, 생태계 피라미드, 잡초부터 인간까지. 어느 하나가 빠져버리면 끊어지고 무너지며 그렇기에 멸종되었고, 멸종을 향해 내몰리는 종자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걸 테다. 심지어 그에 따른 파장이 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마지막 한그루 남은 나무가 번식을 하지 못하고, 그 열매를 먹으며 살아가는 새가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그렇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게 얽히고 얽혀있는 그 먹이사슬 속에서, 생태계의 피라미드 속에서 바퀴벌레와 파리, 모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들은 대체 무엇과 얽혀있어서 이렇게나 인간들을 괴롭히는 걸까? 대체! 거대한 자연 속에서 바퀴벌레와 파리와 모기의 역할이 무어냔 말이다!

 

병균을 옮기고 세균을 옮기고 감염을 주도하여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게 아닐까? 온갖 전염병을 몰고 다니며 불결한 몸뚱이를 끌고 다니며 없는 병도 만들어내는 게 이것들의 존재 이유라면, 짓밟고 짓밟아서 뭉개지다 못해 부스러지게 만들어서 그런 존재 이유 따위 쓰레기통에 넣어 분리수거도 되지 않도록 활활 태워버리고 싶다.

 

세기도 힘들 만큼의 오랜 세월, 오랜 시간, 무수히 많은 날들이 지나는 동안, 인간의 욕심에 의해, 그 탐욕스러운 손길에 의해 사라져간 동물들-신비롭고 아름다운 파란영양, 개구쟁이처럼 바다를 누비며 영영 떠나버린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바키타 돌고래처럼-에게 조의를 표한다면, 어쩌면 그들의 복수를 위해 그 죗값을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려주려는 의도인 거라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어둠속에 숨어있다 조금의 먹잇감이라도 보이면 슬그머니 기어 나와 심장이 떨어지고 소름이 끼쳐 비명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바퀴벌레는 죽는 그 순간까지 알을 품고 있다가 퍼뜨린다. 그러니 절대로 때려서 잡으면 안 되는 이 징그럽도록 질긴 생물은 이제 살충제도 통하지 않으며, 심지어 날아다닌다.

 

바퀴벌레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나는 돌돌만 신문지를 손에 쥐고서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모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진절머리가 나며 하이소프라노톤(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고음)의 비명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특히나 악질은 깊은 밤, 베개에 머리를 맡기고 곤하게 잠들려는 때에 어김없이 나타나 앵~ 달갑지 않은 사이렌 소음을 내며 불면증을 유발하는 모기다. 대체 몰래 다가와 피를 빨아야하는 녀석의 날개는 왜 소리가 난단 말인가! 일부러 나 잡아봐라, 하고 약 올리는 꼴이 아닌가! 보란 듯이 날려대는 도발에 불을 키고 파리채는 잡는 순간! 그날 잠은 다 잔 것이다.

 

눈앞에서 앵~거리며 종횡무진 하는 그 작은 악마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휘둘러도 맞지가 않는다. 그러다 포기하려고 다시 누우면 언제 도망갔냐는 듯이 다가와 피를 갈취하는 것이다. 그뿐인가! 물리고 나면 간지러워서 또 잠을 설치니, 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만한 원수가 없다.

 

독한 모기향을 피워두고 그 모기향을 참으며 자고 일어나 매운 눈을 달랜 적도 적지 않고, 콘센트에 꼽는 모기향을 여름마다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다 피치 못하게 방심하게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다리와 팔은 모기의 뷔페가 된다. 장마를 거쳐 여름이 지날 때까지 그 벌건 자국은 아물 날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파리는 또 어떠냔 말이다. 이 세상의 전염병 중에 절반이상이 쥐를 통해 퍼진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퍼뜨리는 녀석들 중에 하나가 파리다. 생긴 것도 참으로 비위 뒤틀리게 생겼다. 거무튀튀 붉은 눈은 머리보다 더 크고 앞발을 비벼대는 행동은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 3대 해충, 백해무익하며 그 어디에서도 존재의의를 찾을 수가 없으며, 불결하고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발톱에 낀 때만큼의 가치도 발견할 수가 없는 모기와 파리와 바퀴벌레의 존재이유를 아는 이가 있을까? 제대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흔히들 말하는 예언자나 선지자, 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전해지는 몇몇 악마들이라면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생명에는 존재가치가 있으며 존재이유가 있다.

 

이 세상에 무가치한 생명은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하건데, 조물주가 바퀴벌레와 파리와 모기를 만든 이유는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분명하다. 그것 말고는 어떠한 이유도 떠올릴 수 없으며, 어떠한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 점점 탐욕스러워지고 세상을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인간을 벌주기 위함이 아니라면 이 징글맞도록 질긴 악연의 굴레에 어떤 가치와 존재의의를 부여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둘 중 하나가 멸종되지 않는 한, 인간이 멸종하거나 모기가 사라지거나, 바퀴벌레가 모두 아사하거나, 파리가 자취를 감추지 않는 이상, 바퀴벌레를 보며 소름이 끼쳐야하고, 모기에게 헌혈을 강요당해야하고, 파리의 침에 소중한 식량이 오염되는 일은 반복될 것이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세상에 이보다 더한 비극도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적어도 나만은 이 비극에서 해방되고 말겠다!

 

내 아까운 피를 무료로 헌혈해줄 만큼 너그럽지 못하며, 입도 대지 않은 음식이 오염되는 것은 바라볼 만큼 인정이 넘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내가 먹고 자고 쉬는 공간만은 사수하리라! 빈틈없는 청결로 바퀴벌레를 아사시키고, 향이 독한 식물을 가까이 함으로 모기의 접근을 막을 것이며, 덮개와 뚜껑을 적극 활용하여 파리의 침으로부터 소중한 식량을 지킬 것이다!

 

그로써 나의 집, 나의 일상, 평화로운 수면을 수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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