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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by 알랭 드 보통(2016)

#The Course of Love: 오리지널 제목을 번역하여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저자가 결혼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썩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접해서였을까, 이 장편소설은 저자가 그 전 에세이에서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소설로 풀어낸 것이구나 생각했다. 사랑은 '점(intervals)'이 아니라 '선(continuation)'이며 낭만주의적 강렬한 감정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 맞춰 발전해 나가야 하는 제도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현실에서 사랑은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라는 진부한 문구와 함께 클라이막스에서 끝나는 영화와 소설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지속되어야 하는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의 유기체이다. 영화와 소설에서 극적으로 묘사하여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로 집어넣는 사랑은 한낱 'the course of love'의 작은 단편이자 러브스토리의 시작일 뿐, 진정한 '러브'에 대한 '스토리'는 그 다음부터라는 냉소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이야기.

 

이미 결혼생활 15년이 넘는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앉았는지 모르겠다며 툴툴댔지만 '독서토론'이라는 원대한 목적을 위해 짜증을 꾹 참고 끝까지 읽은 결과 이 책은 내게 툭~ 하고 생각 돌맹이를 던져 주었다. 팍팍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쿨하게 보여줘서 속이 시원하다? 나중에 딸내미가 결혼을 하려고 할 때 꼭 읽게 해야겠다? 아님 지금도 계속해서 my course of love에 파트너로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남편에게 권해야겠다? 

 

#낭만을 뛰어넘어 '철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96 페이지 첫 번째 단락. "삶의 추함을 인정하고 낭만주의를 뛰어넘어 짧고 뜨거운 사랑을 일생으로 확장하는 일에는 철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일상의 삐긋거림은 맹독으로 작용하기 쉽지만 성찰에 담그면 묘약으로 연금된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결혼이 아닌 '양육'에 대해 반추했다. 라비와 커스틴 이야기에서 언급되지만 아이는 결실을 이룬 사랑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다들 그러지 않나?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며 결실은 아이라고. 결혼처럼 출산과 육아 또한 사랑의 감동적인 열매라는 생각은 아마 출산 후 일주일 정도일 것이며 아이가 자라면서 아주 간헐적으로 느끼는 행복과 만족감 덕분일 것이다. 육아라는 현실의 민낯은 그보다 훨씬 더 혹독하고 고통스러우며 오해와 실망, 바닥으로 내닿는 피로와 우울감으로 점철된다는 것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엄마로서 내 아이와의 관계는 사랑과 헌신 위에 있는 것을 결코 부인하지는 않는다. 완벽하게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내가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솔직히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내가 아이를 위해 경력의 황금기를 발로 뻥 차버리고 전업엄마로 눌러 앉았다는 사실은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출산에 이어 두 번째 기적이다. 아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고 짠해지는 낭만적인 사랑은 내 마음 아래에 든든히 뿌리박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자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기 시작했다. 육아 역시 시간과 함께 지속되고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변함과 함께 확장 또는 조정되어야 하므로 그 역시 '철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랑이라는 반석 위에 나는 육아에 대해 어떤 철학을 세울 것인가?

 

"엄마가 너를 무척 사랑하지만 이제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 충실하는 데에도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하자. 내가 너만을 위해 내 남은 인생을 올인할 수는 없지 않니? 너도 엄마의 무조걱적인 헌신이 전부라는 생각은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 낭만으로만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길고 깊으며 복잡하고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능하구나. 엄마는 엄마 인생을 충실히 살고, 너는 너의 인생을 충실히 사는 거지. 가끔 함께 하며 순도 100%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하자꾸나. 언제나 손을 뻗으면 우리는 손이 닿는 곳에 있어. 격이 없이 만나고 기쁘고 힘들 때 두 배로 축하하고 네 배로 위로하고. 주님의 가르침을 함께 하며 기나긴 인생의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여행의 동반자라고나 할까?" 열 살 짜리에게 너무 어렵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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