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Think & Write

김약국의 딸들 by 박경리 (1962)

책을 읽던지 영화를 보던지 역사를 만나든 간에 나는 항상 '현재성'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다. So what? 현재 나에게 그 사건과 스토리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나? 곰곰 생각해 보게 하는 매개체로 여기고 있다. 이 책에 대해서 두 가지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나는 변동기에 놓여 있는 나, 두 번째는 종교에 대한 태도. 

 

#변화, 과도기: 전통적인 유교질서가 무너지고 원시적인 형태로나마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하던 과도기. 전통적인 여성상과 더불어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여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던 과도기. 미래를 준비한 신여성 용빈과 용혜는 운명에 맞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 있으나 여자에게 결혼이 인생의 전부라는 전통성에 붙잡혔던 다른 딸들은 운명에 스러져 갔다. 다만 자본주의 요체인 '돈'을 관통한 첫째 용숙이는 천박하게나마 잘(?) 살아가고 있다. 고지식하고 운마저 따르지 않았던 김약국은 망했고 비열하나마 약삭빠르게 움직였던 정국주는 번창한다. 

 

자꾸만 4차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자주 들리고 무지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책을 읽어볼까? 확실히 변동기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던 3차 혁명도 겨우 따라가고 있는데 이제 4차 혁명을 대비하여 아이를 준비시켜야 하는 부모가 되었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이제 지식과 정보에 대한 분석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암기보다 '균형과 유연성'이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Wall E] 애니메이션을 봐도 지식의 범위와 분석의 속도를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다만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키는 주체는 인간이다. 무엇을 위해 분석할 것이며 어떤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지식이 필요한가? Artificial intelligence(AI)가 아니라 Intelligent Assistant (IA)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대가 바뀌고 있다. 운명에 굴복하기 보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유연하게 살아가야 한다. 용옥과 용빈의 차이는 바로 '교육'이었다. 이제 그 키워드는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 책과 토마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책을 둘 다 한 번 읽어봐야겠다. 다소 관점이 다를 지도?

 

#비참함을 이겨내는 힘, 종교?: 이 책을 읽으며 용빈과 홍섭, 용옥의 종교에 대한 헌신을 짚어보게 된다. 용빈은 신자이나 의문을 품는다. 그렇다고 믿음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주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어찌보면 이 모든 운명을 혼자 힘으로 껴안고 가고 있는지도 모르지. 부르조아 홍섭은 용빈도 인정한 독실한 신자이다. 하지만 나약함으로 표현된다. 현상을 바꿀 용기가 없다. 지금의 자신을 굳이 벗어날 필요가 없다. 용옥은 처참한 현실을 종교로 극복하려 애쓴다. 결국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말이다. 종교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현실의 비참함에 순응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동물농장]에서 조지 오웰도 그를 빗대어 까마귀 'Moses'를 잠시 등장시키기도 한다. 현체제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 시련은 신이 나를 시험하기 위해, 내가 극복할 만큼의 시련만 주시므로 이겨내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또는 감사히 받아야 한다'. 일제강점도 신의 뜻이었다는 둥 하는 정신나간 종교인들처럼 말이다. 용옥은 딱 그 표본이다. 어디를 봐도 비참하기 짝이 없지만 꾹 참는다. 이겨내려고 한다. 불평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십자가로 여기고 예수님처럼 그 십자가를 힘들지만 기꺼이 지려고 한다.

 

"며칠 후, 가독도 앞바다에 가라앉는 산강호는 인영되었다. 용옥의 시체는 말짱하였다. 이상하게도 말짱하였다. 다만 아이를 껴안고 있는 손이 떨어지지 않아서 시체를 모래밭에다 나르는 인부들이 애를 먹었다. 겨우 아이와 용옥의 시체를 떼어냈을 때 십자가 하나가 모래 위에 떨어졌다(p.399)."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