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속의 마녀

프롤로그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화려한 금발에 투명한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가진 ‘라푼젤’이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라푼젤은 외모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심성마저 고와 매일같이 마을 청년들에게 구애를 받고, 어른들에게는 예의바른 아이로 사랑받았어요.

 

 

   그런데, 라푼젤이 살고 있는 마을 옆에 위치한 음산한 숲에는 사악한 마녀가 살고 있었어요. 주황 머리에 보랏빛 눈가진 마녀는 아름답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라푼젤을 시기한 나머지, 어느 날 라푼젤을 납치해 높은 탑에 가둬 버렸어요.

 

 

   라푼젤은 매일 작은 창문을 통해 탑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목이 터져라 불렀지만, 탑에 걸린 마녀의 주술 때문에 아무도 라푼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게다가 라푼젤이 납치되던 순간을 기점으로, 마녀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주술을 걸어 아무도 라푼젤을 기억하지 못하게 했어요.

 

 

   시간이 흘러 외로운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땅에 끌릴 만큼 길게 자랐고, 아름다웠던 눈동자는 빛을 잃어 탁하게 변했어요. 마녀가 일정 시기마다 식량을 구해다 준 덕분에 굶어 죽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지만, 오랜 감금 생활에 지친 라푼젤은 마녀를 죽이고서라도 탑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어요.

 

 

 

‘이번에 마녀가 식량을 가지고 돌아오면, 마녀를 죽일 거야. 그리고 탑을 나갈 거야.’

 

 

   하지만 마녀는 어째서인지 돌아오지 않았고, 라푼젤은 식량마저 떨어져 버린 탑 안에서 마녀를, 복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홀로 굶어 죽었어요. 절대 만나지 못할 ‘그녀’ -원래 쓰여진 것을 지우고 그 위에 내용을 덧쓴 듯하다-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외롭고 비참한, ‘진짜 라푼젤’의 이야기. 끝.」

 

   탁-.

   어두운 오두막 속에서 로브를 뒤집어 쓴 여자가 책을 덮고는 중얼거렸다.

 

 

   “웃기지도 않아.”

 

 

   여자는 ‘라푼젤’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박힌 낡은 책 표지를 조심스레 쓰다듬고는 창 밖을 바라본다. 얼핏 달빛에 비친 눈망울은 죽은 사람의 그것인 듯, 빛이라곤 없어 보였다. 힘없이 웃는 입꼬리마저 지쳐 보였다.

 

 

 

+++

 

 

“너희, 그거 들었어?”

 

“뭘?”

 

“마을에 마녀가 나타났대.”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라니까?”

 

“에이, 잠 덜 깼어? 전설에나 있는 얘기지.”

 

“그런가...”

 

 

   소녀들이 마을을 거닐며 호들갑스럽게 수다를 떤다. 그 내용은 ‘마을에 마녀가 나타났다’는 것. 그 소문은 이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일부는 '전설'과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며, ‘전설’ 속의 그 ‘소녀’와 같은 금발에 에메랄드 눈동자를 가진 마을의 소녀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은 언제나 그렇듯, 예고도 없이 일어났다.

 

 

“아, 안녕, 슬란.”

 

“안녕, 헤레. 잘 지냈어?”

 

“으응...”

 

 

   마을의 그 어떤 여인보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여인이, 오히려 그 어떤 여인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 여인이,

 

 

“저, 슬란, 있지.”

 

“응.”

 

“나, 사실, 널...”

 

“응?”

 

“...아니야.”

 

 

   그래, ‘헤레’가 사라졌다.

 

 

 

+++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불명확했다. 하지만 단 하나, 질리도록 뚜렷한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아이야, ‘그’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내게 오렴.”

 

칭찬하기

작가 프로필사진
연우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연우 2017. 02/20

뭔가 몽환적인 느낌이 드네요. 그림은 작가님이 그리신건가요? 너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