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글로

청혼의 고백#프롤로그

 

굳이, 글로

 

청혼의 고백

#프롤로그

 

 

 

한 주택의 마당에서 조촐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여한 하객도 많지 않고 신랑 신부도 기본적인 격식만 차린 예복 차림이었다. 가운데 놓인 작은 단상에서는 젊은 남자가 사회 겸 주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남은 건 마지막 질문 뿐.

 

 

“신랑 한정하 군, 신부 윤세지 양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질문을 받는 신랑, 정하의 표정은 어딘가 벙쪄 보였지만 곧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당연합니다!!”

 

 

정하의 다소 긴장한 듯한 대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고, 정하는 멋쩍은 듯 작게 웃었다.

이어서 같은 질문이, 세지에게도 이어졌다.

 

 

“신부 윤세지 양, 신랑 한정하 군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세지는 정하보다는 차분하게, 하지만 역시 설레임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하고는 대답했다.

 

 

“네, 평생 사랑하겠습니다.

 

 

작게 환호성이 들렸다.

이어 세지와 정하는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두 사람 다 볼이 붉어져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사회자는 장난스레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아- 두 사람 눈빛이 너무 뜨겁네요. 그럼 뭐, 다 건너뛰고 뽀뽀로 끝냅시다.”

 

 

“뭐?!!”

 

 

“ 키스는 너무 야해 보이잖아. 그럼 신랑 신부, 뽀뽀 가겠습니다.”

 

 

사회자는 세지와 정하의 당혹스러운 얼굴도 무시한 채,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뽀뽀’를 외쳐댔다.

 

세지와 정하는 민망함에 부모님들께 시선을 돌렸지만,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후딱 끝내버려.’라며 입모양으로 말을 전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에 한숨을 쉬고 만다.

 

그 반응에 얼굴을 붉히던 세지가 결심을 굳힌 듯, 눈을 감고 까치발을 든다. 정하는 그런 세지의 행동에 목까지 시뻘개지면서도 조심스레 세지의 어깨를 잡고 살짝, 입을 맞춘다.

 

팡- 팡-

 

그들의 입맞춤과 동시에 하객으로 온 친구들이 폭죽을 터뜨렸다. 반짝이 사이사이에 꽃잎도 섞여 떨어지고 있었다.

 

세지와 정하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얼굴을 떼지만 따스하게 노을진 하늘과, 노을과 함께 흩날리는 반짝이와 꽃잎에 이내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다.

 

찰칵-

 

그들의 벙찐 표정은 그 순간을 노린 한 친구의 카메라에 담겼고, 그 직후 그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바뀌었다.

 

 

“야, 축하한다!!!”

 

“너네 정말 잘 어울려, 축하해!!”

 

“나도 결혼하고 싶다, 야!! 보기 좋다!!”

 

“평생 행복해라!!!”

 

“아직도 뽀뽀만 해도 그렇게 좋냐, 잘 살아라!!”

 

 

누가 틀었는지, 타이밍 좋게 마당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음악 사이로 여기저기서 진심이 전해지는 축하의 말들이 들려온다. 정하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세지를 안아올렸고, 세지는 정하에게 매달려 까르르 웃음지었다.

 

고급 예식장에서 많은 하객을 모시고 진행하는 화려한 결혼식은 아니지만, 세상 어떤 결혼식보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 자리에, 그들이 있었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행복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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