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는 시나브로

프롤로그

 

#프롤로그

 

 

힘들어서, 힘들어서,

죽었지만 죽지 못한 여자가 있다.

죽었지만 죽지 못한 이야기가 여기, 남아 있다.

 

 

"시브."

 

 

짙푸른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은발의 여자를 부른다.

 

 

"넌 죽었어."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지 않고 있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장미꽃에 뒤덮여서. 그렇게 죽었어."

 

 

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여자의 시선이 움직인다. 여자의 시선은 내려가서, 목을 감고 허리를 감고 팔과 다리를 감고 손을 감은, 가시로 뒤덮인 장미넝쿨을 바라본다.

그리고 은발 끝자락의 피보다 검붉은 빛깔까지.

 

여자는 생각했다.

 

 

'내가...잘못한 거죠?'

 

 

-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진고동색 머리칼의 여자가 새하얀 공간에 혼자 서 있다. 끝도 없을 것만 같이 혼자서. 앞도, 뒤도, 옆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공간. 발을 디디고 서 있지만 발을 디딘 느낌도 들지 않는다. 여자는 혼자지만 조용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 목소리가 스멀스멀 다가왔다.

 

 

'어디에요? 어디 갔어..?‘

 

 

목소리는 그대로 붉은 공포가 되어 여자를 뒤덮었다. 여자는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가지 마. 가지 마요. 가지 마...‘

 

 

여자는 비명도 없이 숨을 토해내며 달렸다. 방금까지 새하얗던 공간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여전히 방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던 여자는 발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멈춰섰다.

 

장미꽃잎.

 

여자는 꽃잎을 주웠다.

목소리는 어느 새 멈춰 있었다.

여전히 불안함은 남았지만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하...하하..."

 

 

여자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눈물이 흘렀다.

 

여자는 주저앉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

 

 

"시브."

 

 

시브라 불린 은발의 여자는 입가에 처연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꽃색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시브의 손에 들린 장미꽃이 붉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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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로필사진
두부두부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두부두부 2016. 07/14

그림이 참 예뻐요. 글이랑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이나의 칭찬 댓글
작가 프로필사진 이나 2016. 07/13

영이님을 여기서도 보네요. 반갑게!